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 불태우고 대통령궁으로 행진...베네수엘라 ‘부정 선거’ 의혹에 시위 폭발
마두로 포스터 불태우며 항의 시위
경찰·군인은 물대포·최루탄으로 대응
야당 지도자, 30일에 ‘시민집회’ 촉구
남미 베네수엘라가 28일(현지 시각) 임기 6년의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를 치른 가운데 니콜라스 마두로(61) 대통령이 3선에 성공한 것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위가 베네수엘라 전역에서 벌어졌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발사하며 진압에 나섰고, 국제 사회는 개표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하는 등 베네수엘라 대선 후폭풍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29일 블룸버그는 “현지 시각으로 이날 오후 6시 기준, 베네수엘라 전역의 20개 주에서 187건의 시위가 벌어졌다”고 전했다. AP통신,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수도 카라카스 시민 수백 명은 냄비와 팬을 두드리며 “(이번 대선은) 사기”라고 외치며 항의 시위에 나섰다. 시민 일부는 마두로 사진이 담긴 선거 포스터에 불을 질렀다. 수도 인근 라 과이라 공항으로 가는 도로에선 시위대가 타이어를 태우면서 도로를 봉쇄했고, 시위대 일부는 미라플로레스 대통령궁을 향해 행진했다.
베네수엘라 북서부 코로 마을에선 시위대가 마두로 대통령의 전임자인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동상을 무너뜨렸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위대 상당수는 베네수엘라 국기를 들고 있었고 일부는 얼굴에 가면을 쓰고 큰 나무 막대기를 들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야당 활동가인 에스테파니아 나테라는 CNN에 “사람들이 실제 선거 결과를 알고 있기 때문에 거리로 나와 고함을 지르고 진실을 말하라고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야당 지도자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는 30일 오전 11시에 모든 도시의 사람들이 모여 ‘시민 집회’을 열 것을 촉구한 상황이라 시위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이처럼 대선 이후 시위가 촉발된 것은 부정 선거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는 공식 투표 종료 후 약 6시간이 29일 0시 10분쯤에 “마두로가 51.2%(510만표)의 득표율로 44.2%(440만표)를 얻은 야권 연합 후보인 에르문도 곤살레스 우루치아(74)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발표했다. 선관위가 대선 결과를 발표할 당시 개표율은 80%였고, 선관위는 최종 집계 결과를 발표하라는 요구를 무시했다. 선관위는 아직도 최종 투표 집계 결과를 발표하지 않으면서 대선을 둘러싼 부정 선거 의혹이 일었다.
무엇보다 선거 결과가 출구 조사 결과와 상반됐기에 부정 선거 의혹은 커지는 상황이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번 대선 출구 조사에서 우루치아 후보가 65%의 예상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에 비해 마두로 대통령의 예상 득표율은 31%에 그쳤다. 이에 서방 언론은 우루치아가 당선될 것이라 봤다. 여기다 베네수엘라 선관위는 선거 결과를 발표하기 전까지 개표 과정을 공개하지 않았다. 개표 과정 참관을 요구하는 시민 단체의 참여를 막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베네수엘라 경찰과 군인은 물대포는 물론 최루탄을 발사하며 대응 중이다. 시위대를 해산시키고 대통령궁에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온 영상을 보면 대통령궁에서 몇 블록 떨어진 산타 카필라에서는 사복을 입은 남자들이 시위대를 향해 권총도 쐈다. 베네수엘라 검찰총장은 시위의 하나로 도로를 봉쇄하는 등 법률을 위반한 경우 처벌하겠다며 엄포를 놓았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자유”를 외치며 마두로 3기를 맞아들이지 않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대선 과정을 놓고 국제 사회는 분열됐다. 동맹국인 러시아·중국·이란·쿠바는 마두로의 승리를 환영했다. 하지만 미국·유럽연합(EU)·영국은 투표와 관련한 자세한 결과 공개를 요구했다. 아르헨티나 대통령 하비에르 밀레이는 결과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며 “선거 사기”라고 불렀다. 칠레 대통령 가브리엘 보릭은 결과가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남미 전역에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베네수엘라는 29일에 아르헨티나·칠레· 페루를 포함한 7개국에 외교관을 철수하라고 명령했다. 이들 국가가 정치 간섭을 했다는 것이 이유다.
한편, 마두로가 승리하면서 베네수엘라의 경제는 더욱 악화할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한때 남미에서 다섯 번째로 큰 경제 규모를 자랑했던 베네수엘라는 지난 10년 동안 경제가 80% 위축됐다. 이에 베네수엘라는 극심한 인플레이션은 물론 정기적인 정전, 식량 및 의약품 부족에 직면했다. 베네수엘라의 경제난을 피해 마두로 집권기에만 약 770만 명의 베네수엘라인(인구의 약 4분의 1)이 해외로 이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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