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 불안한 디지털, 방치된 국민들

황국상 기자 2024. 7. 30.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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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지난 19일 지구촌 전역에서 발생한 크라우드스트라이크발(發)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 블루스크린 사태는 디지털 세상이 얼마나 취약한지 다시 한 번 상기시켰다.

분산돼 있던 디지털 재난 관리체계를 일원화하고 네트워크와 서비스, 데이터에 이르는 디지털 전분야의 재난관리 체계를 구축하며 디지털 서비스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법안 제정이 추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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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인천공항=뉴스1) 구윤성 기자 = 21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전광판에 항공편 지연을 알리는 안내가 표시되고 있다. 지난 19일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클라우드 서비스 장애와 관련해 인천공항에 취항하는 국내외 항공사들의 발권시스템 먹통으로 항공기 지연·결항이 속출했다. 2024.7.2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인천공항=뉴스1) 구윤성 기자

지난 19일 지구촌 전역에서 발생한 크라우드스트라이크발(發)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 블루스크린 사태는 디지털 세상이 얼마나 취약한지 다시 한 번 상기시켰다. 영국, 프랑스, 호주 등의 방송시스템이 멈췄고 올림픽 개최를 앞둔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 전산망도 일시 마비됐다. 미국 델타, 유나이티드, 아메리칸항공 등 항공사들을 비롯해 영국, 독일, 일본 등 주요국의 공항인프라들이 마비됐다. 유럽 주요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인도 등 대륙을 불문하고 금융시스템이 장애를 겪었다.

이번 사태에 따른 피해규모는 10억달러(약 1조3900억원)를 웃돌 전망이다. 보안솔루션 하나가 PC나 시스템을 마비시킬 때 충격이 얼마나 큰지 확인한 셈이다.

국내에서도 거의 똑같은 사태가 있었다. 2022년 8월 이스트시큐리티의 백신프로그램 '알약'이 MS의 윈도를 차단해 1600만대의 PC가 먹통이 됐다. 당시 이스트시큐리티는 복구패치를 배포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디지털 기반 초연결사회의 편리함이 이토록 불안정한 기반 위에 올려졌음이 드러난 것이다.

원인은 다소 다르지만 단일 포인트에서 발생한 문제로 전국에 걸친 IT(정보기술)대란을 초래한 경우는 많다. 2022년 10월에는 경기 성남시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카카오 마비사태가 논란이 됐다. '국민 메신저' 반열에 오른 카카오톡을 비롯해 카카오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은행·전자상거래·모빌리티 관련 서비스가 온통 먹통이 된 게 불과 2년도 안 됐다. 지난해 11월에는 정부·공공 IT 인프라를 한데 모아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관할 네트워크장비를 연결하는 포트의 노후화 및 접지불량으로 전국 중앙·지방정부 행정망이 온통 먹통이 되기도 됐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초연결성, 초자동화가 가능해졌지만 그만큼 부정적 영향도 과거엔 상상할 수 없었던 범위와 속도로 퍼져나간다. 산업계·학계 및 정부·공공기관들이 AI(인공지능) 등 혁신적인 신기술을 도입해 업무효율성을 높이려면 결국 클라우드 컴퓨팅 인프라에 의존해야 한다. 단일 포인트만 때리면 전체 시스템을 마비시키는 게 더욱 쉬워진 세상이 됐다.

이 같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국내에서도 법안 제정이 추진됐다. 올 초 의원입법 형식으로 제정이 추진된 '디지털서비스의 안정성 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률'(디지털안정성법) 제정안이 그것이다. 분산돼 있던 디지털 재난 관리체계를 일원화하고 네트워크와 서비스, 데이터에 이르는 디지털 전분야의 재난관리 체계를 구축하며 디지털 서비스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법안 제정이 추진됐다. 그러나 이 법안은 관할 상임위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서 단 한 번의 논의도 없이 21대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처분됐다.

국내 피해규모가 10개사에 불과했다는 데 안심했기 때문일까. 지난 5월말 출범한 22회 국회 과방위는 온통 방송법에 혈안이 돼 있다. 국회가 정쟁으로 마비돼 있으니 관련부처의 손발도 묶였다. 디지털 불안정성에 노출된 채 방치된 상태가 얼마나 더 오래갈지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 요즘이다.


황국상 기자 gshw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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