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주도권 2차전’...與 “대통령 거부권 건의” vs 野 “이진숙 탄핵”

박숙현 기자 2024. 7. 30.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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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4법 국회 본회의 통과 후 여야 대응 예고

공영방송 주도권을 쥐기 위한 여야 2차전이 시작됐다. 30일 야당이 단독 처리한 방송 4법(방송법·방송문회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설치및운영법)에 대해 여당은 윤석열 대통령에 재의요구권을 건의한다고 밝혔고, 야당은 아직 임명도 되지 않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경고했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진 교체 시점과 맞물려 다음 달 중순까지 여야가 극한 대치를 이어갈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이날 한국교육방송공사법을 마지막으로 방송4법을 5박 6일에 걸쳐 모두 단독 처리했다. 방송3법은 KBS, MBC, EBS 등 공영방송 이사 숫자를 현행 9~11인에서 21인으로 대폭 늘리고 이사 추천권을 언론·방송 학회와 관련 직능단체에 부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방통위법은 방송통신위원회 의결 정족수를 현행 상임위원 2인에서 4인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같은 기간 국민의힘은 4차례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리적 의사진행방해)를 통해 법안의 부당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과반 의석의 야당이 토론을 강제 종결한 후 법안들을 모두 처리하자 비상 의원총회를 열고 대통령 재의요구권 행사 건의 방침을 밝혔다. 신동욱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 법안(방송4법)대로라면 국민이 아닌 민주당과 민주노총이 영구히 공영방송의 주인 노릇을 하려 들 것”이라며 “국민의힘은 이제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해 민주당의 공영방송 장악 시도를 반드시 막아낼 것”이라고 했다.

방송 4법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국회 재표결을 거쳐 자동폐기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방송4법에 대해 여야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며 야당의 강행 처리 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 행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법안이 국회에서 정부로 이송되면 대통령은 이송 다음 날부터 15일 이내에 공포하거나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방송4법 외에 야당이 강행 처리를 예고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전 국민 25만 원 지급법(민생회복지원금법) 등도 함께 거부권을 내밀 가능성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30일 오전 국회에서 '방송4법'을 모두 통과시킨 뒤 개최한 의원총회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여당의 대통령 거부권 건의 방침에 이 방통위원장 후보자 탄핵소추안 추진으로 맞불을 놨다.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이 위원장이 임명되면 그간 가장 강력하게 얘기한 게 ‘2인 체제’의 불법성, 위법성이기 때문에 그것을 근거로 즉각적으로 탄핵에 돌입한다”며 “방통위원장 인재풀이 고갈날 때까지 (탄핵 추진을)할 수밖에 없다. 타협할 지점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 후보자 임명 직후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경고한 것이다.

국회는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시한(29일)을 넘겼는데, 인사청문회법상 대통령은 국회에 기한을 정해 재송부를 요청하고 국회가 이후에도 보고서를 내지 않으면 후보자를 바로 임명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이 후보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이날 기한으로 정해 송부해달라고 요청해, 이르면 오는 31일 이 후보자 임명이 전망된다.

여야의 공영방송 대립은 다음 달 12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진 임기 만료를 앞두고 극에 달한 상태다. 방송 4법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최종적으로 막히게 되면 조만간 임명될 이 후보자와 후임 방통위 부위원장 ‘2인 체제’로 방문진 이사 선임안 의결이 가능해진다. 민주당은 이 후보자 임명 직후 탄핵을 추진해 이를 저지하겠다고 벼르고 있지만, 탄핵소추안은 국회 본회의 보고된 때부터 24시간 72시간 이내에 표결에 부칠 수 있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방송4법 수정안을 마련해 재추진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윤 원내대변인은 “논의된 바는 없지만 아마도 그렇게 되지 않겠나”라면서도 “현실적으로 (방문진 이사 교체를)막을 마땅한 방법이 있는 건 아니라서 다시 한번 방송 장악을 둘러싼 정권과 야당의 투쟁, 언론인 탄압 국면이 만들어지게 돼 안타깝고 힘들지만 야당으로서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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