美 대선 ‘불똥’…‘페이팔 마피아’ 우정 금갔다

실리콘밸리 거물들, 대선 후보 지지 놓고 서로 비난

(시사저널=김민지 디지털팀 기자)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AP=연합뉴스

미국 대선 열기의 불똥이 실리콘밸리에도 튀어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 등 실리콘밸리에서 동고동락해온 빅테크 거물들이 자신과 다른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상대방을 공격하는 등 날 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29일(현지 시각)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페이팔 마피아'로 불리는 실리콘밸리 억만장자들이 친트럼프 진영과 민주당 진영으로 양분돼 이례적으로 서로 비판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벤처투자자가 된 데이비드 색스 전 페이팔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이달 중순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총격을 받은 직후 엑스(X·옛 트위터)에서 민주당의 주요 기부자인 리드 호프먼 전 페이팔 부사장을 공격했다. 색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호프먼이 이 총격 사건을 도왔다고 암시하는 글을 썼다. 머스크도 엑스에서 호프먼의 이름을 거론하며 그와 같은 사람들이 "간절한 소원을 이뤘다"고 합세했다.

앞서 호프먼은 색스가 지난달 샌프란시스코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선거자금 모금 행사를 개최하자 며칠 뒤 블로그에서 색스를 겨냥해 "친트럼프의 집단적 사고"를 따르고 "유죄 판결을 받은 중범죄자"를 지지한다고 비난했다. 호프먼은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대통령의 선거 운동을 지원하기 위해 최소 1000만 달러(약 139억원)를 기부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직을 중도 사퇴하면서 그 바통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이어받았다. 호프먼은 이달 초 한 콘퍼런스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을 놓고 오랜 친구였던 페이팔 공동창업자 피터 틸과 격한 언쟁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호프먼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실제 순교자로 만들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암살 시도 사건을 비아냥댔다는 것이다.

페이팔 마피아는 1990년대 후반 설립된 온라인 결제(전자지갑) 업체 페이팔을 이끌었던 머스크와 틸, 호프먼, 색스 등을 가리킨다. 이들은 서로 협력하며 페이팔을 키우며 상대방의 결혼식에도 참석하는 등 우정을 다져왔다. 이후 이들은 페이팔 경력을 기반으로 자신의 회사를 세우거나 유명한 투자자로 변신해 실리콘밸리에서 영향력을 키워왔다.

빅테크 인사들이 향후 사업 제휴 가능성과 평판 등을 고려해 공개적인 상호 비판을 자제하는 실리콘밸리에서 이런 상황은 이례적이다. 실리콘밸리의 벤처 투자자인 로저 맥너미는 "1~2년 전까지만 해도 실리콘밸리에는 '오메르타' 같은 것이 있었다"고 전했다. 오메르타는 이탈리아 마피아의 '침묵의 규율'로 조직의 비밀을 누설할 경우 처참한 복수를 당하게 된다.

대선 후보 지지를 두고 벌이는 빅테크 인사들의 갈등 및 대립은 공화당과 민주당 정책에 대한 상이한 평가에서 비롯된다. 대다수는 바이든 행정부의 기술 정책과 규제에 불만을 표하고 있다. 암호화폐에 투자한 일부 빅테크 억만장자는 암호화페 규제를 완화하기로 약속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선호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인세 인하도 공약으로 제시했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측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숙련 노동자 고용을 막는 엄격한 이민정책을 내세우는 등 기술 기업에 비우호적인 것으로 판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