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정신병원 병실 내 ‘격리·강박’은 인권침해”

전현진 기자 2024. 7. 30.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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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이준헌 기자

정신의료기관 병실에서 환자를 움직이지 못하게 묶는 부당한 격리·강박은 인권 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A정신병원 병원장에 대해 부당한 격리·강박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보건복지부의 관련 지침을 철저히 지킬 것을 권고했다고 30일 밝혔다. 관할 보건소장에 대해서도 격리·강박이 부당하게 시행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도·감독을 철저히 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A정신병원에 응급입원된 환자 B씨(77)는 경찰에 의해 지난해 10월 입원됐다. B씨는 입원 중 휴대전화 사용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병실 침대에 묶였다. 그가 누운 침대 주변엔 가림막이 설치됐다. B씨는 당시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의사 표현도 못한 채 누운 상태로 대변을 보는 등 방치됐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A병원 병원장은 “B씨가 극도로 흥분해 안정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강박을 지시한 것이고, 격리실에는 다른 환자가 입실 중이어서 인권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가림막을 설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B씨는 1시간가량 강박됐다.

A병원 간호사는 이 병원이 정신응급병상 지정 병원이라 응급환자 입원 비율이 높고 격리실에 입실되는 경우가 많지만 공간이 부족해 병실에 환자를 묶어야 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고 했다. 병실에 환자를 강박할 때는 기저귀를 채우고 가림막을 설치한다고도 증언했다.

보건복지부의 ‘격리 및 강박 지침’에 따르면 격리·강박은 격리실로 명시된 공간에서 하는 것이 원칙이다. 해당 공간은 타인으로부터 인격이 보호되는 장소여야 하고, 환자를 관찰하기 쉬운 장소, 즉 간호사실 인근에 설치돼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또 지침은 병동 편의나 처벌 목적으로 시행되어서는 안 된다.

인권위는 A병원 조치가 불가피한 사정이 없었음에도 보건복지부 지침을 위반해 헌법이 규정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신체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환자의 치료와 안전보호를 위한 것이라도 목적을 넘어 과도하게 시행되지 않도록 지침이 준수돼야 한다”며 이어 “인권을 덜 침해하는 다른 수단이나 방법을 고려할 수 없을 만큼 저항이 심하거나 의료적으로 급박성이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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