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윳값도 동결시킨 정부…먹거리 물가 잡겠다는 강한 의지

유예림 기자 2024. 7. 30.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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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안정 기조를 이어온 정부의 압박이 원유(原乳) 가격 협상에도 관철됐다.

낙농가와 우유업계의 견해차를 조정해 온 정부가 이번엔 낙농가를 설득해 동결을 끌어낸 건 물가 안정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식품업계는 가격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도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고심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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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도별 원윳값 인상 추이/그래픽=이지혜

물가 안정 기조를 이어온 정부의 압박이 원유(原乳) 가격 협상에도 관철됐다. 우유업계와 낙농가가 동결과 인상을 두고 한 달 넘게 협상을 이어온 끝에 올해 원윳값을 동결하기로 하면서다.

30일 농림축산식품부는 물가 상황을 고려해 흰우유, 발효유 등의 용도로 쓰이는 음용유용 원윳값은 동결하고 가공유용 원윳값은 리터당 5원 인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낙농가 설득한 정부, 밀크플레이션 우려 덜었다
원윳값은 매년 전년도 우유 생산비와 수급 상황을 고려해 결정된다. 올해 인상 폭은 리터당 0~26원으로, 원윳값 인상이 합의되면 우유업계는 이를 반영해 우윳값을 올려왔다.

이 때문에 원윳값 협상 시기를 전후로 '밀크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돼왔다. 원윳값에 따라 우윳값이 오르면 흰우유, 치즈 등 유제품은 물론 이를 원료로 하는 제과제빵, 아이스크림 등 관련 식품의 도미노 가격 인상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그간 원윳값 협상 때마다 낙농가는 사료비 등 생산비가 늘고 있어 원윳값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낙농가와 우유업계의 견해차를 조정해 온 정부가 이번엔 낙농가를 설득해 동결을 끌어낸 건 물가 안정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협상 과정에서도 농식품부는 중재안을 제시하며 낙농가를 설득했다. 실제로 농식품부는 이날 농가의 사료 첨가제 사용량을 줄여 생산비 부담을 덜고 생산성을 높이는 등의 방안을 담은 낙농산업 중장기 발전 대책을 함께 발표했다.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30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우유 상품이 진열돼 있다. 우유 가격을 결정짓는 원유(原乳) 가격이 올해 동결됐다. 고물가 상황을 고려한 조치로 치즈 등에 사용하는 가공유 가격은 5원 내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30일 자료를 내고 올해 진행된 원유가격 협상에서 생산자-유업계가 물가 상황을 고려해 원유가격을 인상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원유가격은 생산비 상승을 반영해 지속적으로 인상됐는데, 제도개편으로 인한 생산비 상승 요인에도 가격이 동결된 건 처음이다. 2024.07.30. kgb@newsi /사진=김금보
물가 고삐 강하게 조이는 정부, 다른 식품 가격 인상도 자제 메시지
정부의 원윳값 동결은 밀크플레이션 차단 효과만 있는게 아니라는 평가다. 정부가 낙농가의 원윳값 인상 요구까지 철회시킬 만큼 먹거리 물가 통제에 의지가 강하다는 점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우유 관련 제품 뿐만 아니라 전체 식품업계에 '가격 인상을 자제하라'는 강한 메시지를 준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는 고물가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수시로 식품사들을 만나 가격 인상 자제를 촉구해 왔다. 특히 여러 먹거리의 국제 원료 시세가 하락한 점을 강조하며 오히려 가공식품 가격 인하를 압박했다. 식품 원료의 할당관세를 확대하고 수입 부가가치세를 면세하는 등 기업의 애로사항을 해소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 정부의 요청에 따라 가격 인상을 철회하거나 인상 시점을 미루는 사례가 종종 생기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초콜릿 등 제품 17종의 가격을 지난 5월부터 올리기로 했으나 인상 시기를 늦춰달라는 정부의 요청에 따라 6월로 늦췄다. 지난해 11월 오뚜기는 카레, 케첩 등 24종, 풀무원은 유제품 3종의 가격을 인상하기로 했다가 인상을 취소했다.

7월 기상이변으로 먹거리 물가가 들썩일 조짐을 보이면서 정부는 물가 관리 고삐를 더 강하게 조이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기상이변과 기저효과로 7월 물가가 일시적으로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물가 안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식품업계는 가격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도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고심하는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총선 전에 가격 인상을 한 차례 미뤘는데 정부 압박에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고유가나 인건비 상승분을 감내하고 있지만 가격을 쉽게 못 올리면서 내부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예림 기자 yesr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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