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언론 "사도광산 그림자 유산 받아들여야" vs "韓 관여는 정치 개입"

박준호 기자 2024. 7. 30.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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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 "강제노역 견해 엇갈리지만 직시해야할 사실"
마이니치 "다양한 차원 대화 거듭해 안정된 관계 노력 계속"
산케이 "등록 결정에 화근 남겨…전시에 韓관여 절대 안돼"
[도쿄=AP/뉴시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는 일본의 사도광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한다고 27일 결정했다. 일본은 사도광산에 조선인 노동환경을 보여주는 전시물 설치를 약속하며 한국 정부의 동의를 이끌어냈다. 일본 니가타현 사도에 있는 사도광산은 '니시미카와긴잔'(西三川砂金山)과 '아이카와쓰루시긴긴잔'(相川鶴子金銀山) 등 2개로 구성돼 있다. 사진은 지난 3월 12일 니가타현 사도에 있는 사도광산의 상징적 채굴터인 아이카와쓰루시긴긴잔의 '도유노와리토(道遊の割戸)' 모습. 2024.07.30.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 노역이 이뤄졌던 일본 니가타현 사도광산이 '강제동원' 문구 없이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일본 언론에서는 보수, 진보 성향에 따라 이에 대한 상반된 시각을 드러냈다.

진보 성향 아사히신문은 30일자 사설에서 "강제노역이냐 아니냐의 견해가 한일 간에 엇갈리는 가운데 강제의 표현은 피하면서 가혹한 노동환경에 있었음을 현지에서 전시함으로써 양 정부가 절충한 타협의 산물이라고는 하지만 직시해야 할 사실임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아사히는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대해 "등록까지 곡절이 많았다"며 "특기할 만한 것은 과거사 평가를 둘러싸고 한일 정부가 대립하는 상황에서 양측이 의견 접근을 통해 착지점을 찾은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크게 개선된 한일관계도 합의를 뒷받침했다"며 "하지만, 애초부터 일본측이 한반도 출신자의 고난의 역사에 진지하게 마주하는 자세로 임했다면, 이렇게까지 사태는 복잡해지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라고 지적했다.

아사히는 "(세계유산)등록 결정 다음 날인 28일부터 현지 향토박물관에서는 한반도 출신이 위험한 갱내 작업에 종사한 비율이 내지 출신보다 높았던 상황 등이 전시공간을 마련해 소개되고 있다"며 "밖에서 말할 것도 없이 스스로가 주체적으로 역사와 마주하는 것이 본래 있어야 할 모습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역사는 국가의 독점물도, 빛으로만 채색된 것만은 아니다"라며 "그림자 부분을 포함해 전체를 받아들여야 유산의 가치를 더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제언했다.

또 다른 진보 일간지 마이니치신문은 30일자 사설에서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과정에서 '강제동원' 문구를 둘러싼 양국 간 논쟁을 두고 "비록 이견이 있었지만 대화를 통해 타협점을 찾는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줬다"고 평가했다.

마이니치는 사도광산의 유산 등재 과정에서 "장애물이 되고 있던 것은 한일 관계"라며 "한국은 전시 중 조선인 강제노동 현장이었음을 언급하지 않은 채 등록하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고 전했다.

이어 "한일은 가혹한 작업에 종사하는 한반도 출신 노동자가 일본인보다 많았던 점 등을 현지 시설에서 소개하기로 합의했다. 일본이 인정하지 않는 강제노동이라는 단어는 사용하지 않지만 실질적인 강제성을 읽을 수 있는 전시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마이니치는 9년 전 일본이 '메이지 일본의 산업혁명유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한 후 조선인 징용을 포함한 전체 역사를 전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행하지 않은 사실을 지적하며 "이번 양국의 (사도광산 문제)대응은, 이 케이스에 대한 반성을 근거로 한 것"이라고 했다.

마이니치는 "오랫동안 교착상태를 빚었던 (한일)정부 간 대화가 재개되면서 물밑에서 조율할 수 있게 됐다"며 "윤석열 정부가 징용공(徴用工·일제 강제징용 노동자의 일본식 표현) 문제 해법을 내놓은 것을 계기로 관계가 개선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 신문은 또 "오랜 역사를 가진 이웃 나라인 만큼 마찰의 씨앗이 적지 않다"면서도 "중요한 것은 심각한 대립으로 발전시키지 않는 것이다. 다양한 차원의 대화를 거듭해 안정된 관계를 만드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반면 일본의 대표적 극우 성향 매체인 산케이신문은 사도광산의 조선인 강제 노역 관련 내용을 전시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내놨다.

산케이는 28일 사설에서 "사도금산(佐渡金山)은 독자적인 채광·정련 기술로 발전한 귀중한 광산 유적"이라며 "에도 시대인 17세기에는 세계 최대의 금 산출량을 자랑했다. 그 가치가 세계에 널리 인정받는 의의는 크다"고 자평했다.

산케이는 "하지만 등록 결정에 있어서, 화근을 남길 만한 결정이 있었던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한국의 뜻을 수용하는 형식으로 전시 중인 한반도 출신 인사들에 대한 전시를 하기로 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이를 위해 일본 정부는 한국과 협의해 '한반도 출신자를 포함한 노동자들의 전시 중 가혹한 노동환경' 등의 해설을 패널 전시하기로 합의했다"며 "사실을 전달해야 할 문화유산으로 정치가 유입됐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산케이는 또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등재 결정을 내릴 때 일본 정부 대표가 "한국과 긴밀히 협의하면서 전시 전략 및 시설을 강화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한 발언에 대해 "사도금산 전시에 한국을 관여시키겠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대했다.

이어 "(일본)정부 관계자는 '이번에 일본 정부의 기존 입장을 바꾸는 것은 아니다' 라고 했지만 일본이 세계유산으로 추천한 사도금산의 문화적 가치는 에도시대까지다. 전쟁 중의 일에 관한 전시는, 원래 불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p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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