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현수막 게시대는 상위법에 위배"…'조례 무효' 판결 확정(종합)

황윤기 2024. 7. 30.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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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 난립하는 정당 현수막의 개수를 제한하고 전용 게시대에만 걸도록 강제한 지방자치단체 조례들이 대법원에서 일제히 효력을 잃었다.

울산시의회 관계자는 "보행자 안전을 위협하고 소상공인들의 가게 앞을 가렸던 정당 현수막이 사라지자 시민들이 환영했고, 각 정당도 호응도가 높았다"며 "정치 현수막 난립을 방지하는 규정이 없어 조례를 개정한 것인데, 그 취지가 대법원판결로 무색해져 안타깝다"고 유감의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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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가 울산시의회에 무효 확인 소송 제기…대법원, 원고 승소 확정
"정당활동 자유 제한하려면 입법해야"…인천·광주·부산 조례도 효력 잃어
철거되는 정당현수막 지난해 10월 16일 오전 울산시 관계자가 울주군 범서읍의 한 전봇대에 걸린 정당 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울산·서울=연합뉴스) 허광무 황윤기 기자 = 선거철 난립하는 정당 현수막의 개수를 제한하고 전용 게시대에만 걸도록 강제한 지방자치단체 조례들이 대법원에서 일제히 효력을 잃었다.

30일 울산시의회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지난 25일 행정안전부가 울산시의회를 상대로 제기한 조례안 의결 무효 확인 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해당 조례안은 울산시의회가 지난해 9월 제정·공포한 '울산시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 산업 진흥에 관한 조례'를 말한다.

당시 시의회는 이 조례를 개정하면서 '정치 현수막을 전용 게시대에 설치하고, 이를 위반하면 철거할 수 있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이후 계도기간을 거쳐 개정 조례가 본격 시행된 지난해 10월 중순 이후로는 울산지역 곳곳에 정당 전용 게시대가 설치됐고, 거리마다 난립했던 정당 현수막은 사라졌다.

울산의 조례 제정과 시행은 인천에 이어 전국 두 번째였고, 이후 광주·서울·부산·대구 등 다른 지자체에서도 비슷한 조례 개정 시도가 이어졌다.

다만 조례 개정 과정에서 상위법인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옥외광고물법)과 상충한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이를 근거로 행정안전부는 조례를 개정한 인천·울산·광주·부산시의회 등을 상대로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행정안전부의 청구를 받아들여 4개 시의회가 개정한 조례의 효력을 일제히 무효로 했다. 인천·광주·부산시의회 사건은 대법원 2부에서 이동원·김상환 대법관이 주심을 맡아 나누어 심리했다.

대법원은 "정당 현수막의 표시·설치는 정당과 국민의 정치적 기본권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며 "정당 현수막에 대한 규율을 통해 정당 활동의 자유를 제한할 필요성이 있더라도 그 제한은 원칙적으로 국민의 대표자인 입법자가 스스로 형식적 법률로써 규정해야 할 사항"이라고 전제했다.

이에 "(옥외광고물법을 여러 차례 개정한) 입법자의 결단 역시 법령을 통해 직접 정당 현수막의 표시·설치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전국에 걸쳐 통일적이고 일률적으로 규율하려는 취지"라며 "하위법령인 조례로써 개정 옥외광고물 법령이 정한 것보다 엄격하게 제한해 규정하고 있는 이 사건 조례안은 법령에 위반된다"고 판결했다.

정당 현수막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면서 옥외광고물법은 올해 1월 '각 정당은 읍·면·동별 2개 이내로 정당 현수막을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개정됐다.

그러나 이는 '전용 게시대'나 '철거' 등을 명시한 울산 등 일부 지자체 조례안보다는 훨씬 완화된 수준의 규정이다.

개정 조례가 무효라는 대법원판결에 따라 정당 현수막 게시대를 운영·관리하는 울산시 사업도 전면 백지화될 전망이다.

울산시는 지난해 조례 제정 이후 약 7억2천5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지역 120곳에 전용 게시대를 설치했고, 올해 말까지 47곳을 추가 설치할 예정이었다.

울산시의회 관계자는 "보행자 안전을 위협하고 소상공인들의 가게 앞을 가렸던 정당 현수막이 사라지자 시민들이 환영했고, 각 정당도 호응도가 높았다"며 "정치 현수막 난립을 방지하는 규정이 없어 조례를 개정한 것인데, 그 취지가 대법원판결로 무색해져 안타깝다"고 유감의 뜻을 밝혔다.

조례를 대표 발의했던 울산시의회 권순용 의원은 "지방자치와 자치입법권 차원에서 이번 판결은 아쉬운 점이 있다"면서 "현행 옥외광고물법을 고려해 시민 보행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개정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hk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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