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vs정봉주’ 불붙는 수석최고위원 경쟁…명심 효과는?

손우성 기자 2024. 7. 30.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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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2기 체제 상징이라는 점에서 관심↑
명심 업은 김민석, 깜짝 선두 정봉주 추격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와 김민석 최고위원 후보가 3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화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경선에서 이른바 ‘수석’최고위원 자리를 놓고 원외 정봉주 후보와 4선 김민석 후보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 당헌·당규엔 수석최고위원이란 공식 명칭은 존재하지 않는다. 권한도 다른 최고위원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사실상 연임을 확정한 이재명 대표 후보 2기 지도부의 상징적 자리라는 점에서 선거 결과에 관심이 집중된다.

민주당 최고위원 순회경선에서 정봉주 후보는 30일까지 3만4942표(19.03%)를 확보해 선두를 달리고 있다. 지난주까지 4위에 머물렀던 김민석 후보는 지난 27일 부산·울산·경남, 28일 충북·충남 경선에서 잇달아 1위를 차지하며 누적 득표수 3만1504표(17.16%)를 얻어 2위로 올라섰다. 순회경선 시작 전 당내에선 김 후보의 우세를 점치는 평가가 다수였지만, 정 후보 깜짝 선전에 김 후보가 추격하는 양상으로 전개되는 모습이다.

순회경선 초반 고전을 거듭하던 김 후보는 이 후보의 직간접적인 지원으로 추격에 나섰다. 이 후보는 앞서 “김 후보의 표가 왜 이렇게 안 나오는 것이냐”고 말해 명심(이 후보의 의중)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김 후보는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지지율 상승 요인으로 “이재명 대표가 ‘어떻게 저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고 한 것이 확산하면서 관심과 주목도, 어떤 응원의 분위기가 생긴 것이 명확한 배경의 하나”라고 말했다.

김 후보는 또 현역 의원이라는 점, 4선 의원으로 다양한 경험을 해봤다는 점을 표심 공략 포인트로 삼고 있다. 그는 “수석최고위원이 어떤 계급을 의미하진 않지만, 대표를 뒷받침하면서 다른 최고위원들을 조율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며 “공격과 수비를 모두 해보고, 전략을 운영해 본 경험은 현실적으로 최고위원 후보 가운데 내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정봉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가 지난 21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제1차 전국당원대회 대구 지역 합동 연설회에서 정견을 발표하고 있다. 대구=문재원 기자

정 후보는 연일 선명성을 강조하고 있다. 정 후보는 전날 SBS라디오에 출연해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에 당원들이 가장 많이 공감하는 것 같다”며 “내가 가장 먼저 탄핵 이야기를 했고, 지금은 나머지 7명 후보가 동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원들은 정봉주가 벽을 깨는 쇄빙선 같은 역할을 한다는 부분에 높은 점수를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 후보는 이 후보와의 관계가 깊지 않다는 시선에는 “이 후보와 섭섭할 정도의 관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 후보가 정 후보의 수석최고위원 등극을 부담스러워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언론의 과도한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이 후보가 마치 러닝메이트인 것처럼 김 후보 지원에 나선 데는 각종 도덕성 논란의 중심에 있는 정 후보에게 수석 호칭이 돌아가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도 깔려있다. 정 후보는 선거법 위반, 성추행 의혹, 가정폭력, ‘목발 경품’ 장병 비하 발언 등으로 지난 총선 출마 때도 논란이 됐다. 민주당 관계자는 “수석최고위원은 사실상의 명예직”이라면서도 “‘이재명 2기 체제’의 이미지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전당대회 초기 정 후보가 최고위원 후보 중 1위로 치고 나오면서 당내에서는 당원 중심주의의 역효과라는 평가가 나왔다. 당원 중심주의 정당을 표방해 최고위원 경선에서 대의원(14%) 권한을 줄이고 권리당원(56%) 몫을 크게 늘린 덕분에 당심을 제어할 수 없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빠졌다는 것이다. 수도권 한 3선 의원은 “권리당원 권한 강화가 자승자박이 됐다”며 “파수꾼 역할을 해오던 대의원 권한을 이렇게 급하게 뺏지 않았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라고 말했다.

결국 당원들이 이 후보의 뜻에 얼마나 호응하느냐가 수석 자리를 노리는 두 최고위원 후보의 희비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당원에 대한 이 후보의 소구력을 확인할 가늠자가 될 수 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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