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 '결점' 생기는 보편 과정, 실험으로 입증

이병구 기자 2024. 7. 30.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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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자들은 과거 원시 우주가 폭발적으로 팽창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결점'이 생겼을 것으로 예측한다.

국내 연구팀이 '초유체 상전이'라는 물리 현상에서 생성되는 결점의 수가 그동안 이론으로만 예측했던 값을 따른다는 사실을 약 40년 만에 실험적으로 밝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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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자들은 빅뱅 이후 원시 우주가 팽창하고 냉각되는 과정에서 자연의 대칭성이 깨진 결과인 다양한 결점(defect)이 생성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물리학자들은 과거 원시 우주가 폭발적으로 팽창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결점'이 생겼을 것으로 예측한다. 국내 연구팀이 '초유체 상전이'라는 물리 현상에서 생성되는 결점의 수가 그동안 이론으로만 예측했던 값을 따른다는 사실을 약 40년 만에 실험적으로 밝혀냈다. 양자 시스템에서 결점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에도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대는 신용일 물리천문학부 교수팀이 초유체 상전이 과정이 빠를수록 결점의 한 종류인 양자 소용돌이가 더 많이 생성된다는 '키블-주렉 멱법칙(scaling)'을 실험적으로 증명하고 연구결과를 29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 피직스'에 공개했다고 29일 밝혔다.

현재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우주론은 우주가 한 점에서 폭발을 일으키며 형성됐다는 '빅뱅 이론'이 핵심이다. 과학자들은 이론 예측과 실험을 통해 원시 우주가 팽창한 과정에 담긴 비밀을 밝혀내고 있다.

과거 물리학자 톰 키블은 원시 우주가 팽창하고 냉각되는 과정에서 자연의 대칭성이 깨진 결과인 다양한 결점(defect)이 생성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1980년대에 물리학자 보이치에크 주렉은 우주에 결점이 생기는 과정을 실험실에서 구현할 수 있는 현상을 통해 알아내자고 제안했다. 이러한 결점 생성 메커니즘을 두 물리학자의 이름을 따 '키블-주렉 기작(Kibble-Zurek mechanism)'이라고 부른다. 

키블-주렉 기작은 보편성이 있어 다양한 물리계에 적용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전도체, 액정, 극저온 양자 기체, 강유전체 등 여러 분야에서 연구된다. 하지만 정작 처음 주렉이 제안했던 초유체 상전이 현상이 키블-주렉 기작의 핵심인 키블-주렉 멱법칙을 따르는지는 실험적으로 확인된 바가 없었다.

초유체 상전이 과정에서 결점인 양자 소용돌이가 형성되는 과정을 묘사한 그림. nature 제공

초유체는 입자가 흐를 때 마찰이 없어 계속 흐르는 것을 말한다. 전자처럼 전하를 띤 입자가 마찰 없이 흐르면 초전도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이나 공기처럼 흐르는 물질인 유체는 온도가 절대영도(0K, -273.15℃)에 가깝게 낮아지면 초유체로 바뀌는데 이 과정이 초유체 상전이다. 초유체 상전이가 발생할 때 결점의 종류 중 하나인 '양자 소용돌이(quantum vortex)'가 자발적으로 형성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키블-주렉 멱법칙에 따르면 초유체 상전이 현상이 일어나는 속도는 양자 소용돌이가 생기는 개수와 멱함수 관계다. 멱함수는 어떤 수가 다른 변수의 거듭제곱으로 표현된다. 상전이 과정이 빠를수록 양자 소용돌이가 많이 생긴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중성원자 방식의 양자 시뮬레이터를 활용해 초유체 상전이에서 나타나는 키블-주렉 멱법칙을 최초로 관측했다. 온도를 낮추거나 입자 사이의 상호작용 세기를 증가시켜 초유체 상전이 과정을 구현하고 상전이 시간에 따른 양자 소용돌이 개수를 확인한 것이다.

초유체 상전이 과정을 빠르게 지날수록 생성되는 양자 소용돌이(그림의 검은 점)의 개수가 많아진다. 왼쪽이 가장 느리게 지났을 때, 오른쪽이 가장 빠르게 지났을 때다. 서울대 제공

그 결과 양자 소용돌이 개수는 실험 변수와 관계없이 상전이 속도의 멱법칙을 따랐다. 초유체 상전이에서 자발적으로 생성되는 양자 소용돌이의 개수가 키블-주렉 멱법칙을 따른다는 것을 약 40년 만에 실험적으로 확인한 것이다. 

연구결과는 최근 양자컴퓨터를 중심으로 한 양자정보 과학 분야에도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연구팀은 "양자 시스템의 바닥 상태(에너지가 가장 낮은 상태)에서 결점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구현하는 데에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참고 자료>
- doi.org/10.1038/s41567-024-02592-z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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