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바둑기사가 '판돈' 키웠다…조폭 배후 '홀덤펍' 무더기 적발(종합)
수수료 명목으로 수십억원 수익 올려
(전국 종합=뉴스1) 조아서 강정태 남승렬 이시우 이승현 양희문 홍수영 기자 = 최근 '홀덤펍'이 전국 각지 번화가를 중심으로 우후죽순 생겨난 가운데 홀덤펍을 중심으로 불법 도박·환전이 만연하게 벌어져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홀덤펍 운영에 지역 조직폭력배가 가담하면서 사회적 폐해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 경찰이 최근 홀덤펍 불법영업과 관련해 전국 동시다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홀덤펍은 포커의 한 종류인 홀덤과 펍(Pub)의 합성어로 입장료를 받고 게임 장소와 칩을 제공하며 주류 등을 판매하는 업소다. 하지만 게임을 통해 획득한 칩을 현금이나 현물로 환전하는 행위는 불법 도박에 해당한다.
이렇듯 다수의 홀덤펌에서 합법의 경계를 넘어서 게임을 통해 획득한 칩을 상품권 또는 현금으로 환전하거나 시상금 명목으로 수십만 원에서 수천만 원 판돈이 오가는 정황을 다수 포착돼 업소 운영자 및 딜러 등이 무더기 검거됐다.
부산에서는 154개 회원사를 보유한 홀덤협회와 공모해 기부금의 탈을 쓴 도박자금을 다시 시상금으로 불법 환전한 홀덤펍 운영자와 협회장인 유명 바둑기사가 적발됐다. 부산경찰청 형사기동대는 관광진흥법위반, 도박장소개설 혐의로 협회 관계자 5명, 홀덤펍 업주 61명, 딜러 93명 등 159명을 송치하고, 이중 홀덤협회장 A 씨(45)와 부산 소재 홀덤펍 업주 2명 총 3명을 구속 송치했다고 30일 밝혔다.
A 씨 등은 2022년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홀덤협회를 운영하면서 회원사 협약을 맺은 52개 홀덤펍과 공모해 도박자금 64억 원을 기부금으로 세탁한 뒤 6%대 수수료를 떼고 도박 참여자에게 협회 시상금을 계좌이체 해 불법 환전해준 혐의를 받는다.
같은 날 경남에서는 불법 도박장 운영자 16명과 딜러 등 종업원 89명, 불법도박 참가자 25명이 무더기로 검찰에 송치됐다. 이들은 불법 도박을 할 수 있도록 장소 등 편의를 제공하고, 칩을 현금으로 환전해주면서 10% 수수료를 받아 10억 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이달 대구와 광주에서도 칩에 수수료를 떼고 환전해주거나 수십만원에 달하는 참가비와 테이블당 50만 원 수수료를 받아 챙기는 수법으로 수억원의 수익을 챙긴 홀덤펍 운영자와 딜러 등이 무더기로 검찰에 넘겨졌다.
문제는 이러한 불법 도박장으로 전락한 홀덤펍의 배후에 조직폭력배가 깊숙이 자리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조직적·체계적으로 움직이며 범죄 단속을 피하고, 이렇게 불법으로 벌어들인 범죄 수익은 세력을 확장하는 조직의 운영자금으로 사용돼 또다른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 24일 충남경찰청은 관광진흥법 및 도박장 개설 혐의로 조직폭력배 B 씨(40대) 등 4명을 구속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 등은 천안의 한 상가에 타인 명의로 휴게음식점을 차려 놓고 테이블 등 도박 시설을 꾸몄다. 주로 심야나 새벽 시간 SNS나 지인 등을 통해 참가자들을 모집한 뒤 '텍사스 홀덤' 도박판을 벌여 참가자들이 낸 돈의 10~15%를 수수료로 챙겼다. 운영 기간에 약 26억 원의 돈이 오간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경찰 단속을 피해 온라인 송금만을 이용했으며, 사전에 허위 진술을 모의하기도 했다.
지난 5월에도 제주지역 폭력조직 C파의 조직원 등이 운영하는 제주시 불법 홀덤펍이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지난해 1월부터 6월까지 홀덤펍을 개장해 게임 칩을 현금 또는 계좌이체를 통해 거래했으며 수수료(10%) 등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는다. 도박을 한 다른 폭력조직 D파 조직원들도 함께 검찰에 넘겨졌다.
이렇듯 홀덤펍에서는 게임과 도박이 한끗 차이로, 합법과 불법 사이를 교묘하게 오가는 수법 탓에 경찰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충남경찰청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의심 신고가 접수됐지만 도박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 확보가 어려웠다"며 "잠복 등을 통해 실제 운영자 등의 신원을 특정하고 금융거래 내역을 확보해 금전이 오간 증거를 찾아냈다"고 설명했다.
ase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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