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도 과학이다] 4년 노력 물거품 만드는 불의의 부상…가장 위험한 종목은?
세계적 선수들도 부상 탓 올림픽 불참
충돌 많은 운동이나 격투기 종목이 위험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2024 파리올림픽 개막을 앞둔 지난 25일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올림픽에 불참하게 된 이유’라는 기사를 실었다. 기사 속 올림픽 불참 스타의 명단에는 자메이카의 육상 스타 일레인 톰슨과 미국의 체조 스타 카일라 디첼로, 8번 올림픽에 참가한 체조 선수인 우즈베키스탄의 옥사나 추소비티나, 미국 농구 스타 카와이 레너드, 도쿄올림픽서 금메달을 받은 미국 레슬링 선수 데이비드 테일러 등이 포함됐다. 하나 같이 출전만 했다면 금메달을 노릴 선수들이지만, 지금은 TV로 올림픽 경기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
한국 대표팀에도 마찬가지로 불의의 부상에 올림픽 출전이 좌절된 선수들이 있다. 남자 체조 선수인 김한솔은 프랑스 출국 이틀을 앞두고 무릎 부상을 당해 올림픽 출전이 불발됐다. 사격대표팀의 이원호는 원래 오른손잡이였지만, 부상을 당하면서 왼손잡이로 변신해 총을 쏘고 있다. 이원호는 이번 대회에서 공기권총 10m에 나와 4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부상은 스포츠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운동 선수들은 크든 작든 부상을 안고 지내고, 적절한 부상 관리와 회복이 선수의 성적과 직결된다. 그렇다면 다양한 종목 가운데 특히나 부상 위험이 크고 위험한 종목은 무엇일까.
미국 국가안전위원회(National Safety Council)는 지난해 응급실 방문을 초래한 부상이 발생한 종목들을 분석한 통계를 최근 공개했다. 가장 많은 환자가 발생한 종목은 ‘운동’이었다. 일상 생활 속의 다양한 운동 중에 발생한 걸 통칭한 것으로 올림픽 종목과는 거리가 있다. 그 다음으로 많은 부상자가 발생한 종목은 자전거로 40만 5688건이었다. 이어서 농구(33만 2391건), 미식축구(26만 3585건), 스케이트보드(22만 1313건), 축구(21만 2423건)의 순이었다.
미식축구는 다른 나라보다 미국에서 독보적으로 인기가 높은 만큼 부상자도 많았다. 특히 미식축구는 선수들이 강한 충돌과 충격을 반복하는 스포츠여서 뇌진탕이나 뇌 손상의 위험도 크다. 캐나다 캘거리대 스포츠부상예방연구센터의 캐롤린 에머리 교수는 “충돌 스포츠는 뇌진탕 위험이 높을 뿐만 아니라 부상으로 인한 시간 손실도 크다”고 말했다.
미식축구는 올림픽 종목이 아니다. 파리올림픽에서 가장 위험한 종목을 따지면 복싱일 가능성이 크다. 미국 NSC 통계에는 없지만, 복싱은 언제나 위험한 스포츠로 꼽힌다. 의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독일 국제 의학 저널(Deutsches Ärzteblatt International)’에 따르면 복싱 선수 가운데 전 세계에서 매년 10명 정도가 사망한다. 연구진은 복싱 선수의 부상이나 사망과 관련해서 기록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이 다치거나 죽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올해 발표된 다른 논문에서도 복싱 선수의 최대 20% 정도가 만성 외상성 뇌 손상을 경험한다는 통계가 있다.
국내도 복싱이 가장 부상이 많은 종목이었다. 한국체육대와 대한체육회 태릉선수촌은 2014년 엘리트 운동선수인 국가대표 선수들의 훈련 기간 발생한 부상을 종목별로 정리해 논문으로 발표했다. 연구진은 “종목별 스포츠 손상(부상)과 관련된 특징과 발생률을 분석하면, 국가대표 선수의 훈련 중 발생하는 부상을 예방하는 프로그램 마련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17개 종목에서 국가대표 578명을 대상으로 1년간 부상 발생 현황을 조사했다. 부상이 가장 많이 발생한 종목은 역시 복싱이었다. 복싱은 모두 130건의 부상이 발생했고, 시합 중에 24건, 훈련 중에 106건이었다. 뒤를 이어서 레슬링이 87건, 유도가 82건이었다. 투기 종목이 1~3위를 차지했다.
스피드 스케이팅(80건), 하키(79건), 체조(62건), 배드민턴·펜싱·사격(54건)도 부상이 많은 편이었다. 부상 부위 중에서는 허리가 580건으로 17%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어깨가 576건(16.8%), 무릎 376건(11%), 대퇴 352건(10.3%)의 순이었다.
연구진은 예상보다 많은 부상이 비접촉 부상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비접촉 부상은 미식축구나 복싱 경기처럼 상대와 몸이 부딪히지 않고 스스로 균형을 잃거나 무리하게 훈련을 하다가 발생한다. 연구진은 “남자 선수 부상의 70.4%, 여자 선수 부상의 79.5%가 비접촉 부상이었다”며 “이 부분에 대한 분석을 통해 선수들의 부상을 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선수들의 부상에 대한 통계와 데이터는 예방과 치료를 위해 활용된다. 이번 파리올림픽을 앞두고도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국가대표스포츠과학지원센터가 과거 데이터를 활용해 선수들의 컨디션을 최적의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운동생리학 전담팀을 구성하고 종목에 맞는 훈련 프로그램을 만들고, 집중치료실을 통해 선수들의 체력 회복도 도왔다. 고압산소치료와 물 속에서 몸무게를 줄이면서 체력 훈련을 하는 수중치료 등이 대표적이다.
김아솜 충북 진천군 국가대표선수촌 메디컬센터 담당은 “수중에서는 부력으로 인해 몸이 가벼워지는 것을 이용해 체력 훈련을 하는데, 몸무게를 낮춘 상태로 하기 때문에 관절이 받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며 “골절 환자도 수중 치료를 이용해서 재활을 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근손실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JAMA Network Open(2024), DOI :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10809021/
NSC Injury Facts(2024), DOI : https://injuryfacts.nsc.org/home-and-community/safety-topics/sports-and-recreational-injuries/
대한스포츠의학회지(2020), DOI : https://doi.org/10.5763/kjsm.2020.38.1.43
한국데이터정보과학회(2014), DOI : https://doi.org/10.7465/jkdi.2014.25.3.555
Dtsch Arztebl Int(2010), DOI : https://www.aerzteblatt.de/int/archive/article/79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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