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개에 ‘잘라야 할 꼬리’는 없다, 웰시코기도!

김지숙 기자 2024. 7. 30.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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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권혁호 수의사의 반려랩
웰시코기와 푸들 종 개는 생후 10~14일 때 꼬리를 자르는 ‘단미 수술’을 하는 경우가 많다. 게티이미지뱅크

말 못하는 작은 가족 반려동물, 어떻게 하면 잘 보살필 수 있을까요.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국내 여러 동물병원에서 멍냥이를 만나온 권혁호 수의사에게 반려동물의 건강, 생활, 영양에 대해 묻습니다. 매주 화요일 오후 2시 권혁호 수의사의 반려랩과 댕기자의 애피랩이 번갈아 연재됩니다. 궁금한 점은 언제든 animalpeople@hani.co.kr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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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웰시코기 종 강아지들은 이른바 ‘식빵 엉덩이’로 유명하잖아요. 웰시코기들이 걷는 모습을 보면 풍성한 엉덩이 털과 짧은 꼬리가 인상적인데요, 어째서 다른 개들과 달리 이 개들은 꼬리가 짧은 건가요?

A. 우리나라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여러 품종의 강아지들, 그 가운데서도 웰시코기와 푸들 종의 개들이 원래 긴 꼬리를 갖고 있었다는 걸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말씀하신 것처럼 귀여운 엉덩이를 흔들면서 신나게 달리는 웰시코기와 솜뭉치 같은 털 속에 작은 꼬리를 숨긴 푸들의 모습이 훨씬 익숙하실 거예요.

사실 개들이 이런 모습을 갖게 된 것은 태어난 지 2주가 안되어 ‘단미 수술’(Tail docking)을 받았기 때문이에요. 단미 수술은 동물의 꼬리를 자르는 수술을 말합니다. 도대체 동물의 꼬리를 왜 자르냐고요?

단미 수술의 시작은 역사가 오래된 감염병인 광견병과 연관이 깊습니다. 단미 수술이 시작된 시점은 기원전 4세기 고대 로마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당시에는 개의 꼬리 끝을 살짝 자르거나 혀끝을 자르면 광견병으로부터 개를 보호할 수 있다는 잘못된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로마인들은 광견병을 두려워하면서도 개를 이용한 사냥에는 관심이 컸어요. 또 개들이 긴 꼬리를 가지고 있어야 사냥감을 잘 추적한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사냥을 즐기는 귀족들은 개의 꼬리 끝만 살짝 자르고 대부분은 남겨뒀습니다. 반면 가난한 사람들이 기르는 개의 꼬리는 완전히 자르도록 지시해서 귀족이 아닌 사람들은 사냥에 참여하지 못하게 했다고 합니다.

과거 개들은 사냥을 돕거나 짐을 옮기는 실용적 목적으로 많이 키워졌고, 개의 꼬리가 길면 다칠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단미 수술을 해왔다. dogtailsmatter.org 갈무리

이렇게 개를 이용한 사냥은 18~19세기까지 귀족과 부자들의 전유물로 이어져 옵니다. 영국에서는 개의 긴 꼬리에 세금을 매긴 탓에, 긴 꼬리를 가진 개를 소유한 사람은 부자라는 걸 대번에 알 수 있을 정도였다고 해요. 반면 개 꼬리에 붙는 세금을 피하려고 서민들은 18세기 말까지 개들의 꼬리를 자르는 수술을 할 수밖에 없었고요.

이처럼 불과 20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개는 사람의 일을 보조하는 실용적인 목적으로 키워졌습니다. 지금과 같이 삶을 공유하는 반려견의 개념은 그리 넓게 퍼져있지 않았죠. 그러다 보니 개들이 여러 이유로 꼬리를 다치는 일도 잦았습니다. 덤불이나 초원을 뛰어다니다가 도깨비풀이나 다른 풀의 씨앗이 꼬리에 파고들어 감염이 생기거나, 쥐를 사냥하다가 꼬리뼈가 부러지고 탈골되는 경우도 있었고요. 당시 단미 수술은 소유자의 계급을 나타내는 것뿐 아니라 꼬리 부상으로 비롯될 수 있는 척추 손상이나 외상을 줄이려는 실용적인 목적도 일부 있었습니다.

