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에서 빛을 얻은 반전의 삶[그림 에세이]

2024. 7. 30.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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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평화롭고 목가적이기만 하다면야 예술은 스노비즘에 머무를 수도 있다.

우리의 삶은 한 곳, 한 시점에 머무를 만한 한가한 곳이 아니다.

사방 위험한 전장 같은 곳이 삶 아니던가.

인생은 살 만한 것이라고 이제야 환한 표정으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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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숙의 ‘여전히 유효한 기록’, 100×72㎝, 2024.

삶이 평화롭고 목가적이기만 하다면야 예술은 스노비즘에 머무를 수도 있다. 우리의 삶은 한 곳, 한 시점에 머무를 만한 한가한 곳이 아니다. 사방 위험한 전장 같은 곳이 삶 아니던가. 어딘가를 향해 부단히 움직여야 한다. 아비규환의 전선(戰線)에서 은신과 이동이 원활한 교통로 같은 것, 그것이 예술이다.

위급한 역경들이 닥쳤을 때 의연히 화폭을 펼치는 것이 가능한지는 상상이 쉽게 안 된다. 하지만 고비마다 연단 끝에 주옥같은 결실을 얻었던 경험들은 신앙만큼 두터운 미학으로 승화된다. 화가 김현숙의 화면들은 그러한 굴곡과 애환들이 승화된 결정체다. 창작이 고통스러운 게 아니고, 고통스러웠기에 그렸던 거다.

지나온 삶을 멀찌가니 반추하면 감동의 드라마 아닌 게 없다. 삶의 불확실성만큼 비정형의 지편(紙片)들이 복잡하게 얽히고 덮여 있다. 하지만 이제는 장막의 틈새로 희망의 빛과 생기가 극적으로 드러난다. 암울했던 표상들조차 환희의 표정으로 반전한다. 인생은 살 만한 것이라고 이제야 환한 표정으로 말한다.

이재언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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