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카만 문제? 이진숙, 방송통신 정책에 제대로 답 못했다
[이진숙 청문회 맥락과 검증(4)] OTT 지원 질문엔 동문서답, UHD "모른다", '복붙' 답변도
[미디어오늘 금준경, 박서연 기자]
'법인카드'가 최대 쟁점이 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 인사청문회에선 정책 질의도 여러차례 있었지만 이 후보가 구체적으로 답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진숙 후보는 방통위 주요 현안인 UHD 방송정책에 관한 질의에 답하지 못했다.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UHD 정책 관련 질문 드리겠다. 지상파방송을 UHD로 시청하는 가구 비율이 어느정도인가”라고 묻자 이진숙 후보는 “파악 못했다”고 답했다. 이해민 의원은 “현재 UHD 정책에 대해 기본 방향성만 물어보고 싶다. 찬성이냐 스톱돼야 한다고 생각하나”라고 묻자 이진숙 후보는 “가장 최근의 일은 파악이 안 돼 취임하면 파악하겠다”고 했다.
지상파UHD는 HD보다 화질이 선명한 차세대 방송을 뜻하는데 지상파를 직접수신해야만 볼 수 있다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방송사들이 당초 약속한 투자계획을 이행하지 않은 데다 접근성이 떨어져 7년 동안 국회 국정감사에서 매년 논란이 된 사안이다. 이진숙 후보는 주요 현안인 UHD 시청 현황은 물론 정책에 대한 입장도 내지 못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방통위 주요 정책과제로 제시한 방송광고 규제에 관한 견해도 불분명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기존 방송광고와 OTT 광고 규제의 비대칭을 지적하며 “레거시 미디어와 OTT 간 규제 수준을 맞추기 위해, OTT에 규제를 부과할지 레거시 미디어에 대한 규제를 없앨지 방향성을 말해달라”고 물었다. 그러자 이진숙 후보는 “균형감 있게 가져가겠다”고만 답했다.
광고규제 관련 윤석열 정부 정책방향을 설명하거나, 광고유형별 규제방향의 차이 등 세부적인 언급은 하지 못했다.
'동문서답'도 있었다.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국내 OTT의 해외 진출을 위해 가장 필요한 지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진숙 후보는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는데, 국내 OTT는 부담하고 있기 때문에 불평등하다는 점”이라고 했다. 국내 사업자 해외진출시 지원 방향을 물었는데 해외 사업자의 국내 규제를 통해 대응하겠다고 한 것이다. 통상 국내 OTT 지원 방안으로 세제 지원, 콘텐츠 제작 지원 등이 꼽히는데 관련 언급은 없었다.
망사용료 관련 답변이 일방적인 면도 있었다. 이진숙 후보는 “국내 OTT 업체들만 망사용료를 내기 때문에 비대칭적인 손해를 보고 있다”며 “방통위원장에 임명되면 이 부분에 주목하겠다”고 했다.
망사용료는 딜레마가 있어 전임 방통위원장들은 비교적 신중한 태도를 보인 상황인데 이진숙 후보는 강한 입장을 낸 것이다. 지난해 8월 이동관 당시 방통위원장 후보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밝힌 것과 대조적이다. 통신사들이 해외 사업자에 망사용료를 부과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으나 한국의 망사용료가 과도해 이용자 편익에 오히려 해가 된다는 지적이 있다. 국내 사업자가 국내 인터넷에 접속하는 비용과 해외 사업자가 국가별로 진출할 때 내는 비용을 동등 비교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이진숙 후보는 청문회를 앞두고 지난 22일 국회에 서면 답변서를 제출했는데 정책 현안 질문에 이전 방통위원장과 같은 답을 냈다.
특히 이진숙 후보는 방송통신발전기금 징수 대상 확대에 관한 질문에 “새로운 사업자에게 조세외 금전적 부담을 지우는 것은 광범위한 의견수렴과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8월 이동관 당시 방통위원장 후보가 청문회에 앞서 제출한 입장과 토씨 하나 다르지 않다.
종편 등 재승인 평가에 정성평가(비계량)가 과도하다는 지적에 이진숙 후보는 “장기적으로 정성평가(비계량) 항목 축소 등 재승인 심사 평가의 객관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이동관 전 후보 역시 “장기적으로 정성평가(비계량) 항목 축소 등 재승인 심사 평가의 객관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동일한 답을 했다.
서면 답변에서도 추상적인 답변을 반복하기도 했다. 방송통신 산업의 공정 경쟁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을 묻자 “균형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위원장이 되면 전문가업계 등 폭넓은 의견수렴을 통해 정책을 고민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정책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따라서 야당에선 이진숙 후보의 극단적 발언과 법인카드 문제, 노조 탄압 논란뿐 아니라 '정책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지난 29일 청문보고서 채택 논의 때 “선입견을 배제하고 정책 능력과 도덕성을 판단해보자는 생각으로 임했다”며 “전문성을 보여주는 데도 실패했다”고 했다. 그는 “표면상의 이력이 굉장히 화려했기 때문에 그에 걸맞은 고민과 해답들을 듣기를 원했는데 모든 정책질의에는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25일 청문회에서 박민규 민주당 의원은 “방송미디어에 과제가 산적하다. 방통위원장 역할에 따라 미디어산업의 성공과 실패가 걸린 상황에서 MBC를 입맛에 맞추려고 하고, KBS를 용산방송으로 만들려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는 걸 명심해달라”고 했다.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대학생 면접 준비할 때도 이것보다 열심히 한다”며 “(현안이) 산적한데 방통위원장으로서 할 줄 아는 게 방송탄압과 노조탄압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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