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규정에 없는 서면결의는 무효…중대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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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이 별도의 근거 규정이 없음에도 서면으로 총회 안건을 통과시켰다면,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그러면서 "민법상 사단법인의 경우 개별 법률 또는 정관에서 서면결의를 허용하는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는 한 총회 소집절차를 거치지 않고 서면만으로 총회 결의를 갈음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대법원 판례도 근거로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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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사단법인이 별도의 근거 규정이 없음에도 서면으로 총회 안건을 통과시켰다면,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박모씨 등이 한국지체장애인협회를 상대로 낸 임시대의원총회 결의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협회는 지난 2020년 12월 임시대의원총회를 서면으로 진행하기로 하고 정관 변경을 추진했다. 여기에는 '회장의 연임은 1회로 제한한다'는 연임 제한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고, 재적대의원 454명 중 449명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이후 8대 협회장이었던 김모씨는 단독 후보로 입후보해 9대 협회장으로 취임했다. 김씨는 7대 협회장을 지낸 인물로, 이미 한 차례 연임한 상황이었다. 기존 정관에 따르면 9대 협회장 선거에 입후보할 자격이 없지만, 정관 변경으로 재연임이 가능했다.
박씨를 비롯한 일부 협회 회원들은 정관 변경 절차에 문제가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정관에는 이사회 결의사항에 대해서만 서면결의가 가능하다고 정하고 있을 뿐, 서면결의에 의한 총회를 허용하는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비밀투표의 원칙도 위반했으므로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1심은 "정관변경 결의가 서면결의 방식으로 이뤄진 것만으로는 중대한 절차상 하자가 존재해 무효라고 볼 수 없다"며 협회 측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2심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서면결의 방식은 여러 사원의 의사를 모아 토론하는 민주적 의사결정 방식이 아닌 변칙적인 의사결정 방식으로, 사단법인의 총회 방식으로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법상 사단법인의 경우 개별 법률 또는 정관에서 서면결의를 허용하는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는 한 총회 소집절차를 거치지 않고 서면만으로 총회 결의를 갈음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대법원 판례도 근거로 들기도 했다.
대법원은 "민법상 사단법인에서 법률이나 정관에 정한 것이 없는데도 소집·개최 절차 없이 서면만으로 총회 결의를 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봐야 한다"며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서면결의를 진행한 것이라는 협회 측 주장에 대해서도 "다수가 참석하는 총회 개최가 어려운 상황이었는지 명확하지 않다"며 "설령 그런 상황이었다 하더라도 당시 정관변경 결의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는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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