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군인 9명, 팔 수감자 학대 혐의로 체포···극우세력, ‘영웅 체포’ 막겠다며 군기지 난입

선명수 기자 2024. 7. 30.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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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 헌병대가 팔레스타인 수감자 학대 혐의를 받는 군인 9명을 체포하기 위해 29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접경 스데 테이만 군 수용소에 도착하자 극우 시위대가 이에 반발하며 수용소 난입을 시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스라엘 군인 9명이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고문하고 학대한 혐의로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이들의 체포 사실이 알려지자 이스라엘 극우 정치인들이 이끄는 시위대가 “영웅을 처벌하는 것”이라고 항의하며 자국 군 기지에 난입해 난동을 부리는 사태가 벌어졌다.

2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 헌병대는 남부 가자지구 접경지에 있는 스데 테이만 군 수용소에서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담당하는 자국 군인 9명을 체포했다.

스데 테이만은 네게브 사막에 위치한 옛 군사기지로 지난해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체포한 팔레스타인인 1000여명이 수용돼 있다. 이스라엘 내 최대 규모인 이 수용소는 수감자들에 대한 고문과 학대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등 악명을 떨쳐 왔다.

헌병대는 최근 한 팔레스타인 수감자가 심각한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지는 등 이 수용소에서 여러 건의 학대가 벌어졌다는 의혹과 관련해 군검찰이 수사를 명령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하레츠는 체포된 군인들이 학대와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으며, 피해자는 신체의 민감한 부위를 크게 다치고 걸을 수 없게 됐다고 전했다. 또 지난해 전쟁 발발 이후 이 수용소에서만 수감자 30명이 학대와 폭행 등으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군인 체포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부 장관에게 “수감자 학대를 멈추지 않으면 가자지구 내 이스라엘 인질들이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경고와 함께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이 가혹 행위를 당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보냈다고 영국 텔레그래프가 보도한 지 하루 만에 이뤄졌다. 이스라엘 국방부는 해당 보도가 나오자 영상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부인했지만, 하루 만에 학대 혐의를 받는 군인 9명을 무더기 체포했다.

이들의 체포 소식이 전해지자 벤그비르 장관과 극우 정당 의원들이 수용소를 찾아 항의했다. 벤그비르 장관은 “헌병대가 우리 최고의 영웅들을 체포하러 스데 테이만에 왔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항의했고, 극우 시위대 수백여명도 스데 테이만을 비롯해 이스라엘 군 기지 2곳에 난입해 난동을 부렸다. 시위대는 현장 상황을 취재하던 이스라엘 언론인들을 공격하기도 했다. 스데 테이만에서 복무하는 일부 군인들도 체포를 막겠다며 바리케이드를 치고 헌병대에게 후추 스프레이를 뿌리며 저항했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군 기지 침입은 어떤 이유에서든 용납될 수 없으며 무정부 상태에 가까운 불법 행위”라고 비판했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역시 시위대의 군 기지 습격을 “강력히 비판”하며 자제를 촉구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 부의장을 비롯해 우파 정치인들이 시위대를 두둔하고 나서면서 이스라엘 정치권에선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다. 크네세트 외교·국방위원장인 율리 에델스타인은 “우리 군인들은 범죄자가 아니며, 군인들에 대한 비열한 조사를 용납할 수 없다”며 군을 상대로 청문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야리브 레빈 법무부 장관도 “군인들이 가혹하게 체포되는 모습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반면 야권은 요르단강 서안지구 등에서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폭력 행위를 선동해온 극우 정치인들에게 번번이 끌려다닌 네타냐후 정부가 이들을 통제하지 못해 이번 사태가 벌어졌다고 강력 비판했다. 야권 지도자인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는 극우세력이 “레드라인을 넘었다”면서 “네타냐후 총리가 오늘 이 폭력적인 공격에 참여한 장관들을 해임하지 않는다면 이스라엘 국가를 대표할 자격이 없다”고 촉구했다.

이스라엘 군인들이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가혹행위 등 각종 범죄 혐의로 논란을 일으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군이 수감자를 고문하고 학대했다는 증언이 지속적으로 나왔고, 이스라엘 인권단체들은 수용소에서 강간 및 고문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미국 국무부는 지난 5월 이스라엘군의 학대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쟁 발발 후 이스라엘군은 900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들을 가자지구에서 체포해 구금해 왔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가자지구에 투입된 401기갑여단 소속 군인들이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 인근의 탈알술탄 난민촌에서 “안식일을 기념한다”며 피란민들의 물탱크를 폭파하는 모습이 찍힌 영상이 올라오며 논란이 일었다. 이스라엘의 봉쇄 정책으로 가뜩이나 가자지구 내 물 부족이 심각한 상황에서 군이 민간인들이 사용할 식수 탱크를 파괴한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이스라엘 군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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