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 영화 속 외계인? 카메라 신기술이 보여주는 곤충의 세계

박근태 과학전문기자 2024. 7. 30.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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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오이타 ‘요로 다케시-고히야마 겐지 곤충전’
해부학자와 공학자가 전하는 곤충 세계
일본 오이타현미술관은 지난 13일부터 내달 25일까지 열리는 ‘요로 다케시+고히야마 겐지, 곤충전’에 전시된 사진과 촬영 기술을 공개했다. 우리말로 왕바구미로 불리는 시팔리누스 기가스(Sipalinus gigas)는 일본은 물론 한반도에서도 사는 벌레다. 몸 길이는12~29㎜ 로, 몸은 뒤쪽이 넓고, 매우 뚱뚱하며, 긴 타원형이다. /Kenji Kohiyama

요로 다케시(養老孟司) 전 도쿄대 의대 명예교수는 저명한 해부학자이다. 각종 비평서를 써서 국내에도 알려진 일본의 대표적 지성이다. 요로 교수는 최근 일본의 첨단 사진기술 전문가인 고히야마 겐지(小檜山賢二) 게이오대 명예교수와 함께 곤충의 세계를 담은 전시회를 열었다. 두 사람은 자신의 본업과 별개로 70년 넘게 곤충을 관찰하고 수집해온 곤충 애호가이자 연구자이다.

지난 13일부터 내달 25일까지 일본 오이타현립미술관에서 열리는 ‘요로 다케시+고히야마 겐지, 곤충전’은 두 사람이 평생 수집한 곤충 표본과 함께 독특한 영상 기술로 촬영된 곤충 표본 사진들이 대거 전시된다.

이번 전시회에 공개되는 곤충들은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오지에서 발견된 것도 있지만 상당수는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사진 속 곤충들은 마치 지구를 침략한 외계 생명체처럼 낯설고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정밀 사진의 대가인 고히야마 교수는 촬영 대상물의 모든 영역에 초점이 맞는 ‘심도 합성’ 이란 기법을 이용해 일반 사진으로 담기 어려운 아주 작은 곤충 세계를 선명하고 정밀하게 현실 세계로 끌어들였다.

미술관은 “확대된 이미지를 통해 작은 세계와 큰 세계를 대비시켜 인간과 곤충의 관계를 보여주고. 친숙하지만 우리가 정작 몰랐던 곤충의 조형미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딱정벌레 일종인 단풍뿔거위벌레(Byctiscus venustus)는 흡사 화려한 금색 반짝이옷을 입은 것처럼 보인다. /Kenji Kohiyama

◇전 세계서 수집한 곤충이 선사한 우아한 세계

요로 교수는 어릴 때부터 자연에서 곤충을 관찰하고 표본을 만들었다고 한다. 의대를 자신의 진로로 선택하고 해부학자의 길을 걸으면서도 곤충 연구에 대한 열정은 이어졌다. 요로 교수는 일본은 물론 동남아시아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으로 곤충 채집 여행을 다니고 자신이 평생 모은 표본을 보관할 곤충관을 짓기도 했다. 이번 전시도 일본과 필리핀, 인도네시아,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 콜럼비아 등 다양한 지역에서 채집한 곤충 표본과 이를 첨단 사진 기법으로 담은 사진을 대거 공개했다.

우리말로 왕바구미로도 불리는 시팔리누스 기가스(Sipalinus gigas)는 모습이 마치 지구를 침공한 외계 생명체 같다. 몸은 뚱뚱한 타원형으로 회갈색 또는 회황색의 미세한 비늘로 덮여 있다. 머리는 회갈색 털로 덮여 있고 다리 마디 끝에는 나무 껍질에 고정하는 가시 모양 돌기가 있다. 눈은 벌의 눈처럼 겹눈구조이고 주둥이는 가늘고 매우 길며 회갈색을 띤다.

이 곤충은 일본은 물론 한반도에서도 흔히 발견되는 딱정벌레의 일종이다. 성체 몸 길이는 12~29㎜로 개체마다 몸집이 조금씩 차이가 나지만 바구미 중 몸집이 가장 크다. 사진 속 개체는 몸 길이만 32㎜에 이른다.

요로 교수가 필리핀에서 채집한 딱정벌레과 곤충(Trachelismus sp.)과 에콰도르에서 촬영한 군청색 큰잎벌레(Fulcidax coelestina)는 언뜻 봐도 평범하지 않다. 바구미 일종으로 보이는 이 딱정벌레과 곤충은 한반도를 비롯해 해외에서도 발견된다. 이 곤충의 수컷들은 목을 극단적으로 뻗어 승패를 겨루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Kenji Kohiyama

딱정벌레 일종인 단풍뿔거위벌레(Byctiscus venustus)는 황금색 반짝이옷을 입고 화려한 무대에 선 사회자 같다. 한국과 일본에서 발견되며 몸 길이가 7㎜ 정도인데, 워낙 느릿느릿 움직여서 관찰하려면 참을성이 필요하다. 암컷의 경우 배쪽은 적자색의 금속 광택을 띠고 머리 부분은 무지개처럼 녹색에서 황금색까지 다양한 색을 띤다. 초봄에 단풍나무 잎을 감아 그 안에 알을 낳는다. 알에서 깬 애벌레들은 단풍잎을 먹고 자란다.

