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재산권 전쟁인데…상반기 지재위 회의 단 한 번
민간위원장 공석 약 5개월, 사실상 활동 전무
전·후임 위원장 “업무 연속성 이어지도록 준비”
한국의 지식재산권(IP) 정책을 총괄하는 국가지식재산위원회(지재위)가 올해 상반기 민간위원장의 공석으로 활동 실적이 전무하다시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지식재산권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정작 정부는 손을 놓고 있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3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재위는 올해 상반기 본회의를 1회 개최하는 데 그쳤다. 5개 정책 분야에 대한 세부적인 안건을 다루는 전문위원회는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지재위는 정부의 지식재산 분야 주요 정책과 계획을 심의·조정하는 대통령 직속의 민·관 합동위원회다. 국가 지식재산 기본계획과 시행계획을 세우고 추진 상황을 점검·평가하는 역할을 맡는다. 지식재산 관련 예산의 배분 방향과 운용도 지재위에서 결정하는 만큼 국내 최고 정책 결정 기구인 셈이다.
지재위 위원장은 당연직인 국무총리와 민간 전문가가 공동으로 맡으며, 위원도 각 부처 공무원과 민간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지재위는 전임 민간위원장이었던 백만기 김앤장법률사무소 변리사가 지난 3월 임기를 마치면서 사실상 멈췄다. 이광형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이 신임 민간위원장으로 선출되면서 다음 달 1일 제7기 지재위 출범이 예정돼 있으나, 5개월 가까이 공백기였다.
지재위는 올해 1월부터 지난 6월 말까지 상반기 동안 본회의를 1회 개최하는 데 그쳤다. 이마저도 서면 회의로 이뤄졌다. 창출·보호·활용·기반·신지식재산 등 5개 분야 전문위원회는 서면이든 출석이든 회의 개최 실적이 전혀 없다. 이제 막 상반기 일정을 끝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이전과 비교하면 한참 모자란 수치다.
지난해 지재위는 본회의와 전문위원회가 모두 18회 열렸고, 2022년에는 17회 개최했다. 2023년에는 본회의 3회, 전문위원회 15회 열렸으며, 2022년에는 본회의 2회, 전문위원회 15회가 진행됐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민간위원장과 위원들의 임기가 끝나면서 회의를 개최할 수 없던 상황”이라며 “이 기간 안건 취합과 정리 같은 행정 업무는 꾸준히 준비해왔다”고 해명했다.
문제는 전임 민간위원장의 임기가 정해져 있음에도 후임 위원장의 위촉을 제때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후임 위원장을 미리 물색해 임명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으나 늦장 대응하는 바람에 장기 공백 사태를 불렀다. 특허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5월 총선 국면에 들어서면서 인사 검증이 지연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재위 위원장은 교체 시기마다 반복적으로 공석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임 위원장의 임기를 늘려 위원장 공백을 메우는 것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앞서 5기 지재위 민간위원장을 맡았던 정상조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20년 3월 임기를 시작해 2022년 3월 임기를 마칠 예정이었으나 정권 교체로 인해 후임 인선이 늦어질 것을 우려해 임기를 연장한 사례도 있다. 정 전 위원장이 2022년 10월 사의를 표명했지만, 1달 만에 후임 위원장 지명이 이뤄지기도 했다.
전·후임 지재위 위원장들은 장기간의 공백 사태에도 국내 지적재산권 제도 개선과 보호를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백만기 전 위원장은 “지재위의 행정 실무를 하는 지식재산전략기획단을 중심으로 새로운 위원장이 결정되면 업무 연속성을 이어갈 수 있게 실무적인 준비를 당부해뒀다”며 “후임인 이광형 위원장이 지적재산권에 전문성과 관심이 큰 만큼 하반기를 시작으로 업무가 시작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광형 신임 위원장은 “국내 산업계의 지적재산권 보호와 글로벌화를 위해 앞으로 관련 업무를 잘 챙겨 나가겠다”며 “전임 위원장이 추진하던 업무들을 잘 이어받고, 특히 직무발명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 적극 개선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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