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인맥축구 인정" 홍명보 감독, '3년 반' 동안 달라졌나..."바뀌어가는 대표팀 지켜봐 달라"
[OSEN=고성환 기자] "10년 전에는 실패했다. 아는 선수들만 뽑아서 쓰는 '인맥축구'라는 말도 들었다. 다 인정한다."
홍명보 감독이 지난날의 과오를 인정하면서 이번엔 달라지겠다고 선언했다.
홍명보 감독은 29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취임 공식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지난 7일 내정이 발표된 뒤 약 3주 만에 열린 기자회견이다.
다시 한번 대표팀 소방수로 나서게 된 홍명보 감독.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 이후 사퇴한 지 딱 10년 만이다. 홍명보 감독은 2013년 6월 최강희 감독의 후임으로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됐다. 당시 대한축구협회(KFA)는 브라질 월드컵을 1년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홍명보 감독에게 중책을 맡겼다.
결과는 실패였다. 홍명보 감독은 월드컵 시작 전부터 2012 런던 올림픽 멤버를 둘러싼 '의리 논란'에 휩싸였고, 조별리그에서 1무 2패를 거두며 탈락하고 말았다. 2014년 7월 사퇴한 그의 최종 성적은 5승 4무 10패. 축구팬들의 대대적인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국민 영웅'이었던 홍명보 감독이기에 더욱 뼈아팠다. 그럼에도 그는 2022년 10월 K리그 대상 시상식을 마친 뒤 "브라질 월드컵에서 내가 감독으로 실패했다. 하지만 그 역시 소중한 경험이었다. 내가 가장 아끼는 시간이기도 하다. 축구 인생에 있어서 썩 좋지 않은 시간이었다. 지금도 항상 그 시간을 가슴 속에 새기고 살아가고 있다"라고 되돌아봤다.
홍명보 감독은 기자회견 시작에 앞서 먼저 고개 숙여 사과했다. 그는 "5개월간 여러 논란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을 축구인의 한사람으로서 죄송하게 생각한다. 오늘 나는 K리그 팬들과 약속을 저버린 미안한 마음과 무거운 책임을 갖고 이 자리에 섰다"라고 말했다.
그런 뒤 홍명보 감독은 "특히 그동안 큰 성원을 보내준 울산 HD 팬들에게 사과와 용서를 구하려고 한다. 울산 팬들이 보내준 뜨거운 응원과 전폭적인 지지 덕에 다시 감독으로 일어설 수 있었다. 이번 선택이 팬들에게 큰 상처를 드렸다는 점에서 고개 숙여 죄송하다는 말씀드린다"라며 사과했다.
또한 홍명보 감독은 책임감 있는 모습으로 증명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어떤 질책과 비난이든 받아들이고 겸허히 수용하겠다. 실망하신 팬들에게 용서받는 방법은 내 자리에서 대표팀의 성장과 발전을 이끄는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까지 보내주신 성원에 더 큰 책임감을 갖고 이 자리에 임하겠다"라며 "바뀌어가는 대표팀의 모습도 지켜봐 주시고, 많은 응원과 성원을 보내주시길 바란다"라고 부탁했다.
다만 팬들의 우려가 적지 않다. '면접 패싱' 논란이나 K리그 시즌 도중 대표팀에 부임한 점, 감독 선임 프로세스 등 절차적 잡음을 떠나 10년 전 실패했던 홍명보 감독에게 또 다시 월드컵을 맡기는 게 맞냐는 것. 과연 그가 다른 외국인 감독 후보들보다 뛰어난 감독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홍명보 감독은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며 이제는 달라졌다고 선언했다. 그는 "K리그 감독으로 활동하면서 K리그의 중요성을 경험다. 이런 소중한 경험을 토대로 한국축구의 풀뿌리인 K리그와 동반 성장하는 대표팀을 만들겠다. 젊은 유망주 발굴도 적극적으로 할 예정"이라며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선 대표팀이 선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K리그 및 유소년 시스템과 긍정적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개인 욕심이 아니라 한국 축구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걸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밝혔다.
10년 전 실패도 겸허히 인정했다. 홍명보 감독은 "내가 10년 전에는 실패했다. 아는 선수들만 뽑아서 쓰는 인맥축구를 한다는 말도 들었다. 다 인정한다. 당시 K리그에서 단편적인 선수들만 뽑다 보니 이름값은 없어도 정말 팀에 도움이 되고 헌신하는 선수들은 잘 몰랐다. 이번 주 골을 넣은 선수들을 뽑다 보니 힘을 받지 못했고, 그 선수들 컨디션이 떨어지면 쓰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대표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들을 못 뽑은 게 사실"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울산 사령탑 경험을 통해 많은 걸 깨달은 홍명보 감독이다. 그는 "지금은 K리그에서 3년 반을 생활했다. 각 팀의 주요 선수들과 대체할 수 있는 선수들 명단도 갖고 있다. 팀에 헌신하는 선수, 경기를 바꿀 수 있는 선수들 이름이 머릿속에 있다. 이게 10년 전과 차이점"이라며 "10년 전 실패가 큰 경험이 됐다. 좋지 않았던 경험까지 얼마나 활용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홍명보 감독은 유럽 출장길에서 주장 손흥민(토트넘)을 비롯한 해외파 선수들과 면담도 나눴다. 그는 지난 15일 외국인 코치 면접을 위해 유럽으로 떠났고, 손흥민을 시작으로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재성(마인츠), 황인범, 설영우(이상 츠르베나 즈베즈다)를 차례로 만났다.
홍명보 감독은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유럽파와 대화 내용을 일부 공개했다. 그는 "모든 선수들과 같은 형태로 이야기했다. 첫째는 감독으로서 선수들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팀 운영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지금 대표팀에 바라는 점에 대해 들었다"라며 "앞으로 팀을 운영하기 위한 몇 가지 이야기를 했다. 전체적으로 선수들과 공감하는 부분이 있었다. 아무래도 첫 만남인 만큼 9월 소집에서는 분위기가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라고 전했다.
선수들의 목소리에 적극적으로 귀를 기울이겠다고 밝힌 홍명보 감독이다. 그는 "이번에 처음 만난 선수도 있었다. 손흥민도 오랜만에 봤다. 기분이 좋지 않았던 건 설영우와 만남이었다. 그 선수를 보러 세르비아까지 가야 한다니. 하지만 유럽파가 돼서 기분 좋다고 말하니 나도 좋았다"라며 "분명히 선수들이 모든 걸 얘기해주진 않았다. 다만 내게 원하는 부분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소집 후 대화하면서 대표팀에 적용하겠다. 절대 바꾸지 않는 부분도 있겠지만, 필요하면 바로 바꿀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시 태극전사들을 이끌게 된 홍명보 감독. 가장 중요한 목표는 역시 2026 북중미 월드컵이다. 그는 "이제 최종예선을 시작한다. 북중미 월드컵 결과를 이야기하기엔 조금 이른 감이 있다"라면서도 "한국이 원정 월드컵에서 가장 좋은 성적이 16강 진출이었다. 더 나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앞으로 많은 노력을 하겠다"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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