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 협회를 환전상처럼 이용…불법 도박장 연 홀덤 업주들

기부금이라며 협회로 '판돈' 모아 도박 이기면 '시상금'으로 지급
아마추어 바둑기사 출신 협회장 등 3명 구속…업주·딜러 156명 송치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비영리 체육법인인 홀덤협회를 불법 환전상처럼 활용해 홀덤업소에서 도박판을 연 업주와 딜러 등 일당 150여명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부산경찰청은 관광진흥법위반·도박장소개설 혐의로 스포츠 홀덤협회 협회장 A씨 등 3명을 구속하고, 홀덤 업소 업주들과 딜러 등 156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30일 밝혔다.

A씨는 2022년 11월 서울 강남구에 홀덤협회를 설립한 뒤 전국 52개 홀덤 업소 업주들과 공모해 올해 4월까지 손님들을 상대로 도박장을 운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소들은 비영리 법인인 협회를 불법 환전상처럼 활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손님들에게 게임 참가비로 받은 돈을 협회에 기부금 명목으로 보내 '판돈'을 조성한 뒤 도박에서 이긴 사람에게는 '시상금' 명목으로 돈을 지급하는 형태로 범행했다.

경찰은 "관광진흥법에 따라 카지노 허가를 받지 않고 참가자에게 돈을 모아 이를 이긴 사람에게 돈을 지급하는 전형적인 도박판 개설 범죄"라고 밝혔다.

협회 계좌로 2년간 64억원이 오갔는데 경찰은 이 돈이 모두 판돈으로 쓰인 것으로 보고 있다.

협회 설립자인 A씨는 한 인기 드라마에서 바둑 개인지도를 한 이력이 있는 아마추어 6단의 바둑기사로 알려졌다.

카지노 게임인 홀덤이 바둑과 같은 심리스포츠로 자리 잡고 있어 대중화가 필요하다면서 서울시로부터 협회 설립을 허가받았다.

A씨는 연예인 등을 내세워 홍보하며 회원사를 모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홀덤 업주들은 협회 소속이어서 금전사고 위험도 적고, 수사기관 단속도 피해 갈 수 있다며 도박참가자들을 끌어모았다.

협회와 별개로 업소별로도 도박판을 벌여 100억 이상의 추가 수입을 올린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서울시에는 해당 홀덤협회에 대한 체육법인 설립 허가 취소 요청을 했다.

경찰은 "피의자들을 대상으로 범죄수익금 추징보전 신청을 통해 현재까지 15억원 상당 확보했다"면서 "협회를 통해 상금을 지급받은 도박 참가자 4천여명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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