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알던 유도가 아니야…이긴 선수도 허무, 허미미는 왜 반칙패를 당했나 [올림픽 NOW]

김건일 기자 2024. 7. 30.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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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허미미에게 세 번째 지도가 내려지면서 유도 여자 57kg급 금메달은 크리스타 데구치(캐나다)에게 돌아갔다.

그런데 데구치는 곧장 기뻐하지 않았다. 오히려 멍한 표정으로 먼 곳을 바라봤다. 매트를 떠난 뒤에야 미소지으며 코치의 축하를 받았다.

경기가 끝나고 기자회견에서 그 이유가 드러났다. 데구치는 "지도 판정에 대한 물음에 "어려운 질문"이라며 "정확히 어떤 상황이었는지 기억나지 않기 때문에 마지막 지도에 대해 할 말은 없다. (다만) 더 나은 유도를 위해 우리가 바꿔야 할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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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미미는 2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결승전에서 세계랭킹 1위 데구치와 연장 혈투를 벌인 끝에 반칙패를 당했다.

나란히 지도 2개씩 받은 상황에서 허미미에게 '위장 공격'으로 세 번째 지도가 내려지면서 경기가 끝나게 된 것이다. 지도 3개를 받으면 반칙패다.

연장전 시작 2분 15초께 두 선수는 소매를 하나씩 맞붙잡고 치열한 기 싸움을 펼쳤다.

먼저 공격에 들어간 쪽은 허미미였다. 허미미는 오른쪽 어깨를 집어넣어 메치기를 시도했고 이것이 먹히지 않자 곧바로 일어나 반대쪽 메치기를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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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 자세를 취하던 데구치는 뒤쪽으로 이동해 허미미의 공격을 피했다.

그런데 심판은 이를 허미미의 '위장 공격'으로 판단했다. 위장 공격이란 실제 공격할 의도가 없으면서도 그런 것처럼 거짓으로 꾸미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놓인 선수가 그 상황을 면피하고자 '방어를 위한 공격'을 했을 때 위장 공격 지도를 준다.

허미미는 경기 초반 안다리 후리기, 업어치기, 누르기 등을 시도한 반면 데구치는 수비에 급급했다. 그러나 심판은 허미미에게 위장 공격이라며 두 번째 지도 판정을 내기리도 했다.

경기장에선 허미미에게 세 번째 지도 판정을 내린 심판을 향해 야유가 쏟아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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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정 한국 유도 감독도 "위장 공격을 하려고 한 것이 아니다. 원래 본인이 가진 기술이 앉아서 하는 것이다보니 심판이 그런 판정을 한 것 같다"며 "연습 때 주의를 줬는데 본인 스타일이 있다보니까 그런 기술을 하게 된다"고 했다.

이어 "마지막에 주저앉은 뒤 가만히 있었던 것이 아니라 계속 일어나서 공격하는 상황이었다. 3번째 지도는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본다. 캐나다 선수가 공격을 거의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는데 같이 지도를 받았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도 든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도 "사실 받을만한 빌미를 줬다는 것 자체로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이런 부분은 허미미가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궁극적으로는 잘못된 판정은 아니었다는 뜻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일본 유도 영웅 스즈키 케이지는 32강에서 무명의 23세 몽골 선수 나이단 투신바야르를 만났다. 투신바야르는 몽골 씨름 선수로 활동하다가 유도로 전향한 6년 차 선수. 당시 참가 선수 중 랭킹이 가장 낮았다. 메달리스트 후보였던 스즈키가 이길 것이라는 전망이 압도적이었다.

그런데 투신바야르는 계속해서 하단 태클을 노리더니 더블렉으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상대로 한판승을 따냈다. 일본을 침묵시킨 한판승이었다.

여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투신바야르는 강력한 완력을 바탕으로 계속해서 상대들의 다리를 노렸다. 16강에서 한국의 장성호를 상대로도 싱글렉으로 경기를 끝내더니 결승전에서도 싱글렉으로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아스캇 지트케예프(카자흐스탄)를 꺾고 몽골에 역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안겼다.

IJF(국제유도연맹)는 2010년 1월부터 '유도의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취지로, 변칙적인 다리 태클 기술 등을 금지했다. 그해 1월 17일 수원에서 끝난 '2010 월드 마스터스(Masters)'가 바뀐 규정의 첫 적용 무대였다.

이에 따라 호쾌한 기술 대신 선수들끼리 주도권 싸움을 하게 됐다. 지도 판정이 늘어났고, 한판승 대신에 지도 판정에 따라 승패가 엇갈리는 경기가 많아졌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2004년 이원희와 2008년 최민호가 올림픽 무대에서 거뒀던 짜릿한 한판승을 더이상 볼 수 없다며 바뀐 유도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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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허미미는 2021년 자신의 생일을 앞두고 일본 국적을 포기했다. 일제강점기 항일 격문을 붙이다 옥고를 치른 독립운동가 허석(1857~1920) 선생의 5대손으로 알려져 더욱 화제가 됐던 허미미는 2022년부터 태극마크를 달고 활약 중이다.

어린 시절 일본에서 처음 유도를 시작할 때부터 유망한 재능을 과시했던 허미미는 올림픽을 앞둔 지난 5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개최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9년 만의 우승해 올림픽 금메달 가능성을 키웠다.

한때 올림픽 효자 종목이었던 유도는 2012 런던 대회를 끝으로 금메달 리스트를 배출하지 못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서는 은메달 2개와 동메달 1개가 전부였고, 2020 도쿄에서는 은메달 1개와 동메달 2개에 그쳤다. 여자 유도만 봤을 때는 1996 애틀랜타 대회 조민선 이후 28년간 소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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