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당직 아니었네, ‘윤한관계’ 가늠자 된 그 자리 [정치에 속지 않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당대표가 된 뒤 가장 큰 관심사는 ‘윤한관계’였다. 총선 과정에서, 그리고 전당대회 과정에서 노출된 윤석열 대통령과 멀어진 관계, 혹은 불편해진 관계가 앞으로 달라질 것이냐 유지될 것이냐이다.

이와 관련해 주목되는 장면이 두 개가 있다. 첫 번째는 당대표 선출 다음 날인 24일 있었던 대통령실 만찬이다. 윤 대통령의 초청으로 한 대표를 비롯해 새로 뽑힌 지도부가 참석했다. 전당대회 다음 날 곧바로 윤 대통령의 초청이 있었다는 점에선 ‘화해’의 모습으로 보였다. 회동까지 시간이 길어졌다면 이런저런 소리가 나왔을 텐데 즉각적인 만남으로 그런 소리는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 만찬에서 한동훈 대표(왼쪽), 추경호 원내대표(오른쪽) 등과 함께 손을 맞잡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4.7.24 [대통령실 제공]

그런데 이날 다른 참석자들이 있었다. 바로 한 대표와 격렬한 경쟁을 했던 낙선자 3인(나경원 윤상현 원희룡)이다. 새 지도부를 축하하는 자리였지만 낙선자들도 함께 초청된 거다. 통합과 화합을 위한 목적이란 설명이 뒤따랐지만, 당선자와 낙선자를 같이 초청한 것은 과거 새 당대표가 뽑혔을 때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한 대표는 여러 참석 중의 한 사람이었고 화합의 자리를 만든 윤 대통령이 주인공이 된 셈이다.

또 다른 장면은 국민의힘 당직 임명이다. 한 대표에게는 당 규정상 당직 임명권이 있다. 비서실장과 사무총장을 잇달아 임명했다. 그런데 정책위의장에 대해선 아직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았다. 정책위의장은 최고위원회의 구성원이자 당정협의에서 큰 역할을 한다. 임기가 정해진 자리이지만 통상 당대표가 바뀌면 이 자리 역시 바뀐다. 지금 이 자리를 놓고 교체론과 유임론이 맞선다.

현재 정점식 의원이 정책위의장이다. 그는 친윤 직계로 통한다. 윤 대통령과는 대학 후배이며 검사 임관 동기다. 가족 간에도 친분이 있고 윤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다.

한 대표로서는 최고위원회의의 다수를 점해 우군을 확보하기 위해서, 인사를 통한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선 정책위의장을 본인과 통하는 사람으로 바꿀 동기가 있다. 이준석 대표 때도, 김기현 대표 때도 정책위의장이 교체됐다. 그래서 한 대표의 지지자들은 정 의장의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국민의힘 정점식 정책위의장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동훈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4.7.29. [연합뉴스]

그러나 한 대표를 불편해하는 친윤 인사들은 정 의장을 교체하는 것에 반발하는 분위기다. 과거엔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이 러닝메이트였다, 당 규정상 임기가 보장된 자리다, 마땅히 교체할 사람이 없다, 윤 대통령의 신뢰를 받는 사람을 교체할 이유가 없다 등이 이유다.

그러자 친한계는 엄연히 당대표가 임면권이 있다면서, 정 의장의 유임을 통해 최고위를 친윤 인사 다수로 유지해서 한 대표를 견제하려는 것이 아니냐고 의심한다. 자칫 정책위의장 교체를 놓고 친한-친윤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

국민의힘 규정상 정책위 의장은 당대표와 원내대표가 협의해야 하고 의원총회의 추인을 받아야 하는 자리다. 협의가 안 되거나 추인이 안 될 수도 있다. 한 대표는 당대표 경선에서 ‘우리가 바라는 변화의 시작’을 외쳤다. 동시에 원만한 윤한관계 복원이란 과제도 있다. 과거엔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던 정책위의장에 대한 인사권 행사가 민감한 문제로 떠올랐다. 한 대표의 첫 시험대다.

이상훈 MBN 앵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