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홍명보 개인의 욕심’, 대표팀 운영은 기강 잡기에 방점…“2701호 사건은 왜 들쑤시나”
홍명보 감독이 축구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다시 잡았지만, 그의 대의명분을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홍 감독은 대표팀 감독직 수락이 “개인적인 욕심이 아니라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지만, 축구계와 팬들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
홍 감독은 29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풀뿌리 축구 육성, MIK 프로젝트를 완수하기 위해 대표팀 감독으로서 헌신하겠다고 말했다. 대표팀 축구 발전의 근간이 되는 K리그를 키우고, A대표팀까지 전 연령대 대표팀에 전술 철학을 입히는 작업을 진두지휘하겠다는 뜻이다. 꼭 대표팀 감독이 아니더라도 이바지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 일들이다.
홍 감독은 굳이 대표팀 감독직을 맡아야만 한국 축구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K리그 감독을 하다 이렇게 중도에 나오게 된 것에 대해 앞으로 평생 안고 가야 한다”는 엉뚱한 답변으로 회피했다. 결국 10년 전 브라질 월드컵 실패를 만회하려는 개인적인 욕심으로 해석될 여지를 남겼다. 일각에서는 대표팀 감독직이 개인의 명예 회복을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전술적인 측면에서도 의문부호가 따라붙는다. 홍 감독은 볼 점유율을 높이며 주도하는 축구라는 큰 틀을 제시했지만, 파울루 벤투호의 유산을 어떻게 계승하고 발전시킬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부족했다. 홍 감독이 말한 목적성 있는 볼 소유, 전진성과 과감성을 더한 공수 연결, 지공과 카운터 상황에 대한 확고한 대비 등은 원칙론에 불과하다. 앞서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홍 감독이 울산 HD를 맡아 라볼피아나, 비대칭 백스리를 활용한 상대 측면 뒷공간 공략에 강점을 보였다고 설명했지만, 공수 밸런스를 중시하는 현대 축구의 공통된 흐름일 뿐 홍 감독만의 특장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홍 감독은 전술보다 대표팀 운영방안에 관해 설명하는 데 더 긴 시간을 할애했다. 선수단의 헌신과 스태프에 대한 존중을 강조하며 ‘기강 잡기’에 방점을 찍는 모양새다. 특히 카타르 월드컵 당시 ‘2701호 사건’과 아시안컵 기간 선수단 갈등을 언급하면서 대표팀을 휘어잡을 적임자는 자신이라고 어필했다.
하지만 공정성 논란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축 선수들이 얼마나 홍 감독을 따를지는 미지수다. 축구 커뮤니티 등에서는 절차의 적법성 가지고 분노하던 홍 감독이 다른 후보들과 달리 면접을 패스하고 감독이 된 게 문제의 본질이라고 지적한다. 2701호 사건에 대해서도 절차의 공정성 측면에서는 홍 감독의 감독직 수락도 뒤지지 않는다고 비꼬았다. 한 네티즌은 “선수들이 개인 트레이너를 꽂은 거나 협회가 홍 감독 꽂은 거랑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절차와 자격이 모두 무시됐다”고 꼬집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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