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저커버그, 마주 앉았다…또 재킷 바꿔 입고 친분 과시 [송영찬의 실밸포커스]

덴버=송영찬 2024. 7. 30.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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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P


“세상 모든 사람이 인공지능(AI) 비서를 갖게 될 것입니다.”

29일(현지시간) 미국 덴버 콜로라도컨벤션센터 ‘블루버드 홀’. 팝 스타를 방불케 하는 함성 속에 수천 명의 참석자 앞에 선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확신에 찬 표정으로 “미래에는 AI 없이 어떤 업무도 가능하지 않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미 월가를 중심으로 ‘AI 거품론’이 확산하는 가운데 두 AI 거물이 마주 앉았다. 황 CEO는 이날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와 대담을 갖고 AI 기술 발전은 다음 단계로 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두 사람은 친분을 과시하며 ‘엔비디아 대 반(反)엔비디아’ 구도로 흘러가던 AI 시장 재편을 예고했다.

 젠슨 황 '물리적 AI' 강조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29일(현지시간) 미국 덴버에서 열린 '시그래프 2024'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AP

세계 최대 컴퓨터그래픽 콘퍼런스 ‘시그래프 2024’의 기조연설자로 나선 황 CEO는 AI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AI에 대한 가드레일(안전장치) 기술이 획기적으로 늘어난 덕분에 이전보다 훨씬 더 쉽게 제어할 수 있다”고 말했다. 

AI 열풍이 데이터센터의 과도한 에너지 사용을 불러왔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정면 반박했다. 그는 “기존에 저장돼있는 정보를 꺼내서 전송하는 데 데이터센터 사용 에너지의 1.5배를 사용하는 인터넷과 달리 생성형 AI는 그 자리에서 바로 생성하기 때문에 에너지를 오히려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황 CEO는 이제 세 번째 ‘AI 파도’를 눈앞에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픈AI의 ‘챗GPT’와 같은 선구자적인 기업들이 생성형 AI 열풍이라는 첫 번째 파도를 만들었고, 여러 기업이 앞다퉈 AI를 도입하며 두 번째 파도가 일었다면, 세 번째 파도는 ‘물리적 AI’가 될 것이란 설명이다. 그는 “AI를 생성하는 컴퓨터, 합성 데이터를 생성하는 컴퓨터, 휴머노이드 로봇 등 세 종류의 컴퓨터가 결합한 물리적 AI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오픈소스 중심으로 AI 시장 재편될 것"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29일(현지시간) 미국 덴버에서 열린 '시그래프 2024'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대담을 하며 웃고 있다. /사진=AP


기조연설 직후 대담을 가진 황 CEO와 저커버그 CEO는 AI 생태계가 오픈소스 AI를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저커버그 CEO는 “PC 운영체제(OS)에서는 오픈소스에 가까웠던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가 주도권을 잡았고, 모바일에서는 폐쇄적 형태의 애플의 iOS가 더 오랜 시간 주도권을 잡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AI 시장은 오픈소스가 승리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현재 생성형 AI 시장은 폐쇄적 AI가 주도하고 있다. 메타의 ‘라마’와 구글의 ‘제미나이’ 정도를 제외하고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대부분의 생성형 AI 모델은 폐쇄적 형태다. 저커버그 CEO는 “우리는 이타적인 목적이 아닌 후발주자의 한계로 오픈소스로 시작했지만 오픈소스인 덕분에 수많은 기업이 사용하는 플랫폼이 될 수 있었다”며 “오픈소스 생태계가 승리할 것이라고 낙관한다”고 말했다.

황 CEO는 저커버그 CEO의 ‘크리에이터 AI’ 비전을 치켜세웠다. 크리에이터 AI 비전은 오픈소스 AI를 바탕으로 개개인이 다 자신만의 개성 있는 AI를 가질 수 있도록 한다는 게 메타의 목표다. 저커버그 CEO는 이날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사용자들이 자신만의 맞춤형 AI 챗봇을 만들고 이를 프로필에 올려놓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29일(현지시간) 미국 덴버에서 열린 '시그래프 2024'에서 대담하고 있다. /덴버=송영찬 특파원

 엔비디아·메타vs구글·애플  

AI 시장을 흔들고 있는 두 거물의 대담은 시장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두 사람이 대중 앞에서 대담한 건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메타는 한때 반(反)엔비디아 전선에 합류한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날 대담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황 CEO는 저커버그 CEO를 소개하면서 “대학교를 중퇴한 덕분에 12년 먼저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앞서 지난 3월 “유니폼 교환(Jersey Swap)”이라며 서로 외투를 바꿔입은 사진을 SNS에 올렸던 두 사람은 이날도 외투를 교환했다. 저커버그 CEO는 지난번에 자신이 선물한 갈색 무스탕 재킷이 어울리지 않았다며 검은색 무스탕 재킷을 선물했고, 황 CEO는 오늘 자기 아내가 준 새 옷이라는 검은색 가죽 재킷을 선물했다. 지난 3월 외투 교환이 밀월 관계를 보여주는 자리였다면 이날은 밀월을 넘어 동맹을 선포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필 애플은 이날 자체 AI 모델 훈련에 엔비디아 GPU가 아닌 구글 클라우드 TPU를 활용했다고 밝혔다. AI 반도체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교롭게도 이날 저커버그 CEO는 폐쇄형 AI에 대해 돌발적으로 “그냥 엿 먹으라고 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애플을 겨냥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덴버=송영찬 특파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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