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운 감도는 레바논···각국 ‘자국민 대피령’에 베이루트행 항공편 잇따라 결항
이스라엘이 골란고원 축구장 로켓 공격의 배후로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지목하며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공격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 일대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일부 항공사들은 베이루트를 오가는 노선의 운항을 중단했고, 각국은 레바논에 거주 중인 자국민에게 즉시 레바논을 떠날 것을 권고했다.
2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독일 항공사 루프트한자와 그 계열사들은 현재 중동 상황을 고려해 내달 5일까지 베이루트를 오가는 5개 노선 운항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에어프랑스와 그 자회사도 일단 30일까지 프랑스 내 공항과 베이루트를 잇는 여객기 노선의 운항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밖에 터키항공, 선익스프레스, 에이제트, 에티오피아항공, 중동항공, 로열요르단항공 등도 베이루트를 왕복하는 정기 항공편의 운항을 취소하거나 일정을 조정했다.
레바논의 유일한 공항인 베이루트 라피크 하리리 국제공항은 2006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전쟁을 비롯해 레바논 안팎에서 무력 충돌이 발생할 때마다 군사 목표물이 됐다. 특히 이 공항은 베이루트 시내 중심가에서 불과 6.3㎞ 떨어져 있어 공항이 공습 표적이 된다면 사실상 수도가 폭격당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전운이 고조되자 세계 각국도 레바논에 거주 중인 자국민들에게 대피를 권고했다. 각국 대사관들은 항공사들이 항공편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는 점을 알리며 아직 민간 여객기를 이용할 수 있을 때 최대한 빨리 레바논에서 빠져나올 것과, 이를 이용할 수 없을 경우 대체 계획을 마련하라고 당부했다.
레나 비터 미국 국무부 영사담당 차관보는 이날 영상 메시지를 통해 “위기 행동 계획을 마련하고 위기가 시작되기 전 레바논을 떠나라”면서 “민간 여객기를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장기간 그곳에서 대비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베이루트 주재 미 대사관은 전날 홈페이지에 해외여행 경보를 올려 레바논 여행을 재고하라고 밝힌 바 있다.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교장관도 “상황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영국 국민들에게 레바논을 떠나고 그 나라로 여행하지 말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독일과 프랑스, 노르웨이, 벨기에, 아일랜드 등 유럽 국가들도 자국민들에게 레바논 철수와 여행 자제를 권고했다.
앞서 지난 27일 이스라엘이 점령 중인 골란고원의 한 축구장에 로켓이 떨어져 어린이와 청소년 12명이 죽고 44명이 다쳤다.
이스라엘은 이 공격 주체로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를 지목하고 베이루트 폭격을 포함해 전면적인 보복 작전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피해 지역을 방문해 “이스라엘은 이번 일이 그냥 지나가게 두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 할 수도 없다”며 “우리의 대응은 엄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헤즈볼라는 공격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국경지대에서 무력 충돌을 이어왔으나, 이번 사건을 기점으로 전면전 위기가 어느 때보다 고조된 상황이다.
이에 국제사회는 전면전을 막기 위한 전방위 외교전에 돌입했다. 이스라엘의 최대 지원국인 미국은 이스라엘에 베이루트를 타격할 경우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본토 공격으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수 있다며 이스라엘을 설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확전을 피할 수 있다는 점을 “자신한다”고 말했다. 나지브 미카티 레바논 총리는 “레바논을 보호하기 위해 유럽, 아랍 등 국제사회와 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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