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저점’ 2%대 국고채금리, 커지는 가계빚 폭증우려
주담대금리도 2%대 재진입 목전
7월 가계대출 4조7349억원 불어나
정부 ‘정책대출’ 금리조정카드 꺼내
국고채 금리가 약 28개월 만에 2%대로 떨어지는 등 시장금리 하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금리 하락에 따른 ‘가계 빚’ 증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계대출 증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 수요를 막기 위한 은행의 가산금리 조정 움직임도 ‘한계’에 봉착했다. 최근 은행들에서 여러 차례 가산금리 인상을 결정했지만, 시장금리 하락세가 거세지며 효과가 상쇄된 영향이다. 이에 정부는 그간 ‘실수요자’ 피해를 우려해 꺼려왔던 정책자금대출 금리 조정을 단행하고 나섰다.
▶은행채 금리 ‘연저점’...주담대 금리 2%대 ‘재진입’우려=30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전날(29일) 종가 기준 5년물 은행채(AAA 등급) 금리는 3.242%로 지난 2022년 4월 4일(3.215%) 이후 약 2년 4개월 만에 최저점을 기록했다. 올 2월 중 3.951%까지 치솟았던 은행채 금리는 전반적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달 들어 금리 하락세가 가속화됐다. 이달 1일 3.49%였던 은행채 금리는 한 달도 채 안 돼 0.248%포인트 줄어들었다.
이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며, 채권 가격 상승세를 이끈 영향이다. 시장에서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올 9월 ‘빅 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을 단행할 수 있다는 기대가 형성되는 가운데, 이에 동조한 한국 기준금리 인하 전망도 실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전날(29일)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28개월 만에 2%대로 내려앉았다. 현재 기준금리(3.5%)를 고려하면, 정책금리 움직임이 큰 폭으로 선반영된 셈이다.
문제는 주택담보대출 수요를 중심으로 한 가계빚 증가 추세다. 이달 주요 은행들은 수차례에 걸쳐 자체적인 가산금리 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주담대 금리가 최저 2%대 선으로 하락하며, 대출 수요를 부추길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까지 2%대 주담대 금리를 적용하던 신한은행 또한 이번주부터 주담대 가산금리를 0.2%포인트 상향하며, 3%대 주담대 금리는 다시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은행채 금리 하락세가 거세지며, 다시 2%대 주담대가 돌아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이날 기준 신한은행의 고정형 주담대 상품 금리 하단은 3.05%(준거금리 3.28%)로 집계됐다. 지난달 중순 주요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 하단이 3.04%였던 것을 고려하면, 수차례 금리 인상의 효과는 미미한 셈이다. 심지어 추후 현재 수준의 은행채 금리(3.24%)가 반영될 경우 금리 하단은 3.01%까지 떨어져 다시 2%대 진입을 목전에 두게 된다.
가계대출 증가 속도는 점차 빨라지고 있다. 지난 25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713조3072억원으로 전월 말과 비교해 4조7349억원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났던 지난 6월 증가폭(5조3415억원) 수준을 넘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심지어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매수 심리도 쉽게 꺾이지 않고 있다.
▶정부, ‘정책대출’금리 조정 카드 꺼냈다=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는 쉽사리 꺼내지 않았던 정책대출 금리 조정에 돌입했다. 전날 은행권은 주요 정책모기지 디딤돌·버팀목 대출금리 산정 기준을 조정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31일부터 버팀목 대출의 경우 한도(상품별 임차보증금의 70~80%)의 30% 이하로 대출을 신청하면 0.2%포인트 우대금리를 적용한다.
아울러 버팀목 전세대출의 기한을 연장할 때 대출금을 10% 이상 갚지 않았다면, 가산금리로 기존 0.1%p보다 큰 0.2%p를 덧붙이기로 했다. 세 번째 연장부터는 소득을 재심사해 소득 기준이 넘을 경우 임차보증금 구간별 최고금리에 0.3%포인트 가산금리도 적용된다. 디딤돌 대출 역시 한도 30% 이하 대출 금리를 0.1%포인트 감면한다.
정책대출은 이전부터 가계대출 증가의 주요인으로 지적돼 왔지만, 정부는 금리 조정 등 조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자칫 실수요자의 주택 구입 문턱을 높일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은행들에 대한 금리 인상 압박 등 조치에도 불구하고 가계빚 문제가 잡히지 않자, 우선 우대금리 적용 등 ‘이점’ 부여를 위주로 한 수요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상반기 5대 은행 가계대출 증가액(16조2000억원) 중 9억7000만원은 정책성 대출인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실효성에 대해서는 우려가 뒤따른다. 은행권 관계자는 “정책대출 금리 체계를 조정할 경우 가계대출 수요에 즉각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신규 대출자의 문턱을 높이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 정책대출 금리 조정에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만큼, 은행권에 대한 금리 인상 요구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우 기자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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