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4법' 모두 국회 통과…5박 6일 지구전, 결국은 또 거부권
더불어민주당이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 설치·운영법과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안을 포함한 이른바 '방송 4법'이 국회 본회의를 야당 단독으로 모두 통과했다. 21대 국회 문턱을 넘었으나 재의요구권(거부권)에 가로막혀 폐기됐던 방송3법과 마찬가지로,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에도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는 이날 오전 본회의에서 전날 한국교육방송공사법(EBS법) 개정안 상정 직후 법안 처리에 반대하며 진행된 여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에 대해 토론 종결동의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토론 종결 후 본회의 표결에 부쳐져 재석 189명 가운데 찬성 189표로 가결됐다. 여당 의원들은 법안 강행 처리에 반발하며 퇴장했고, 야당 의원들만 표결에 참여했다.
앞서 야당은 지난 26일 방송통신위원회법, 27일 방송법, 29일 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안을 단독 처리했다. EBS법 개정안까지 이날 본회의 문턱을 넘으면서 야당이 추진해 온 방송4법 입법이 모두 완료됐다.
방송 3법은 KBS, MBC, EBS의 이사 수를 늘리고 이사 추천권을 언론·방송 학회와 관련 직능단체에 부여해 이사진의 정치화를 막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방통위설치법의 경우 최근까지 이어졌던 2인(위원장, 부위원장) 의결 구조를 막고자 최소 4인 이상으로 의결하자는 내용이다.
방송 4법 단독 처리와 더불어 국민의힘이 이들 법안 처리에 반대하며 4가지 법안 모두에 대해 5박 6일간 진행한 필리버스터도 종료됐다. 국민의힘은 EBS법 처리 직후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지난 21대 국회에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부결된 법안을 또다시 일방으로 밀어붙이는 이상 국민의힘은 집권여당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건의할 것"이라며 "결단코 방송장악 악법이 시행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당이 공영방송 장악하기 위해 습관적으로 탄핵하고 청문회를 악용해 갑질 남발하고 있다"며 "거대의석으로 입법 폭주 반복해도 우리의 공영방송 정상화 추진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추 원내대표는 규탄대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상임위에서 숙의되지 않은, 여야 간에 합의되지 않은 법안들이 일방적으로 이렇게 본회의에 상정이 계속되면 저희들은 국민들께 그 법의 부당성을 알리는 무제한 토론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 거대 야당의 폭력, 다수의 힘을 적당히 자제하면서 행사하시라. 국민들께서 불편하고 대한민국 민생이 망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본회의가 끝난 뒤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민주적 절차에 따라 압도적 찬성한 법안을 대통령이 거부할 명분이 없다"며 "기어이 거부한다면 그것은 기어이 독재의 길을 가겠다는 선언이라고 봐야한다. 윤 대통령이 방송4법을 또다시 거부하고 독재의 길을 가려한다면 그가 추앙하던 독재 정권의 말로를 따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윤 대통령이 이진숙 후보자를 방송통신위원장으로 강행 임명하고 임기 만료를 앞둔 MBC 이사진을 교체할 경우 민주당은 바로 방통위원장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경고했다.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의총이 끝난 뒤 "이진숙 후보자가 임명될 경우 '2인체제'의 불법성을 근거로 즉각 탄핵에 돌입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여야 합의 없는 법안 처리를 야당 단독으로 일방 처리한 뒤,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하는 강대강 대치가 계속되고 있다. 대화와 타협이 실종되고 '야당의 단독 법안 상정→여당의 반대 필리버스터→야당 단독 처리→대통령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재의결→폐기'의 과정이 공회전처럼 되풀이되고 있는 셈이다.
여야는 다른 쟁점 법안을 두고도 대립을 반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다음달 국회 본회의에서 당론 법안인 전국민 25만원 지원법(2024년 민생회복 지원금 지급을 위한 특별조치법안)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처리를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이들 법안에 반대하며 민주당이 법안 처리를 강행할 경우 필리버스터로 대응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박정연 기자(daramji@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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