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민원에 향토기업 내쫓은 부산시···지역사회 반발에 뒷북 대책만
60년이 넘은 부산의 향토기업이 신축 아파트 주민의 집단민원에 타지로 이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역 사회 반발이 거세다. 전국 각 지자체가 기업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 중견 기업의 이전은 지역 경제 손실과 더불어 청년 유출로 이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30일 부산시 등에 따르면 YK스틸㈜은 오는 2027년까지 충남 당진으로 이전한다. 애초 연말까지 이전할 계획이었으나 전력망 확보에 차질이 생기면서 최근 이전을 연기했다.
YK스틸은 철근 등을 생산하며 연간 6000억~8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부산의 대표적 철강회사다. 1958년 극동철강공업으로 시작해 1966년 부산 사하구 구평동 현재의 위치(23만㎡)에 자리를 잡았다. 이후 금호산업과 한보철강을 거쳐 2002년 야마토공업에, 2020년 대한제강에 인수됐다. 지난해 연말 기준 직원은 351명, 협력업체는 450곳에 달한다.
1990년대 공장 인근에 소규모 아파트가 하나둘 생기다가 2014년 대단위 아파트 공사가 시작됐다. 당시 YK스틸 노조는 2014년 3월 부산시청 앞에서 “공장 옆에 아파트 허가? 소도 웃을 일”이라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시행사인 LH가 요청한 택지개발변경계획을 부산시가 승인한 것에 대한 항의였다.
이후 공장은 6개 단지 4178가구에 둘러싸였고, 우려한 대로 집단 민원이 시작됐다. 주민들은 소음, 분진, 악취를 호소했다. 연간 300건이 넘는 민원을 제기했다.
부산시와 사하구는 해결방안을 찾지 못하다가 2020년 공장 이전을 권유했다. 결국 YK스틸은 2020년 당진시와 이전 협약을 맺었다. 2022년에는 당진시에 3000억원 투자를 약속했다. 이에 따라 직원과 가족, 협력업체 관계자 등 1000여명이 이주할 것으로 보인다.
시민들은 “1990년 이후 부산의 공장부지는 모두 아파트가 됐는데 이는 부산시가 대안 없이 허가만 내준 결과”, “공장이 없으니 사람이 떠나고 결국 부산은 ‘노인과 바다’만 남게 될 것” 등의 반응을 보인다. 사하구 주민 윤덕영씨(62)는 “YK스틸이 있던 부지도 아파트 단지로 변할지 모르지만 결국 일자리가 없으면 젊은 층이 부산을 떠나게 된다”라고 말했다.
YK스틸 이전으로 비판 여론이 일자 부산시는 관련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부산시는 오는 8월 1일 원스톱기업지원단 신설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대책안을 발표한다. 부산시 관계자는 “향후 기업 애로사항에 적극 대응해 해소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문제는 정치적으로도 쟁점화되고 있다. 김형철 부산시의원(국민의힘)은 “YK스틸 이전은 오거돈(민주당) 시장 때 결정된 일로 당시 행정을 따져봐야 한다”라며 민주당 책임론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부산환경교육네트워크 이준경 대표는 “기업과 도시가 공존하는 도시 환경을 조성하지 않고 이전하는 기업을 수수방관한 것은 부산시”라며 “정당 책임론으로 논의를 몰아가는 것은 책임 회피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권기정 기자 kw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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