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환불 PG사, 괜찮나?..일부사 부채 > 자산 '빨간불'

금감원, 30일 큐텐 본사에서 전산 자료 입수… PG사의 정확한 환불 규모 나올 듯
일부 PG사,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많아… 손실 규모 따라 유동성 위기 올수도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금융감독원 직원들이 30일 서울 강남구 큐텐 테크놀로지 본사 건물에 티몬·위메프 정산지연 사태 관련 조사를 위해 들어가고 있다. (공동취재) 2024.07.30. photo@newsis.com /사진=

PG사(전자지급결제대행업)가 본격적인 티메프(티몬·위메프) 관련 환불 절차를 시작한 가운데 이로 인한 손실 부담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티메프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구상권 청구를 통해 환불 대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져서다. 대부분 PG사는 손실을 감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나 일부 업체는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우려가 있다.

금융감독원은 30일 오전 서울 강남에 위치한 큐텐 테크놀로지 본사 건물에 6명의 현장 검사반을 파견했다. 검사반은 이곳에서 티메프 정산지연 사태 관련한 전산자료를 입수했다.

검사반이 전산자료를 입수한 이유는 PG사의 신속한 카드 결제 취소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티메프와 관련된 11개 PG사는 금융당국 요청에 따라 결제 취소 절차에 착수했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르면 PG사는 카드 회원의 거래 취소 요구에 따라야 할 의무가 있다.

다만 상품을 구입했으나 배송되지 않은 게 확인된 소비자만 환불받을 수 있다. 물품 미배송 여부를 정확히 파악하려면 큐텐 본사에 있는 전산자료가 필요하다.

11개 PG사 중 8개 PG사가 앞서 환불 관련 절차를 개시했다. 이날 KG이니시스가, 전날에는 핵토파이낸셜이 환불 관련 민원 창구를 열었다. 한국정보통신도 조만간 결제 취소 절차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티메프 소비자 환불에 따른 PG사의 대규모 손실은 불가피하다. PG사는 소비자 구제를 위해 우선 결제 취소를 진행한 뒤 추후 구상권을 청구해 티메프에 관련 대금을 받아낼 계획이었다. 하지만 전날 티메프가 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이마저도 돌려받기 어렵게 됐다. 일단 PG사는 티메프의 기업회생 신청에도 환불 절차를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이다.

PG 업계가 떠안을 손실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일각에선 1000억원대에 이를 것이란 추정도 나온다. 일부 PG사는 자체적으로 수백원의 손실을 계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이 큐텐의 전산자료 분석을 끝내면 소비자 환불 액수와 PG사가 감내해야 할 손실 규모가 정확히 파악될 것으로 보인다.

티몬, 위메프 사태 관련 PG사(지급결제대행사)/그래픽=김다나

금융당국은 PG 업계가 부담을 어느 정도 떠안을 수 있다고 판단한다. 박상원 금감원 부원장보는 전날 "11개 PG사 대부분이 대기업 계열사이고, 2000억~3000억원의 자기자본을 가진 것으로 파악된다"며 "일부 소규모 계열사는 티메프와의 거래 금액이 그렇게 많지 않은 것으로 파악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PG사는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가령 PG사인 A 업체는 1년 안에 갚아야 할 유동 부채가 약 4100억원에 달하지만 유동 자산은 약 2400억원에 불과하다. 소비자 환불로 인한 손실 규모가 커지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금감원은 전날 PG 업계와 만나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일부 PG사는 결제취소로 인한 손실을 카드사도 일부 분담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PG사는 티몬과 위메프에서 결제 대행 정산 수수료로 약 0.03~0.05% 가량을 받는다. 카드사는 티몬, 위메프(2차 PG사)와 직접 계약을 맺지는 않지만 가맹점수수료 명목으로 PG사를 거쳐 약 2% 수준을 받는다는 게 PG업계의 주장이다.

카드사도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이번 사태와 관련해 손실 부담이 필요하다는 논리지만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르면 PG사가 일차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처지다.

여신전문금융업법 19조7항/그래픽=김다나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