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영(대학 영어) 50만원에 삽니다” 대학가 필수 영어 과목 수강 전쟁
“‘대영’(대학 영어 과목의 줄임말) 50만원에 삽니다” “졸업 학년이에요. 제발 대영 팔아주세요”
방학 중에 진행되는 계절학기 수강 신청을 앞두고 서울대 익명 커뮤니티에 이런 글들이 수두룩 올라왔다. 졸업을 눈앞에 뒀던 서울대 4학년 장모(29)씨는 필수 영어 과목을 수강 신청하는 데 실패해 졸업이 1년 미뤄졌다. 장씨는 “(대학 영어는) 수강 인원이 20명 정도인 소규모 수업인데다, 여름 방학 계절학기에만 열리고 겨울 방학 땐 열리지 않아서 1년을 허무하게 날리게 생겼다”고 했다.
최근 대학가에서는 졸업 전에 의무적으로 들어야 하는 영어 수업을 두고 치열한 수강 경쟁이 벌어진다. 고학년인데 필수 과목 수강 신청에 실패하면 졸업 시기가 밀리게 돼 커뮤니티 등에서 수업을 사고 팔기도 한다.
대학 영어 과목은 저학년 때 많이 듣고, 개설 강의 수도 많지 않다. 재학생은 신입생이 채우고 남은 자리를 차지해야 하기 때문에 학년이 올라갈수록 수업을 신청하기 어려워진다.
이화여대 졸업생 이모(25)씨는 “필수 영어 과목은 고학년으로 갈수록 티오(TO·정원)가 줄어 저학년 때 못 들으면 점점 수강 신청하기가 어려워진다”고 했다. 중앙대 졸업생 소모(24)씨는 “보통 학과 차원에서 짜주는 1학년 시간표에 필수 영어 과목이 기본적으로 배정돼 있기는 하지만, 2학년 이후 같은 과목을 신청하는 것은 어렵다”고 했다.
일부 대학들은 공인 영어 성적을 제출하면 수업을 면제해주거나, 학교 측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게 강제로 배정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대다수 학교들은 수강 신청에 실패한 과목을 들으려면 담당 과목 교수의 승인·허락이 필요해, 과목에 따라 졸업 사정이 달라질 수 있다.
학생들 사이에선 필수 과목이 본래 목적을 잃고 오히려 ‘수업 뒷거래’에 뛰어들게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서울 지역의 한 대학생은 “수강 신청에 실패할 시 졸업이 미뤄지기 때문에 자칫 수업 신청에 실패하면 취업 등 사회 진출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며 “학생들 수요를 반영해 필수 영어 과목 신청 방식 등을 전반적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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