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日 불편한 진실, 허미미 '독립운동가 후손' 언급 NO→'일본 연고 선수 두 명이 결승' 정신승리
[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일본 언론이 역사적 진실은 외면한 채 '정신승리'에 급급했다.
일본 언론 도쿄스포츠 온라인판은 30일 '나가노 출신 캐나다 대표 크리스타 데구치가 금메달을 땄다. 재일 3세 허미미를 꺾었다. 일본에 연고가 있는 선수 2명이 결승에서 붙었다. 허미미가 세 번째 지도를 받은 순간 금메달의 주인공이 가려졌다. 데구치는 나가노현 출신이다. 일본에서 활약했지만, 아버지의 나라인 캐나다의 국적을 달았다. 그는 도쿄올림픽엔 나서지 못했지만, 세계랭킹 1위로 파리올림픽에 나섰다. 허미미는 도쿄 출신의 재일 3세다. 일본명을 가지고 있고, 현재는 와세다대학교 여자 유도부의 주장을 맡기도 했다. 최근 급성장하며 한국 대표팀에 합류했다'고 보도했다. 데구치 금메달, 허미미 은메달, 일본의 후나쿠보 하루카는 동메달이었다.
허미미는 30일 프랑스 파리의 샹드마르스 경기장에서 열린 크리스타 데구치와의 2024년 파리올림픽 유도 여자 57㎏ 이하급 결승전에서 지도 3개를 받고 반칙패했다. 허미미는 이번 대회 한국 유도 '1호 메달'을 획득했다. 앞서 이틀간 치러진 남녀 4개 체급에서는 메달이 나오지 않았다. 또한, 허미미는 2016년 리우 대회 48㎏ 이하급 정보경 이후 8년 만에 한국 여자 유도에 은메달을 선사했다.
2002년생 허미미는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자랐다. 그는 유도 선수였던 아버지를 동경해 도복을 입었다. 중학교 때부터 '유도 종주국' 일본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중학교 3학년이던 2017년 일본 전국중학교유도대회 여자 52㎏급에서 우승했다. 이듬해 일본 카뎃유도선수권대회 같은 체급에서 준우승했다. 허미미는 운동하면서도 명문대인 일본 와세다대 스포츠과학부에 진학할 정도로 성실했다.
그의 인생을 바꾼 것은 지난 2021년이었다. 허미미가 잘 따르던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할머니는 "한국 국가대표로 선수 생활을 하길 바란다"는 유언을 남겼다.
허미미는 한국행을 택했다. 평소 잘 알고 지내던 같은 재일 교포 김지수를 따라 경북체육회 유도팀에 입단했다. 입단 과정에서 허미미는 자신이 독립운동가 허석(1857∼1920) 선생의 5대손임을 알게 됐다. 허석 선생은 일제강점기 당시 항일 격문을 붙이다 옥고를 치렀다. 1991년 건국훈장 애국장에 추서됐다.
그는 올림픽을 향해 힘을 냈다. 꾸준한 운동으로 근력 보강, 경기 운영 능력도 국제 경험을 쌓아가며 보완해나갔다. 2022년 6월 국제대회 데뷔전인 트빌리시 그랜드슬램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그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준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올해는 더욱 매서웠다. 포르투갈 그랑프리와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각각 금메달과 은메달을 획득하는 등 꾸준히 좋은 성적을 이어왔다. 진나 5월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여자 선수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건 1995년 여자 61㎏ 이하급 정성숙, 여자 66㎏ 이하급 조민선 이후 29년 만이었다.
허미미는 "(할머니께) 오늘까지 유도 열심히 했고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다고 말하고 싶다. 아쉽긴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꿈이었던 올림픽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결승전까지 갔다. 정말 행복했다. 메달을 딴 것도 너무 행복하다. (애국가 가사 외웠는데) 못 불러서 아쉽다. 다음 올림픽에서는 꼭 부르고 싶다. (4년 뒤엔) 나이를 먹었을 테니까 체력이 더 좋을 것 같다. 다음 올림픽에선 금메달을 꼭 딸 수 있을 것 같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편, 이날 허미미는 경기 뒤 일본 기자들에게도 질문 세례를 받았다. 허미미는 "이렇게 한국 대표팀에 합류해 한국을 대표해 (올림픽에서) 경기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일본 취재진이 공식 기자회견에서 일본 국적을 포기하고 한국을 선택한 결단에 대해 묻자 "(그 덕에) 내가 굉장히 존경하는 많은 선수와 같이 겨룰 수 있었다. 굉장히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할머니께서 한국에서 올림픽에 나가 금메달을 따면 좋겠다고 하셔서 한국을 택했다. 어렸을 때부터 엄청 잘해주셨다. 나는 할머니만 믿고 따르며 살아왔으니 한국을 선택하게 됐다"고 답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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