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전용 게시대에만 정당 현수막 설치할 수 있게 한 조례는 ‘무효’”
‘정당 현수막은 전용 게시대에만 걸고, 이를 위반하면 철거할 수 있다’는 내용의 지방자치단체 조례는 관련 법령을 위반했으므로 효력이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지난 25일 행정안전부가 울산광역시의회를 상대로 제기한 조례안 의결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30일 밝혔다.
울산시의회는 지난해 9월 ‘옥외광고물 조례’를 개정하면서 ‘정당 현수막은 전용 게시대에 설치하고, 이를 위반하면 철거하도록 한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울산시 조례는 ‘강제 철거’ 등의 내용을 담아 2022년 12월 개정된 ‘옥외광고물법’보다 옥외광고물에 대한 규제가 더 엄격했다. 행안부는 이 조례가 옥외광고물법에 위반된다는 등의 이유로 울산시에 재의를 요구했으나 울산시는 수용을 거부했다. 이에 행안부는 “옥외광고물법에서 직접 규정하고 있는 사항이며,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위임하고 있지도 않다”며 조례안 의결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행안부의 청구를 인용했다. 대법원은 “정당 현수막은 정당과 국민의 정치적 기본권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점에서, 정당 현수막에 대한 규율을 통해 정당활동의 자유를 제한할 필요성이 있더라도 그 제한은 입법자가 규정해야 할 사항”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옥외광고물법은 전국적으로 일률적인 기준으로 정치 현수막을 규율하려는 취지라서 법령의 위임 없이 법보다 엄격하게 조례로 정한 것은 법령 위반”이라고 했다. 대법원은 행안부가 울산시에 이어 광주·부산·인천시의회가 비슷한 내용의 조례를 개정한 데 대해 제기한 소송에 대해서도 같은 날 행안부의 손을 들어줬다.
옥외광고물 조례를 대표발의했던 권순용 울산시의회 의원은 “시민들이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을 보장받을 권리를 지키고자 부득이 조례를 만들었기 때문에 판결에 아쉬운 점이 있다”며 “현행 옥외광고물법을 고려해 시민의 보행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개정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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