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기부제 시즌2 ‘지정기부사업’…전남은 조용?
전남 22개 시군 중 곡성·영암 2곳만 ‘기부사업’ 추진 중
곡성군의 실험, 모범 사례…지정기부로 ‘지역문제 해소’
(시사저널=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곡성에도 소아과 생긴다". 고향사랑 지정기부사업 1호가 가져온 변화다. 지정기부제가 의료 환경이 열악한 전남 곡성지역의 소아과 진료를 가능케 한 것이다. 곡성군은 고향사랑지정기부금을 활용해 다음달 27일부터 매주 2차례 옥과보건지소에서 소아과 진료를 시작한다고 30일 밝혔다.
곡성군, 고향사랑기부사업 1호 '소아과 진료'
이곳 주민들은 몸이 아플 경우 1시간 이상 소요되는 광주·순천·여수지역의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았다. 이에 곡성군은 농촌지역의 공통 문제인 열악한 의료시설이 지역 인구 감소의 한 요인으로 분석하고 지난 1월부터 '곡성에 소아과를 선물하세요' 고향사랑기부사업을 추진했다.
우선 목표 모금액을 8000만원으로 설정하고, 집중 홍보활동을 펼쳐 7개월여 만에 달성했다. 농촌 지역의 소아과 공백 문제에 대한 공감과 소아과 오픈런에 지친 젊은 층의 폭발적인 호응을 받았다고 곡성군은 설명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정기부' 사업을 여럿 내놨다. '고령자 돌봄을 위한 마을빨래방 프로젝트'와 '소아과의사 상주를 위한 곡성에 소아과를 선물하세요 시즌2', '유기동물 보호센터 확장 및 시설개선 프로젝트' 등을 지정기부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곡성군 사례는 지방자치단체가 아이디어를 잘 내고 모금을 잘하면 소멸 위기의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군 관계자는 "고향사랑기부제가 지역의 문제를 해소하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향사랑기부'제도가 시행 2년을 맞은 가운데 지난 6월부터 자신이 낸 기부금을 어디에 쓰도록 할지 정할 수 있는 '지정기부'도 도입됐다. 이에 전국 지자체들이 활발하게 다양한 지정기부 사업을 내놓고 있는 데 반해 기부금 모금 전국 1위인 전남의 경우 대다수 지자체들이 조용하기만 하다.
앞다퉈 '지정기부사업' 내놓고 있는 지자체들
30일 전남도 등에 따르면, 현재 지정 기부제를 추진 중인 전남 지자체는 곡성군과 영암군 2곳뿐이다.
반면 전국 지자체는 앞 다퉈 지정기부 사업을 발굴해 시행하고 있다. 광주극장 시설개선 및 인문 문화 프로그램 사업(광주 동구), 서천 특화시장 재건축 사업(충남 서천군), 취약계층(독거노인) 목욕이용권 지원사업(경남 하동군) 등이 대표적이다.
가장 눈에 들어온 곳이 충남 청양군이다. 청양군은 정산 초중고 탁구부의 훈련용품과 대회 출전비 지원을 '지정 기부' 1호 사업으로 내걸었다. 모금 목표액은 5000만원이다. 26일 오전 기준 3695만4200원, 목표액의 73.9%를 달성했다. 소아암 환자 의료용 가발 지원을 '지정 기부' 사업으로 내건 서울 은평구는 이날 오전 현재, 목표액의 32.41%를 모았다.
'영암 맘(mom) 안심 프로젝트'란 이름을 내걸고 산후조리원 필수 의료기기 구입을 추진하고 있는 전남 영암군은 목표를 향해 순항 중이다. 경남 산청군과 하동군, 전남 곡성군, 광주 동구와 남구는 '지정 기부' 사업을 2개 이상씩 내놨다.
지정기부까지 도입됐는데…전남 지자체 왜 소극적일까
그렇다면 대다수 전남 지자체들은 소극적일까. 새 제도 도입에 대한 무관심과 함께 앞장서기를 꺼리는 소극 행정이 빚어 낸 결과라는 견해에 무게가 실린다.
전남지역 지자체 한 담당 공무원들은 "일반 기금 사업도 시작 단계인데, 지정기부사업까지 하면 기부금이 분산돼 막 시작한 일반기금 사업마저도 꾸준히 진행하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기부금이 얼마나 모일지도 모르는데 큰 사업을 이것저것 벌일 수는 없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지정기부라고 올려놨는데 금액이 적게 들어오지 않을지 이런 부분도 우려가 되고, 해보지 않아서 약간 꺼리는 부분도 있기도 한다"며 "다른 시군은 어떻게 하나 그 추이를 지켜보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올 들어 5월 말까지 전남도와 22개 지자체는 고향사랑기부금 41억원을 모금했다. 이는 17개 광역단체 중 가장 많은 모금 액수로 알려졌다. 전남은 지난해 전국에서 가장 많은 143억3000만원의 기부금을 모았다.
김호진 전남도의원 "다양한 기부사업 발굴, 활성화해야"
전남도의회에서 고향사랑 지정기부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지자체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호진 도의원은 "지난 2월 개정된 '고향사랑 기부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고향사랑기부금 기부자가 지원 대상과 사용처 등을 지정할 수 있게 됐다"며 "지자체의 무관심으로 현재 기정 기부제를 추진 중인 전남 지자체는 곡성군과 영암군 2곳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고향사랑기부금 기부자가 원하는 사업에 기부금을 사용할 수 있어야 기부 만족도가 높아진다"며 "많은 전남 지자체가 지정 기부제를 도입하고 다양한 지정 기부 사업을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지정 기부 시행 초기이고, 도 차원이나 시군 차원에서 지정기부 제도 취지를 좀 살려서 전남만의 감동 있는 지정 기부사업을 발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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