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인가, 반혁명 인물인가…美법원, 중국인 간첩 혐의 왕슈쥔 사건 재판 시작
피고, “중국의 민주주의를 위한 활동” 주장
기소장 "중 정보기관, 귀화한 중국인 미 시민권자 포섭"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미국으로 귀화한 중국인 왕슈쥔(76)의 ‘간첩 혐의’ 사건에 대한 재판이 29일 뉴욕 브루클린 법원에서 시작됐다.
미국 브루클린 연방검찰은 29일 재판에서 외국 스파이 활동 혐의로 기소된 왕이 미국내 중국 반체제 인사들을 배신하고 중국에 관련 정보를 넘겼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의뢰인이 공산주의 중국에 민주주의를 가져오려 활동해 왔을 뿐이라고 말했다.
검찰, 외국대리인등록법(FARA) 위반과 수사기관에 거짓말 혐의
엘렌 시세 검사는 배심원들에게 “그는 자신을 학자, 운동가, 중국 정부에 반대하는 민주주의 옹호자로 묘사했다”며 “중국 정부의 불법 요원으로 수년간 뉴욕 시민들을 감시했다”고 말했다.
1994년 9월 미국으로 이주한 왕은 2022년 3월 체포된 뒤 그해 5월 기소됐다.
검찰은 그가 미국 법무부 장관에게 통보하지 않고 외국 요원으로 행동해 외국대리인등록법(FARA)을 위반했으며 미국 당국에 거짓말한 것 등 4가지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중국 국가안전부 관리들이 왕에게 홍콩 민주주의 활동가, 대만 독립 운동가, 위구르족 및 티베트족 활동가 등을 표적으로 삼으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왕의 이 같은 활동은 2005년부터 2022년까지 진행됐다고 검찰은 배심원단에 밝혔다.
왕은 유죄 판결을 받으면 최대 25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미 검찰은 왕과 접촉한 ‘핸들러’ 즉 중국 정보 요원 4명도 기소했다. 그 요원들은 도주 중이며 중국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변호인 “중국의 민주주의를 위한 활동”
그는 “이런 활동은 중국 사회 변화를 촉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지 정보기관의 대리인 역할을 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마굴리스-오누마는 “왕 씨는 평화적인 수단을 통해 자유롭고 민주적인 중국을 증진하는 데 자신의 삶을 바쳤다”고 배심원들에게 호소했다.
지난해 여름과 가을 8차례에 걸쳐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인터뷰한 왕은 “(중국 정보기관 요원들과 나눈) 몇 개의 위챗 메시지 때문에 이런 오해받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결백을 주장했다
미국 법무부는 최근 몇 년 동안 중국과 이란 등 미국의 적대 세력에 의한 ‘국제적 억압’이라 부르는 행위를 단속해 왔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0일 보도했다.
‘국제적 억압’이란 자국 정부에 반대하는 활동가들에 대한 감시, 협박, 어떤 경우에는 송환이나 살해 시도를 의미한다고 SCMP는 전했다.
지난해 전직 뉴욕시 경찰 경사가 불법적인 중국 요원으로 행동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는 미국으로 도망친 범인을 고국으로 돌아와 기소되도록 협박했다.
검찰 기소장에 나타난 왕의 혐의와 중국 정보기관의 활동
기소장에 따르면 그가 정보를 넘긴 홍콩 반체제 운동가들은 후에 모두 체포됐다. 그는 수사기관에 체포된 뒤 중국 정보기관원들 만나지 않았다고 FBI에 거짓말을 했다며 ‘기만의 달인’이라고 적시했다.
방송은 그의 기소장에는 중국 국가안전부 요원이 미국에서 어떻게 활동하고 정보 자산(정보원)들을 어떻게 배양, 포섭하는지도 자세히 나와있다고 소개했다.
전직 중앙정보국(CIA) 요원 니콜라스 에프티미아데스는 중국 국가안전부는 정보를 수집할 때 특정 집단을 겨낭한다고 말했다.
민주주의 옹호자, 대만인, 티베트인, 위구르인, 파룬궁 등 5독(毒) 집단에 침투시키는 것이다.
중국은 민주주의 운동에 참여하는 중국계 미국인을 모집해 민주주의 옹호자들을 찾아내는 활동을 벌인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중국에서 태어나 자랐으며 현재 미국에 거주하는 개인을 모집하는 것이다. 특히 귀화한 시민은 시민권이 부여하는 자유와 이동성을 가지고 있어 각 종 정보에 더 잘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표적이 된다.
중국 정보기관은 때로는 돈을 제공하고 때로는 중국적 유산에 대한 자부심에 호소하며 그들의 허영심을 만족시킨다고 한다.
때로는 중국에 있는 반체제 인사의 가족을 위협해 정보를 누설하도록 한다.
왕은 전직 중국 대학 교수
그는 자신의 군사 역사에 대한 열정은 부친이 2차 대전 말 미 해군 소장의 통역을 맡은 것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쓴 책이 널리 알려지면서 1994년 9월 컬럼비아대 방문학자로 초청을 받아 2년 가량 머물 예정으로 미국에 왔다가 귀화한 미국 시민이 되었다.
뉴욕 퀸스 플러싱에 거주하는 왕은 선물가게의 점원을 하며 돈을 벌어 글을 쓰는 가난한 작가로 살기도 했다.
2006년 왕은 뉴욕에 있는 ‘후자오 재단’에 가입했다. 이 재단은 중국 민주주의를 옹호하는 강의를 하고 컨퍼런스를 조직한다. 왕은 이 단체에서 자원해 회계 및 행정업부를 도왔다.
그가 검찰 주장처럼 민주활동가의 정보를 모은 것은 후자오 재단 활동 등을 통해 중국 민주주의를 위해 활동하는 인물들을 접촉할 수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왕은 2022년 3월 16일 퀸즈 플러싱 자신의 아파트에서 연방수사국(FBI)이라는 자켓을 입은 요원 등에 체포됐다.
그는 체포 이후 발목에 발찌를 착용해 허가없이는 뉴욕이나 코네티컷을 떠날 수 없게 됐다.
기소장에 따르면 그는 체포 당시 크라이슬러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었다고 RFA는 보도했다.
그는 수년간 중국을 오가며 여행을 다녔고, 와인과 만찬을 즐기고 환대를 받았다. 중국 정보기관이 그의 항공편과 식사 비용 중 일부를 지불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jdrag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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