단미 수술이 실용적인 목적보다 미적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중반입니다. 1859년 영국 북동부 뉴캐슬어폰타인에서는 세계 최초의 도그쇼가 열렸습니다. 도그쇼는 개가 얼마나 순종에 가까우며 아름다운지 겨루는 대회입니다. 당시 영국에서는 반려문화가 귀족에서 중산층으로 퍼지면서 개를 기르는 열풍이 시작됐고, 개를 번식시키는 브리더(육종가)나 주인들은 웰시코기 등특정 품종의 개는 꼬리가 없는 것이 이상적인 외형이라고 여겼습니다.

이런 흐름은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였어요. 1891년 미국의 잡지 편집자이자 야생동물보호 활동가인 조지 올리버 실즈가 쓴 책 ‘미국의 개’를 보면, 개의 외모를 설명하면서 단미 수술을 이용해 어떻게 개를 꾸밀 수 있는지 설명하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1950년에는 미국에서도 도그쇼가 시작되며 단미 수술을 마친 개의 외형을 ‘표준 체형’으로 인정하기 시작했습니다.

꼬리를 자르지 않은 웰시코기 종 개의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과연 멀쩡한 개의 꼬리를 자르는 것은 아무 문제도 없는 걸까요? 단미 수술을 찬성하는 사람들의 주장 가운데 가장 주된 의견은 어릴 때 꼬리를 자르면 개가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는 거예요. 단미 수술은 주로 개가 태어난 지 10~14일 사이에 이뤄지는데, 막 태어난 강아지가 느끼는 고통이 얼마나 큰 지, 혹은 단미 수술이 신경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정량화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그동안 ‘단미 수술 찬성론’의 근거가 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어린 동물일수록 신경세포가 더 예민해 오히려 성견보다 큰 고통을 느낀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어린 강아지라도 강한 통증을 느낄 수 있고, 이로 인해 자라서도 고통에 민감해질 우려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밖에도 단미 수술이 필요 없는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과거에는 개 꼬리의 부상 방지를 위해 단미 수술을 시행했다지만, 실제로 부상을 예방하는 효과는 미미한 편이었어요. 게다가 현대에는 개들이 이전처럼 수풀에서 사냥하는 일도 거의 없고요.

의사소통 문제도 큽니다. 개들은 꼬리의 움직임과 위치, 눈·귀의 모양, 음성 신호 등으로 감정을 표현합니다. 예컨대 개는 즐거울 때도 화났을 때도 꼬리를 흔드는데, 어떤 속도로 흔드느냐 혹은 어떤 모양과 방향으로 흔드느냐에 따라 모두 다른 감정을 나타냅니다.

감정 표현뿐 아니라 꼬리는 운동을 할 때 몸의 균형을 맞춰주고, 항문낭을 가려 체취를 감추는 역할도 합니다. 그러니 꼬리를 잃은 개가 어떤 어려움을 겪을지는 과학적 연구가 없더라도 경험적으로 예측할 수 있겠죠.

눈여겨보면 주변에 짧은 꼬리를 가진 개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개를 펫숍이나 브리더에게서 데려왔다면, 입양 당시 이미 꼬리가 잘려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반려인들은 단미 수술에 대해 알기 어렵습니다. 번식장에서 태어나 펫숍에서 새 가족을 만나는 국내 반려견 산업 안에서는 관행적으로 단미 수술이 이뤄집니다. 국내에서 꼬리 긴 웰시코기와 푸들을 찾기 어려운 이유죠.

우리 모두 생각해 봐야 할 점은 단미 수술을 할 충분한 근거와 정당성이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우리 인간들이 ‘댕댕이’들의 의견을 알기는 힘들지만, 단순히 미용적인 목적을 위해 꼬리를 자른다면 그건 부당한 일이 아닐까요. 한국에서도 부디 긴 꼬리를 힘차게 흔드는 강아지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권혁호 수의사 hyeokhoeq@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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