필리핀에서 채집한 거위벌레(Trachelismus sp.)와 에콰도르에서 발견한 혹잎벌레(Fulcidax coelestina)는 언뜻 봐도 평범하지 않다. 딱정벌레 일종인 거위벌레는 한반도를 비롯해 해외에서도 발견된다. 수컷들은 목을 극단적으로 뻗어 승패를 겨루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군청색을 띠는 혹잎벌레 역시 딱정벌레 일종으로, 코발트색을 내는 화려한 보석 장신구처럼 보인다. 길이가 8㎜에 불과하지만 남극을 제외한 전 세계에 살고 있다. 확대한 사진을 보면 벌레 다리와 몸 곳곳에 난 작은 털까지 선명하게 보인다.

요로 교수가 필리핀에서 채집한 거위벌레(Trachelismus sp.)와 에콰도르에서 발견한 군청색 혹잎벌레(Fulcidax coelestina)는 언뜻 봐도 평범하지 않다. 바구미 일종으로 보이는 이 딱정벌레과 곤충은 한반도를 비롯해 해외에서도 발견된다. 이 곤충의 수컷들은 목을 극단적으로 뻗어 승패를 겨루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Kenji Kohiyama
일본 도쿄 시바우라공대 산하 인터랙티브 그래픽연구그룹이 개발한 이 촬영 장치는 회전 스테이지에 곤충 표본을 놓고 다양한 각도에서 사진을 찍도록 고안됐다. /오이타현미술관

◇초점 합성 기술로 선명한 이미지 확보

고히야마 교수는 미세한 곤충의 모습을 더 선명하게 담을 방법을 30년 넘게 연구해온 대가이다. 곤충은 몸 길이가 ㎜에 불과해서 확대해 촬영하면 몸의 일부분만 초점이 맞고 대부분의 영역은 흐릿하게 보인다. 곤충이나 꽃을 촬영할 때 사용하는 매크로렌즈의 경우 초점 심도가 얕아 선명한 사진을 얻기 어렵다.

고히야마 교수는 ‘심도 합성’이라는 기술에서 가능성을 찾았다. 초점 심도가 많을 때 수백 번 각도를 바꿔서 촬영하고, 초점이 맞는 부분만을 컴퓨터로 잘라낸 다음 다시 하나의 사진처럼 합치는 디지털 콜라주 기술이다. 이렇게 합성한 사진은 모든 부분에서 초점이 맞아서 벌레 몸의 구석구석까지 선명하게 보인다.

이번 전시에 공개된 곤충 사진은 일본 도쿄 시바우라공대 인터랙티브 그래픽연구그룹이 개발한 장치를 사용해 촬영한 것이다. 회전판에 곤충 표본을 놓고 다양한 각도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설계됐다. 연구진은 또 사진의 시점마다 달라지는 심도를 계산하는 알고리즘도 함께 개발했다.

곤충 애호가들로부터 인기가 높은 헤라클레스 장수풍뎅이(Dynastes hercules occidentalis)의 사진도 촬영했다.이 벌레는 콜롬비아를 비롯해 중남미 지역에서 사는 몸길이가 120㎜ 가 넘는 대형 곤충이다. 세계에서 공식적으로 가장 큰 장수풍뎅이이자 가장 긴 딱정벌레로 뿔의 길이가 다른 종들을 압도한다. /Kenji Kohiyama

곤충 애호가들로부터 인기가 높은 헤라클레스 장수풍뎅이(Dynastes hercules occidentalis)의 사진도 이런 방식으로 촬영했다. 이 곤충은 콜롬비아를 비롯해 주로 중남미 지역에서 사는데 몸 길이만 120㎜가 넘는다. 공식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장수풍뎅이로 분류된다. 기네스 기록으로 183㎜까지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 벌레의 뿔은 그리스 신화의 영웅인 헤라클레스라는 이름처럼 크고 강한 인상을 준다.

헤라클레스 장수풍뎅이는 학명 명명법인 ‘이명법’을 적용 최초의 곤충이기도 하다. 카를 폰 린네가 제시한 이 방법은 생물의 속명과 종명을 나란히 쓰고, 그 다음에 그 학명을 처음 지은 사람의 이름을 붙이는 방법이다. 외모와 유명세 탓인지 전세계 애호가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곤충이다.

