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현수막 게시대는 상위법에 위배"…'조례 무효' 판결 확정

허광무 2024. 7. 30.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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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 현수막은 전용 게시대에만 걸고, 이를 위반하면 철거할 수 있다'는 울산시 조례가 상위법을 위배해 무효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결국 대법원도 "조례안이 현행 옥외광고물법에 없는 전용 게시대 설치 의무를 신설한 것은 법령 우위의 원칙에 위배되고, 법률의 위임 근거도 없으므로 무효"라면서 "개정법은 전국적으로 통일적이고 일률적인 기준으로 정치 현수막을 규율하려는 취지라서, 법령 위임 없이 조례로 법보다 엄격하게 제한하도록 정한 것은 법령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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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가 울산시의회에 무효 확인 소송 제기…대법원, 원고 승소 확정
"상위법에 없는 의무 신설" 판단…"현수막 난립 방지 취지 무색해져" 반응도
철거되는 정당현수막 지난해 10월 16일 오전 울산시 관계자가 울주군 범서읍의 한 전봇대에 걸린 정당 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정당 현수막은 전용 게시대에만 걸고, 이를 위반하면 철거할 수 있다'는 울산시 조례가 상위법을 위배해 무효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30일 울산시의회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지난 25일 행정안전부가 울산시의회를 상대로 제기한 조례안 의결 무효 확인 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해당 조례안은 울산시의회가 지난해 9월 제정·공포한 '울산시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 산업 진흥에 관한 조례'를 말한다.

당시 시의회는 이 조례를 개정하면서 '정치 현수막을 전용 게시대에 설치하고, 이를 위반하면 철거할 수 있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이후 계도기간을 거쳐 개정 조례가 본격 시행된 지난해 10월 중순 이후로는 울산지역 곳곳에 정당 전용 게시대가 설치됐고, 거리마다 난립했던 정당 현수막은 사라졌다.

울산의 조례 제정과 시행은 인천에 이어 전국 두 번째였고, 이후 광주·서울·부산·대구 등 다른 지자체에서도 비슷한 조례 개정 시도가 이어졌다.

다만 조례 개정 과정에서 상위법인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옥외광고물법)과 상충한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이를 근거로 행정안전부는 조례를 개정한 울산·광주·서울·부산·대구시의회 등을 상대로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전국 시도의회가 '정당 현수막에 대한 합리적 게시 기준을 마련해 달라'는 취지로 정부에 옥외광고물법 개정을 건의한 결과, 올해 1월부터 '각 정당은 읍·면·동별 2개 이내로 정당 현수막을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개정법이 시행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전용 게시대'나 '철거' 등을 명시한 울산 등 일부 지자체 조례안보다는 훨씬 완화된 수준의 규정이다.

결국 대법원도 "조례안이 현행 옥외광고물법에 없는 전용 게시대 설치 의무를 신설한 것은 법령 우위의 원칙에 위배되고, 법률의 위임 근거도 없으므로 무효"라면서 "개정법은 전국적으로 통일적이고 일률적인 기준으로 정치 현수막을 규율하려는 취지라서, 법령 위임 없이 조례로 법보다 엄격하게 제한하도록 정한 것은 법령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개정 조례가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정당 현수막 게시대를 운영·관리하는 울산시 사업도 전면 백지화될 전망이다.

울산시는 지난해 조례 제정 이후 약 7억2천5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지역 120곳에 전용 게시대를 설치했고, 올해 말까지 47곳을 추가 설치할 예정이었다.

울산시의회 관계자는 "보행자 안전을 위협하고 소상공인들의 가게 앞을 가렸던 정당 현수막이 사라지자 시민들이 환영했고, 각 정당도 호응도가 높았다"며 "정치 현수막 난립을 방지하는 규정이 없어 조례를 개정한 것인데, 그 취지가 대법원 판결로 무색해져 안타깝다"고 유감의 뜻을 밝혔다.

조례를 대표 발의했던 울산시의회 권순용 의원은 "지방자치와 자치입법권 차원에서 이번 판결은 아쉬운 점이 있다"면서 "현행 옥외광고물법을 고려해 시민 보행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개정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hk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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