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세빈 꺾은 우크라 하를란 "러시아에 의해 죽은 선수들 위한 메달"[파리 2024]

박광온 기자 2024. 7. 30.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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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특별하고 믿을 수 없어요. 이건 조국과 그 수호자들, 그리고 러시아에 의해 죽어 여기 올 수 없었던 선수들을 위한 메달입니다."

30일(한국시각) 2024 파리올림픽 펜싱 여자 사브르 대회가 끝난 후 올하 하를란(우크라이나)이 공동취재구역에서 기자들에게 환희에 찬 표정으로 이같이 말했다.

하를란은 세계선수권 개인전에서만 금메달 4개를 목에 건 우크라이나 대표 검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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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를란, 여자 사브르 개인전 동메달서 최세빈 꺾어
우크라 국기 그려진 마스크 벗은 후 입 맞추기도
"우크라가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란 메시지 전한다"
[파리=뉴시스] 김진아 기자 = 우크라이나 올하 하를란이 29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펜싱 여자 사브르 개인 동메달 결정전 한국 최세빈을 상대로 공격에 성공한 뒤 포효하고 있다. 2024.07.30.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박광온 기자 = "정말 특별하고 믿을 수 없어요. 이건 조국과 그 수호자들, 그리고 러시아에 의해 죽어 여기 올 수 없었던 선수들을 위한 메달입니다."

30일(한국시각) 2024 파리올림픽 펜싱 여자 사브르 대회가 끝난 후 올하 하를란(우크라이나)이 공동취재구역에서 기자들에게 환희에 찬 표정으로 이같이 말했다.

하를란, 한국의 최세빈 상대로 극적인 역전승

세계 랭킹 6위 하를란은 이날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대회 여자 사브르 개인전 동메달 결정전에서 한국의 최세빈(전남도청)을 상대로 15-14 신승을 거뒀다.

이번 동메달은 하를란의 다섯 번째 올림픽 메달이자 우크라이나가 파리 올림픽에서 딴 첫 메달이었다.

하를란은 경기 시작과 동시에 최세빈에게 선취점을 따냈지만, 이후 계속해서 주도권을 내줬다. 연이어 최세빈에게 점수를 내준 하를란은 3-8까지 간격이 벌어졌다.

하를란은 2피리어드 시작과 함께 1점을 따냈지만, 최세빈이 2점을 더 가져가면서 6점 차까지 뒤졌다.

하를란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11-5였던 상황에서 내리 7점을 뽑아내면서 경기를 뒤집었다.

이후 치열한 공방전 끝에 경기는 14-14가 됐고, 마지막 한 점이 필요한 상황에서 하를란이 먼저 최세빈을 찔러 결국 동메달을 거머쥐었다.
[파리=AP/뉴시스] 올하 하를란(우크라이나)이 29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의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펜싱 여자 사브르 개인 동메달 결정전에서 최세빈(한국)을 꺾은 후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하를란은 최세빈에게 15-14 역전승을 거두고 러시아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조국에 첫 메달을 선사했다. 그는 경기 후 "이 메달이 조국에 기쁨과 희망을 가져다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2024.07.30.

"우크라이나가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란 메시지"

하를란은 여자 사브르 경기에서 드라마 같은 역전극을 펼친 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무릎을 꿇었다. 그는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며 울었고, 우크라이나 국기가 그려진 금속 마스크를 벗은 후 거기에 입을 맞추기도 했다.

이후 하를란은 코치의 팔에 뛰어들어 관중에게 계속해서 절을 했다.

하를란은 경기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지난 2년 반 동안 제 조국은 전쟁 중이어서 경쟁하기가 정말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메달은 정말 특별하다.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으로 인해 일어난 모든 일들로 여기 있는 우크라이나 선수들이 고통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메달이 조국에 기쁨과 희망을 가져다주기를 바란다"며 "그리고 (역전승을 거뒀던) 마지막 경기를 본다면 절대 포기하지 말라. 우크라이나가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메시지를 전한다"고 전했다.
[파리=뉴시스] 김진아 기자 = 우크라이나 올하 하를란이 29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펜싱 여자 사브르 개인 동메달 결정전 최세빈과의 경기에서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2024.07.30. bluesoda@newsis.com

하를란, 우크라이나 대표 검객…'악수 거부 사건'으로 유명

하를란은 세계선수권 개인전에서만 금메달 4개를 목에 건 우크라이나 대표 검객이다.

그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우크라이나의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 은메달 획득에 주역이기도 했다. 또 2012년 런던올림픽과 2016년 리우올림픽 개인전에선 동메달을 수상했다.

특히 하를란은 국제 펜싱 대회에서 러시아 선수와의 악수를 거부해 실격 처리된 것으로 유명하다.

하를란은 지난해 7월27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2023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사브르 개인전 64강전에서 러시아 출신 선수 안나 스미르노바를 15-7로 꺾었다. 하지만 경기 후 스미르노바와 악수를 하지 않아 실격 처리됐다.

국제펜싱연맹(FIE)은 경기 후 두 선수가 악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를란은 해당 규정을 알면서도 조국을 침공한 러시아 출신 선수와 악수를 거부했다.

당시 하를란은 악수 거부에 대해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일을 감안할 때 아무도 그냥 눈을 감을 수 없다는 메시지를 세상에 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를란은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명의의 서한을 통해 2024 파리 올림픽 출전을 보장받아 이번 대회에 출전할 수 있었다.

한편 하를란의 남자친구인 루이지 사멜레도 이번 파리올림픽 남자 개인 사브르 부문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하를란은 사멜레에 대해 "제가 전화한 첫 번째 사람이었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공감언론 뉴시스 light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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