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진 ‘호기’ 이우석 ‘독기’ 김제덕 ‘패기’… 세계 압도했다[2024 파리올림픽]

■ 양궁 남자단체 3연패
김우진, 3번사수 맡아 승부결정
이우석, 결승서 6발 모두 10점
김제덕, 파리서도 “파이팅” 포효
양궁 올림픽누적 금메달 29개

무적의 트리오　 김우진(왼쪽부터)과 이우석, 김제덕이 30일 오전 프랑스 파리의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남자단체전 결승전에서 침착하게 과녁을 향해 활을 쏘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파리=정세영 기자 niners@munhwa.com

김우진(32·청주시청), 이우석(27·코오롱인더스트리), 김제덕(20·예천군청)으로 구성된 한국 남자양궁 대표팀이 2024 파리올림픽 단체전 3연패를 달성했다.

한국 남자대표팀은 30일 오전(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레쟁발리드에서 끝난 대회 단체전 결승에서 프랑스에 세트 점수 5-1(57-57 59-58 59-56)로 승리, 금메달을 차지했다. 한국 남자 양궁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과 2020 도쿄올림픽에 이어 단체전 3연패에 성공했다. 또 전날 여자 단체전에 이어 남자 단체전도 제패한 한국 양궁은 남녀 동반 3연패를 이뤄냈다. 아울러 한국 양궁의 올림픽 누적 금메달은 29개까지 늘어났다. 한국이 역대 하계올림픽에서 쌓은 금메달은 총 101개. 비율로 따지면 28.1%가 넘는다.

남자 대표팀은 ‘무적의 트리오’로 불린다. 그만큼 멤버 구성과 조합 면에서 완벽하다는 평가. 실력도 흠잡을 데 없다. 랭킹라운드를 1위로 통과했고, 8강 토너먼트에선 상대 팀에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는 완벽한 경기력을 뽐냈다. 맏형 김우진의 든든함과 허리 이우석의 간절함, 막내 김제덕의 씩씩함이 빚어낸 결과다.

마지막 사수로 나선 김우진은 든든한 맏형 역할을 해냈다. 3번 사수는 마지막 발로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기에 가장 중요하다. 물론 올림픽에만 세 번째 출전한 김우진은 마지막 사수를 자청했다. 김우진은 시상식이 끝난 뒤 “3번이 부담스러운 자리지만, 다른 선수들이 더 편하게 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김우진은 결승에서 10점과 9점을 번갈아 쏘며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1번 주자로 나선 이우석은 이번이 첫 올림픽 무대. 2020년에 도쿄올림픽 대표선발전을 통과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로 대회가 1년 연기됐고, 이듬해 선발전이 다시 열렸으나 3위 안에 들지 못했다. 이를 악물고 나선 올림픽, 그동안 흘린 땀은 결과로 돌아왔다. 이우석은 결승에서 6발 모두 10점에 꽂는 신들린 듯한 플레이를 펼쳤다. 막내 김제덕은 분위기메이커 역할을 자처했다. 도쿄올림픽에서 ‘파이팅’을 크게 외쳐 화제를 모은 김제덕은 이번 대회에서도 화살을 쏠 때마다 포효하거나 몸짓을 크게 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정의선 회장 “축하” 정의선(왼쪽 세 번째) 현대차그룹 회장이 30일 오전 프랑스 파리의 레쟁발리드에서 2024 파리올림픽 양궁 남자단체전 금메달을 차지한 이우석(왼쪽 첫 번째)과 김우진(〃 두 번째), 김제덕(〃네 번째)의 손을 순서대로 맞잡으며 축하를 해주고 있다. 대한양궁협회 제공

이날 단체전을 마친 선수들은 입을 모아 정의선 대한양궁협회 회장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해 눈길을 끌었다. 정 회장은 2005년부터 대한양궁협회 수장을 맡아 밀착형, 맞춤형 지원으로 경기력 향상을 돕고 있다. 정 회장은 29∼30일엔 남녀 단체전이 열린 레쟁발리드 관중석을 찾아 대표팀 선수를 알뜰살뜰 챙겼다. 김우진은 “정의선 회장님께서 말씀하시길 ‘머리는 비우고 시합을 즐겨라’고 해주셨다. 그래서 그 말을 듣고 즐겼다. 남은 경기에서도 머리는 가볍게 가슴은 뜨겁게 경기에 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정 회장은 “(선수들이) 앞으로도 본인이 노력했던 게 헛되지 않도록 너무 흥분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침체 되지도 않은 정신으로 잘해 나갔으면 좋겠다. 건강하게 남은 경기를 잘 치를 수 있도록 열심히 돕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