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천차만별 복불복?', 시기와 지역에 따라 달라지는 올림픽 메달 포상금의 흥미로운 변신
[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올림픽 금메달의 가치는 얼마일까.
4년 마다 돌아오는 전 세계인의 스포츠 대축제, 올림픽은 선수들에게는 일생에 한번 찾아올까말까 하는 엄청난 이벤트다. 2024 파리올림픽에 참가한 미국 체조선수 프레드릭 리처즈는 "우리는 지금 우리 생에서 가장 큰 이벤트에 참가하고 있다"며 올림픽 참가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영원불멸의 영예, 국가적 자부심의 상징. 금메달의 가치
실력과 운이 함께 따라야 참가할 수 있는 대회다. 평생 올림픽 무대에 서지 못하는 특급 엘리트 선수도 셀 수 없이 많다. 때문에 이런 특급 이벤트인 올림픽에서 따내는 금메달의 가치는 쉽게 평가하기 어렵다. 선수에게는 일생을 넘어 영원불멸의 영예가 된다. 국가적으로 봐도 대단한 자부심의 상징이다. 그래서 올림픽 메달, 특히 금메달에는 엄청난 포상금이 뒤따른다.
이번 2024 파리올림픽에서도 초반부터 명승부가 이어지며, 영광의 금메달이 탄생했다. 특히 한국 대표선수단은 당초 우려와 달리 대회 초반 선전을 이어가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당초 이번 대회 '금메달 5개'를 예상했는데, 개막 4일차인 30일 현재 이미 목표를 달성했다. 양궁 남녀 리커브 단체와, 펜싱(오상욱), 사격(반효진, 오예진)에서 5개의 금메달이 쏟아졌다.
때문에 이들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포상금의 규모에도 관심 쏠린다. 흥미로운 점은 같은 금메달이라도 선수의 소속 지역과 종목에 따라 포상금의 규모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는 점이다.
'올림픽 단체전 10연패'의 위대한 업적을 쌓아 올린 여자 양궁대표팀 내에서도 금메달 포상금의 규모가 크게 엇갈렸다.
'슈퍼에이스' 임시현(21·한국체대)과 '신스틸러' 전훈영(30·인천시청) '막내온탑' 남수현(19·순천시청)으로 구성된 여자양궁팀은지난 29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 경기장에서 열린 2024년 파리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전 결승에서 슛오프 끝에 중국을 세트 점수 5대4(56-53 55-54 51-54 53-55 29-27)로 꺾었다. 이로써 양궁 단체전이 처음 등장한 1988 서울대회부터 10연속 금메달의 신화를 썼다.
▶최저-최고, 같은 팀에서도 무려 35배 차이나는 포상금 규모
그런데 여자 대표팀 내에서 금메달의 포상금 규모가 크게 엇갈렸다. 최고액와 최저액의 차이가 무려 '35배'나 된다. '막내온탑' 남수현은 전라남도와 순천시로부터 일시불로 총 1억500만원의 포상금을 받는다. 반면 '신스틸러' 역할을 한 전훈영은 인천시로부터 300만원을 받을 예정이다.
물론, 금메달의 가치가 포상금의 규모에 따라 달라지는 건 아니다. 또 국가로부터 받는 금메달 연금과 포상금은 모든 선수가 동일하다. 규정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가 금메달 포상금 6300만원을 동일하게 지급하고,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연금(월 100만원 또는 일시금 6720만원)을 준다.
하지만 종목 협회별, 소속팀별, 지역 체육회별로 또 추가적인 포상금이 뒤따른다. 이건 각 주체의 예산과 포상 규정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선수별로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같은 종목에서도 달라진다. 전훈영의 경우 인천시체육회 규정에 따라 300만원의 포상금을 받는다. 인천시체육회는 국제종합경기대회(올림픽·아시안게임 등) 금메달은 300만원(은 200만원, 동 100만원)의 포상금을 주기로 정해놨다.
반면 남수현은 순천시 뿐만 아니라 전라남도로부터도 포상금을 받는다. 전라남도는 2019년부터 '새천년 인재육성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는데, 남수현이 2021년 새천년 으뜸 인재로 선정된 바 있다. 이 포상규정에 의거해 우수선수 육성지원금 7000만원에 금메달 포상금 500만원이 지급될 예정이다. 남수현 소속팀인 순천시 또한 금메달 포상금 3000만원을 지급할 계획이다.
각 지자체 체육회의 규정에 따른 결과라고는 해도, 적게 받는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들 수 있다. 때문에 인천시는 전훈영에게 추가적인 포상금을 주기 위해 현재 여러 관련 방안과 예산을 다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목과 국가별로도 큰 차이
이런 현상은 다른 종목 또는 국가별로도 쉽게 확인된다. 올림픽 개최국인 프랑스의 경우, 이번 올림픽에서 종목에 상관없이 금메달 포상금 8만유로(약 1억2000만원)를 책정했다. 이전 올림픽보다 30% 증가한 금액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번 대회에서 홍콩에 첫 금메달을 안긴 펜싱의 비비안 콩은 '로또급 포상금'을 받았다. 홍콩은 금메달 포상금 규모가 크다. 선수단이 적고, 금메달 획득 확률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포상금 규모를 크게 늘려 선수들의 사기를 끌어올리기 위한 이유다. 미국 포브스는 홍콩의 금메달 포상금을 76만8000달러(약 10억6400만원)라고 밝혔다. 프랑스 보다 약 9배 많다.
콩은 여기에 더해 '평생 철도이용권'을 보너스로 받았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지난 28일 "철도기업 MTR이 콩에게 감사의 의미로 평생 철도이용권을 주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국내의 경우도 종목 단체별로 서로 다른 포상금을 내걸었다. 대한골프협회는 올림픽 금메달 포상금으로 3억원을 내걸었다. 대한복싱협회는 1억원이다. 대한핸드볼협회 또한 금메달을 획득하면 선수당 1억원이 포상금을 약속한 바 있다.
남녀단체전에서 이미 2개의 금메달을 획득한 대한양궁협회의 경우에도 협회장인 정의선 현대자동차 그룹회장이 막대한 포상금을 지급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 2021 도쿄올림픽 때도 개인전 금메달 3억원, 단체전 2억원 등 총 25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한 바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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