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삼성SDS, 삼성물산에 "320억 달라"…'법적다툼' 벌인 사연

최오현 2024. 7. 30.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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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S, 삼성물산에 추가 운임비 정산 요청
2020년 코로나19로 화물 운임비 급등 영향
합의 불발 중재신청…중재원 "SDS에 250억 줘야"
"코로나19 및 물류대란 '불가항력적' 요건"

[이데일리 최오현 기자] 삼성SDS와 삼성물산이 수백억원대 법적 다툼을 벌인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삼성물산이 수주한 해외 건설 프로젝트에서 화물 운송을 도맡았던 삼성SDS가 추가 운임비를 정산해달라며 중재를 신청한 것이다. 중재 결과에 따라 삼성물산은 지난 2월 지연이자를 포함해 약 250억원을 삼성SDS 측에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30일 해운업계 등에 따르면 대한상사중재원(중재원) 사건 중재부(중재인 김성수 정해덕 박홍우)는 지난 2월말께 해당 사건 신청인인 삼성SDS 승소 판정했다.

특히 이번 사건은 같은 그룹 내 지분 관계가 있는 계열사 간 분쟁이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삼성물산(028260)은 삼성SDS 주식 17.08%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사건의 단초는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성물산은 당시 아랍에미리트(UAE)로부터 1조1500억원 규모의 화력발전소 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이후 건설에 필요한 화물 수송을 위해 2020년 9월 15일 삼성 SDS에 화물운송계약에 관한 의사를 표시했다. 이들 기업은 계약기간을 이날부터 2023년 5월 15일까지 2년8개월간으로 설정하고, 312억7800만원에 운송계약을 맺었다. 계약서 상 체결일자와 실제 SDS가 용역을 제공한 시점은 모두 2020년 9월이었지만, 이들 두 기업 모두가 계약서에 서명을 완료한 시점은 2021년 1월이었다. 계약서에는 불가항력적 사유로 계약금액이 상승할 경우 당사자 간 협의하도록 한 규정한 ‘불가항력 조항’이 포함됐다.

그런데 운송계약 체결즈음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국제 해상운임이 급격히 상승했고 두 기업 사이 추가 운임 보상 여부를 두고 분쟁이 발생했다. 그 사이 SDS는 물류 운송 이행을 위해 예정운임 단가의 3~5배에 달하는 추가 금액을 부담하면서 계약기간까지 화물을 모두 운송했다. 이에 SDS 측은 총 물류비로 지출한 비용이 3301만7500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467억5300만원)라며, 물산으로부터 받은 1040만9105달러를 제한 2260만8394달러(약 320억1350만원)를 정산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물산 측은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를 선임해 맞대응에 나섰다. 이들은 계약 당시 확정 단가 계약이었기 때문에 모든 운송에 고정된 운임을 적용해야 한다고 맞섰다. 또 SDS 측이 주장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선복(여객이나 화물을 싣도록 구획된 장소) 부족 사태와 이에 따른 운임 상승은 운송계약상 ‘불가항력 요건’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정산 의무가 없다고 반박했다.

첨예한 의견 대립 속에 코로나19로 인한 선복 부족을 운송계약 13조 ‘불가항력 요건’으로 볼 것인지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중재판정부는 “관련 조항에 따르면 전염병, 파업, 직장폐쇄 또는 봉쇄, 정부기관의 명령 등을 불가항력 사유로 예시하고 있다”며 “(이번 사안은) 불가항력 요건을 충족하고, 책임 배분 조항에 해당해 삼성물산의 SDS에 대한 정산 의무가 발생한다”고 판정했다.

판정부는 또 “2020년 2월께 코로나19뿐만 아니라 북미 항만 적체, 수에즈 운하 좌초사고 등으로 전 세계적으로 물류대란이 발생했다”며 “이는 불가항력 요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삼성SDS가 운송 계약 운임단가로는 계약할 수가 없어서 삼성물산에게 이를 보고하고, 추가 운임 정산 해결을 위해 보상방법을 당사자 간 수차례 협의했다”며 “그 사이 삼성물산이 삼성SDS에게 추가 운임을 정산해줄 것이라는 신뢰 이익을 발생시켰다”고 봤다. 서면합의가 없더라도 정산의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중재판정부는 삼성물산이 삼성SDS에 정산 원금 약 230억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결론내렸다.

다만 박홍우 중재인은 다른 의견을 내놨다. 박 중재인은 불가항력 조건 중 ‘당사자가 본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합리적으로 대비할 수 없었던 경우’를 규정하는데, 실제 계약 행위가 일어난 2021년 1월에 앞서 이미 선복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었기 때문에 SDS 측이 이를 미리 대비하는 조치를 했어야 했다고 판단했다.

한편, 대한상사중재원은 상거래상 발생하는 분쟁 판정을 내리는 법정 중재기관이다. 중재원 판정은 1심으로 끝나며 대법원의 확정 판결과 동일한 법적 구속력을 지닌다.

이에 삼성물산은 중재원 판정 직후 삼성SDS 측에 원금과 중재 신청일 이후부터 지연이자 등을 합산한 정산금 약 250억원을 곧바로 지급했다.

UAE 수전력청이 발주한 푸자이라 F3 복합발전 프로젝트 조감도. 2020년 2월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디벨로퍼인 일본 마루베니 상사와 함께 이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삼성물산 제공.

최오현 (ohy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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