코뿔소 딱정벌레(Scapanes australis salomonensis)는 몸 전체를 덮은 검은색 껍질 덕분에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자태를 뽐낸다. 인도네시아와 솔로몬제도, 뉴기니 일대에 살며 수컷은 약 50㎜, 암컷은 약 40㎜까지 자란다. 하지만 겉보기와 달리 코코넛 등 야자수를 공격하는 해충으로 분류된다. 이 벌레 공격을 받은 야자수는 고사율이 50%에 이른다.

파푸아뉴기니에서 사는 코뿔소 딱정벌레(Scapanes australis salomonensis)는 검은 무광의 몸 색깔이 고급스럽게 보인다. 인도네시아와 솔로몬제도, 뉴기니에 사는 이들 곤충은 몸길이가 수컷은 약 50㎜, 암컷은 약 40㎜까지 자란다. /Kenji Kohiyama

한반도와 중국, 일본에서 사는 길앞잡이(Cicindela chinensis)의 화려한 모습도 담았다. 일본에서 호랑이 딱정벌레로 알려진 이 곤충은 대략 20㎜까지 자라며 날카로운 턱으로 자기보다 작은 곤충을 잡아먹는다. 길앞잡이라는 이름은 사람이 걸어가는 길 앞에 나타나서 가까이 가면 재빠르게 앞으로 날아가는 독특한 행동 때문에 붙여졌다. 녹색과 적색, 청색 등이 섞인 알록달록한 몸 색깔은 일종의 경고색 역할을 한다.

일본에서 자이언트잎딱정벌레로 불리는 다색캥거루잎벌레(Sagra femorata)는 마치 물감으로 그린 것 같다. 원래는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동남아시아에 서식하지만, 국내에 2012~2014년 침입한 칩입종으로 분류된다. 일본도 침입종으로 분류하고 있다. 화려한 색깔이 주는 인상과 다르게 등나무나 포도나무에 해를 끼치는 해충이다.

곤충전에는 유독 딱정벌레 사진이 많이 전시됐다. 딱정벌레는 사실 지구에 사는 곤충 100만종 가운데 25만종을 차지할 정도로 흔한 곤충이다. 딱정벌레가 지구의 지배종이 된 것은 신체 특성 덕분이다. 딱딱한 껍질이 외부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고, 머리에 달린 뿔로 다른 곤충들과 싸워 종족을 보호했다. 날개 덕분에 천적으로부터 언제든 도망치고 먹잇감이나 배우자를 찾아 자유롭게 옮겨 다닐 수 있는 점도 이들이 지구 곳곳에서 번성할 수 있었던 힘이 됐다.

고히야마 교수는 한반도와 중국, 일본에서 발견되는 인기 곤충인 길앞잡이(Cicindela chinensis)의 화려하고 우아한 모습을 담았다. 일본에서 호랑이 딱정벌레로 알려진 이 곤충은 대략 20㎜까지 자라며 날카로운 턱으로 자기보다 작은 곤충을 잡아먹는다. 길앞잡이는 녹색, 적색, 청색 등이 섞인 몸 색깔을 하고 있는데, 이것은 일종의 경고색 역할을 한다. /Kenji Kohiyama
다색캥거루잎벌레(Sagra femorata)의 모습은 마치 물감으로 그린 것 같다. 원래는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동남아시아에 서식하지만 국내에 2012~2014년 침입한 칩입종으로 분류된다. /Kenji Kohiyama

◇보이지 않던 곤충 세계 보여줘

고히야마 교수는 평소 자연과의 교감을 강조하며 인간의 지각을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인간 가까이 존재하지만 육안으로는 감지할 수 없는 ‘미시 존재(Micro Presence)’에 대해 주목하고 다양한 기술을 이용해 그런 세계를 눈 앞에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자연 사진과 표본 사진은 그런 점에서 효과적인 전달 수단이라고 주장한다.

미술관 측도 그런 주장을 감안해 전시장에 쌀알 크기만 한 벌레를 가로 8m, 세로 4m 크기로 확대한 사진을 설치했다.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인간이 거대한 곤충 세계에 떨어진 것 같은 착시 효과를 준다. 사람보다 훨씬 큰 곤충의 모습에서 지금까지 보지 못하던 부분을 발견하도록 의도한 것이다.

주최 측은 이 밖에도 곤충의 3D(입체) 사진을 다양한 크기와 각도에서 체험하는 코너와 요로 교수의 곤충 연구실을 옮겨온 전시실, 일본 남부 오이타현 인근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곤충들을 전시하는 코너도 함께 마련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사는 딱정벌레 일종인 이 벌레(Cerapterus stuhlmanni)는 아프리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머리 앞부분에 큰 부채 같은 더듬이가 인상적이다. 갈색을 띠는 몸 곳곳에 나있는 작은 털들이 보인다. /Kenji Kohiyama
일본 오이타현립미술관 곤충전

참고 자료

SIGGRAPH-ASIA(2019), DOI: https://doi.org/10.1145/3355056.3364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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