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부속실' 꺼내든 윤 대통령‥야당 "방탄용 벙커"

홍의표 euypyo@mbc.co.kr 2024. 7. 30.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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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건희 여사 보좌할 '제2부속실' 설치 작업‥ "윤 대통령 지시"

대통령실이 김건희 여사의 활동을 공식 보좌할 '제2부속실'을 설치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는 언론 보도가 오늘 아침 잇따랐습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MBC에 "윤석열 대통령이 제2부속실을 설치하기 위한 대통령비서실 직제 개편 검토를 지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1972년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처음 만들어진 제2부속실은 대통령 배우자를 보좌하는 조직으로, 일정과 메시지 등을 챙기는 역할을 합니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대통령실 축소 등을 이유로 이를 폐지하겠다고 공약했고, 실제로 취임한 뒤 제2부속실을 설치하지 않았습니다.

윤 대통령이 취임한 이래, 대통령실이 제2부속실 설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1월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민 대다수가 설치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면"이라는 전제를 달아 제2부속실 설치를 언급한 바 있습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기자들에게 "제2부속실 설치를 검토하고 있고, 우리와 비슷한 국력과 정치체제를 가진 나라들은 어떻게 영부인에 대한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자료사진

■ '명품백 논란'에 "제2부속실 있어도 예방 안 된다"더니‥ 왜?

이렇게 올해 초부터 대통령실이 제2부속실 설치에 대한 군불을 지펴왔지만,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구체적인 결과는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 드러난 바는 없었습니다. 지난 2월 KBS와 진행한 신년 대담에서도 윤 대통령은 "검토는 하고 있다"고 운을 떼긴 했지만, '제2부속실이 있었더라도 논란이 예방됐겠냐'는 취지의 언급을 덧붙인 바 있습니다.

"제2부속실 같은 경우는 지금 우리 비서실에서 검토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을 예방하는 데는 별로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어떤 제도든지 간에 만약에 어떤 비위가 있거나 문제가 있을 때 사후에 감찰하고 하는 것이지 예방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고요. 제2부속실이 있었더라도 제 아내가 내치지 못해 가지고 자꾸 오겠다고 하니까 사실상 통보하고 밀고 들어오는 건데 그거를 박절하게 막지 못한다면 제2부속실이 있어도 만날 수밖에 없는 거 아니겠습니까?" - 윤석열 대통령, 지난 2월 7일 KBS 특별대담

4.10 총선에서 여당이 패배한 뒤, 지난 5월 진행된 윤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도 '제2부속실'에 대한 언급은 없었습니다.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들께 걱정 끼쳐드린 부분에 대해서 사과를 드리고 있다"고는 했지만, 그간 대통령실이 언급했던 제2부속실 설치 같은 후속 조치는 거론되지 않던 겁니다.

하지만 지난해 '명품백 수수 의혹'을 필두로, 여당 전당대회 과정에서 불거진 '문자 무시 논란' 등 김 여사를 둘러싼 각종 논란이 더욱 커진 상황입니다. 직제 개편 검토 등 윤 대통령의 지시가 이른바 '여사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이유입니다. 여기에 더해 국민의힘 한동훈 신임 대표가 앞서 당대표에 출마하면서 "제2부속실 설치를 강력하게 요구하겠다"고 공언해 온 만큼, 윤 대통령이 강조한 '당정 화합'의 모양새를 의도한 것으로도 보입니다.

브리핑하는 더불어민주당 최민석 대변인

■ 민주당 "의혹 방탄용 벙커에 불과"‥ 개혁신당 "사후약방문"

반년 전 대통령실이 거론한 '제2부속실 검토'는 당시 '김건희 여사 특검법' 거부권 행사에 따른 부정적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용도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야권의 비판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을 둘러싼 검찰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제2부속실 설치'가 재차 거론되는 건 모종의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최민석 대변인은 오늘 브리핑에서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어떻게 끝날지는 불 보듯 뻔하다"며 "허울뿐인 제2부속실 설치는 의혹 방탄용 '벙커'에 불과하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명품백 수수 의혹에 이어 임성근 전 사단장 구명 청탁, 삼부토건 주가조작 등 김건희 여사의 의혹들은 더욱 쌓이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을 수용하라"고 압박했습니다.

개혁신당도 김성열 수석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사후약방문"이라고 지적하며 "김 여사께서 공사 구분이 어려웠다면, 당연히 제2부속실을 설치해 적절히 보좌를 했어야만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이제라도 김 여사가 영부인으로서 품격을 지키고, 논란이 되는 행보를 하지 않도록 공적 관리를 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상황이 더 악화되는 일을 막는 브레이크 역할은 기대한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미 제2부속실장에 장순칠 시민사회2비서관이 검토되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온 만큼, 제2부속실 설치 관련 실무 작업은 어느 정도 진행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제2부속실'이 향후 정국의 유불리에 따라 반복해 꺼내 드는 카드가 될지는 계속 지켜봐야 할 일입니다.

홍의표 기자(euypyo@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2024/politics/article/6622313_3643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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