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 따라올테면 따라와봐”...SK하이닉스 ‘세계 최고’ 그래픽용 D램 승부수

前세대보다 속도 60% 빨라
패키징 신기술로 발열 줄여
SK하이닉스 “3분기중 양산”

SK하이닉스 GDDR7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세계 최고’ 사양을 갖춘 그래픽용 D램(GDDR7)을 공개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이어 삼성전자와 차세대 메모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30일 SK하이닉스는 세계 최고 성능이 구현된 GDDR7을 공개했다. GDDR은 영상·그래픽 처리를 담당하는 초고속 D램으로 인공지능(AI) 분야에서도 널리 쓰인다. HBM보다 느리지만 전력 소모가 적은 데다 가격이 합리적인 편이다.

SK하이닉스는 “GDDR에 대한 글로벌 AI 고객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최고 성능 GDDR7을 3월에 개발한 후 이번에 공개했고, 3분기 중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HBM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을 앞서갔던 것처럼 GDDR 주도권을 쥐겠다는 것이 SK하이닉스 목표다.

신제품은 이전 세대보다 속도가 60% 이상 빨라졌다. SK하이닉스 GDDR7은 32Gbps 동작 속도를 구현할 수 있으며 사용 환경에 따라 최대 40Gbps까지 높일 수 있다. 37Gbps 제품을 개발한 삼성전자 보다 빠른 제품을 내놓는 셈이다.

SK하이닉스 GDDR7은 초당 1.5TB(테라바이트) 이상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 풀HD급 영화 300편 분량 데이터를 1초 만에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이다. 패키징 신기술 도입으로 전력 효율은 높이고 발열은 크게 줄였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전력 효율은 이전 세대보다 50% 이상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방열 기판은 4개층에서 6개층으로 늘리고, 고방열 에폭시몰딩컴파운드(EMC) 소재를 적용해 열 저항은 74% 줄이는 데 성공했다. EMC는 열·충격·수분 등 외부 환경으로부터 반도체를 밀봉·보호하는 재료다.

이상권 SK하이닉스 D램 PP&E 담당(부사장)은 “GDDR7은 고사양 3D 그래픽은 물론 AI, 고성능 컴퓨팅(HPC), 자율주행까지 활용 범위가 확대될 것”이라며 “AI 메모리 솔루션 기업 위상을 공고히 하겠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뿐 아니라 삼성전자와 마이크론도 GDDR7을 선보이고 있다. 2020년에는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이 GDDR 시장에서 양강 구도를 이뤘던 바 있다. 그러나 SK하이닉스가 맹추격을 거듭하며 지난해에는 점유율 42.4%로 삼성전자(39.4%)와 마이크론(18.2%)을 따돌렸다.

업계 최초로 GDDR7을 개발한 삼성전자는 32Gbps·28Gbps 속도를 갖춘 16GB 모델 양산에 나설 계획이다. 마이크론은 지난 2일에 GDDR7 스펙을 공개한 바 있다. 마이크론 GDDR7 속도는 32Gbps에 달한다. 마이크론은 연산 속도인 대역폭이 60% 증가했고, 전력 효율은 50% 향상됐다고 밝혔다.

시장조사기관 인더스트리 그로스 인사이츠는 GDDR 시장이 2030년에는 48억달러(약 6조6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이라 내다봤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새로운 그래픽처리장치(GPU)가 검증 단계에 접어들며 GDDR6보다 20~30% 프리미임이 붙은 GDDR7 생산량이 늘고 있다”며 “3분기에 GDDR7 제품이 출하되면 메모리 평균판매단가(ASP)도 소폭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