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불송치’…‘게임업계 페미니즘 사상검증’에 맞선 활동가들의 1년[플랫]
지난해 7월 26일 게임 회사 ‘프로젝트문’이 모바일 게임 ‘림버스 컴퍼니’ 제작에 참여한 여성 일러스트레이터(일러스트 작가) A씨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남초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게임 이용자(유저)를 중심으로 “여성 캐릭터 복장에서 노출이 적다, 회사에 페미니스트가 있다”며 직원 ‘신상털기’에 나선 뒤의 일이었다. 이들은 A씨가 과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낙태죄 폐지 옹호, 불법 촬영 반대 시위 등의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회사까지 찾아와 항의했고, 사측은 ‘계약 종료’로 대응했다.
김민성 한국게임소비자협회 대표는 당시 “A씨의 계약 종료는 ‘페미니즘 사상 검증(페미니즘에 대한 부당한 공격)’으로 인한 부당 해고”라며 프로젝트문에 맞섰던 사람들 중 하나다. 그가 협회의 전신인 ‘PM유저협회’를 만들어 문제를 제기하고 공론화하자 사측은 지난해 11월 그를 포함한 활동가 3명에 대해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업무방해 등으로 고소했다. 지난 19일 경찰은 이들이 ‘사상 검증에 따른 부당 해고’라고 주장한 내용이 허위라고 볼 이유가 없다며 모두 불송치 결정했다. 사건 발생으로부터 꼭 1년이 지난 26일 김 대표를 만났다.
김 대표는 ‘게임업계 페미니즘 사이버불링(사이버 괴롭힘)’이라는 이 사건의 본질을 잘 들여다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 사건은 여성 노동자가 페미니즘 관련 의견을 냈다는 이유로 노동권을 침해당한 것이 본질이고 경찰은 우리의 활동을 죄로 물을 수 없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불송치 결정서에 “실제 직원에 대한 사상 검증이 논란되면서 이후 회사를 그만둔 데 대해 글을 쓴 것”이라며 “허위 사실을 적시했다고 볼 수 없다”고 적었다.
1년여간 게임소비자협회는 회원 수가 150명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지만 김 대표는 사실 협회 활동을 계속하게 될지 몰랐다. 그는 “사건 공론화부터 소비자 여론조사, 외주 작가 법적 분쟁 비용 지원, 게임업계 근로감독 청원 공동 추진 등의 활동을 하면서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프로젝트문 사태’ 이후에도 여전히 몇몇 기업은 남초 커뮤니티의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지난해 게임 회사 넥슨에서는 ‘메이플스토리’ 여성 캐릭터의 집게손가락 포즈가 ‘남성혐오 상징’이라는 커뮤니티의 반발에 사과했다. 제작 단계에서 여러번 검수를 거쳐 악의적 편집을 할 수 없는 구조인데도, 특정 손가락 모양만 발견되면 무조건 낙인찍는데 수긍한 것이다. 최근엔 르노코리아 유튜브 영상에 출연한 직원이 집게 손가락 모양을 했다는 이유로 직무정지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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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이런 현상이 반복되는 것은 한국 기업, 특히 게임 기업에서 회사의 결정권을 가진 임원들이 남초 커뮤니티의 논리를 내재하기 때문이라고 봤다. “회사는 극단적인 일부 유저의 말에 귀 기울이며 검증 절차도 없이 ‘억지 논란’에 편승하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일부의 극단적인 주장을 받아들이면서 회사 스스로 이미지·매출을 갉아먹고 있는데,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업계 전반에 손해를 끼치는 일이라는 점입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펴낸 게임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여성 게임 이용률은 53.9%로 2022년(73.4%)에 비해 대폭 줄었다. 남성 이용률이 75.3%에서 71.5%로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큰 격차다. 그는 “오랫동안 여성 유저에게 있었던 성희롱 등 사이버 성폭력과 업계 내 여성 노동자에 대한 성차별을 방치한 결과”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일부 커뮤니티 의견이 과대 대표되는 현 상황을 바꾸고 싶다고 했다. 그는 “편향적인 남초 커뮤니티 유저들의 의견이 전체 의견으로 과대 대표되면 나머지 유저들은 등 돌릴 수밖에 없다”며 “게임 소비자 중에도 윤리적이고 상식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은데, 회사는 이런 보편적인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페미니즘 사이버불링’을 법적으로 막을 방안도 고민 중이다. “게임 유저이자 소비자, 또 회사의 주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방식을 고민하고 게임물관리위원회와 업계 성차별을 없애는 논의도 계속하려 합니다.”
▼ 김정화 기자 clean@khan.kr
김정화 기자 cl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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