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속 성차별 없애라”…공식 올림픽방송사에 내려진 지침[플랫][성평등 올림픽]
공식 올림픽 방송사가 2024 파리 올림픽 촬영진에게 여성 선수를 남성 선수와 같은 방식으로 촬영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여성 선수의 신체 부위를 부각하는 등 성차별적 시선이 중계에 담기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는 취지다.
28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주관 방송사인 올림픽방송서비스(OBS)는 최근 이런 내용을 내부지침에 반영했다. OBS는 중계권을 산 전 세계 방송사에 올림픽 표준 방송을 제공한다.
야니스 엑사르코스 OBS 최고경영자(CEO)는 “안타깝게도 일부 경기에서 카메라 촬영진이 남성 선수와 여성 선수를 다른 방식으로 화면에 담아 여전히 여성 선수들을 향한 고정관념과 성차별이 남아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촬영진이 유독 여성 선수를 클로즈업한 장면을 자주 보여주는데, 이런 경향의 바탕에는 ‘무의식적 편견’이 깔려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여자 선수들이 (다른 사람보다) 좀 더 매력적이거나 섹시해서 올림픽에 와있는 것이 아니다”며 “그들은 엘리트 운동선수로서 그 자리에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OBS는 2020 도쿄 올림픽 때부터 남녀 선수를 평등하게 다룰 수 있도록 지침을 수정해왔다. ‘외모, 옷, 특정 신체 부위에 불필요하게 초점을 맞추지 말 것’, ‘여성성과 남성성을 강화하는 고정관념을 피할 것’, ‘성차별적 시선이 담기지 않은 중립적 단어를 사용할 것’ 등 내용이 지침에 담겼다.
이는 IOC의 ‘성평등 올림픽’을 위한 노력과 맞물려있다. IOC는 이번 올림픽 출전 선수의 성비가 50대 50에 달해 완전한 성평등 올림픽이란 점을 강조해왔다. IOC는 성비 균형을 이루기 위해 여성 출전 종목과 혼성 종목을 늘렸다. TV ‘황금시간대’에는 여성 출전 종목을 더 많이 중계할 예정이다. 또 올림픽 마지막 경기로 남성 마라톤을 채택해 온 관습을 깨고 여성 마라톤이 마지막을 장식하도록 했다.
한편 호주 여자 수영 대표 선수를 향해 성차별 발언을 한 스포츠 해설자는 자리에서 해고됐다. 유럽지역을 중심으로 한 스포츠 전문 채널 유로스포츠의 해설자 밥 발라드는 지난 27일 열린 여자 수영 400m 자유형 계주에서 금메달을 딴 호주 대표팀에게 “여자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아시지 않나. 화장하고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등 성차별적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 김희진 기자 hjin@khan.kr
유럽 스포츠 전문 채널 ‘유로스포츠’가 여자 400m 계영 경기를 중계하던 도중 여성 선수들을 향해 “화장하느라 꾸물거린다”라고 발언한 해설위원을 해고했다.
유로스포츠의 2024 파리 올림픽 수영 해설위원인 밥 발라드는 지난 27일(현지시간) 호주 대표팀이 여자 400m 계영에서 우승하자 “여자 선수들이 방금 경기를 마쳤네요. 여자들이 어떤지 아시죠? 화장하느라고 꾸물거리겠죠”라고 말했다. 여자 선수들이 화장하느라 시상식이 지연될 것이라고 비꼰 것이다. 공동 해설위원인 전 영국 국가대표 여성 수영선수 리지 시몬즈는 발라드의 발언에 대해 “터무니없다”라며 “(여자 선수뿐 아니라) 남자 선수들도 그럴 때가 있다”라고 즉각 반박했다.
발라드의 발언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하며 거센 비판을 받았다. 한 네티즌은 “수영 중계에서 성차별이 일상적으로 행해지고 있다”라며 “이런 일이 여전히 올림픽 중계에서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황당하다”라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유로스포츠는 지난 28일 성명을 내고 “어젯밤 유로스포츠의 중계 도중 해설위원 밥 발라드가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라며 “발라드는 즉각 해설진에서 제외됐다”라고 밝혔다.
발라드는 해설위원에서 해고된 직후 SNS에 “토요일 호주의 계영 우승 세리머니를 보며 제가 한 발언이 몇몇을 불쾌하게 만들었다”라며 “그럴 의도가 아니었고 누군가를 비하한 것도 아니다. 내가 그랬다면 사과하겠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나는 여성 스포츠의 열렬한 옹호자다”라고 덧붙였다.
파리 올림픽은 ‘성평등 올림픽’을 기치로 내세우고 있다. 국제올림픽방송위원회의 방송사인 올림픽 방송 서비스(OBS)는 촬영 담당자들에게 여성 선수를 성차별적 시선으로 촬영하지 말라고 공지했다.
▼ 이두리 기자 redo@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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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팀 기자 fla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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