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위의장 논란 배후에 “용산” 거론하는 친한계···교체 시동거나
정점식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교체와 관련한 논란을 두고 친한동훈(친한)계 의원들이 대통령실과 친윤석열(친윤)계 개입 가능성을 암시하며 정 의장 사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정 의장 교체 여건을 만들기 위한 작업을 본격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정하 국민의힘 당대표 비서실장은 30일 SBS라디오에 출연해 정책위의장 교체 여부 논란이 이어지는 것을 두고 “상쾌한 아침에 맑게 가야 하는데 습하고 어두운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디선가 (최고위원회의) 의결권과 관련해 결정적인 헤게모니를 쥐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건지 이런 생각까지도 간다”고 밝혔다. 이어 “누구나 다 알듯이 대통령님과 한 대표는 각별한 사이”라며 “건전한 당정관계가 수립되면 되는 거지 굳이 또 다른 누군가가 중간에 의결권이라는 것을 가지고 어떤 역할을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저는 맑아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책위의장 자리가 논란이 되는 이유는 한 대표가 최고위 의결권을 주도할 수 있느냐를 결정하는 변수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최고위는 한 대표를 비롯해 선출직 최고위원 5명과 지명직 최고위원 1명, 당연직인 원내대표·정책위의장 등 9명으로 구성된다. 한 대표가 친윤계로 분류되는 정 의장을 친한계로 교체하면 자신을 포함해 과반(5명)의 우호 세력을 확보할 수 있다.
박 실장은 정 의장을 교체하면 당정관계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 것을 두고는 “어디선가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고 그래서 기사가 나오는데 그런 분들이 차라리 공개적으로 말씀하시거나 당내에서 건전한 토론을 하면 좋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는) 백지에서 새로 시작하게 하는 게 맞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당내에서도 새로운 변화, 기존의 틀을 벗어나는 무언가를 계속해나가야 되는 것 아닌가”라며 정책위의장 교체를 주장했다.
한 대표의 러닝메이트로 전당대회에 출마했던 박정훈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에서 논란의 배후로 ‘용산’을 언급했다. 박 의원은 “정책위의장은 당대표가 임명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여태까지 전례를 봐도 정책위의장이 물러나지 않은 경우는 없다”며 “정점식 의원은 굉장히 유능하고 또 합리적인 분이고 성품이 아주 온화한 분인데도 불구하고 ‘안 나가겠다. 임기가 1년이니까’(라고 하는 건) 혼자 생각일까 이런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본인이 소신이 있어서 그렇게 생각하는 건지 아니면 용산에서 ‘야 절대 물러나지마’ 이런 미션이 있었던 건지 다 추측의 영역”이라고 밝혔다.
박 의원은 또 “정책위의장까지 바뀌지 않는다면 당대표는 당내 정책과 의원들과 관련한 문제에 대해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문제도 제3자 특검에 대한 주장을 한 대표가 했는데 이걸 만들어낼 연결 고리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한 친한계 의원도 “정 의장이 ‘임기 1년’을 말한 건 정무적 실수였다고 본다”며 “한 대표한테 사표를 내고 사람이 없으면 사심없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으면 (오히려) 한 대표가 정책위의장을 교체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렇게 용산 얘기까지 나오면서 해석이 붙는데 이건 대통령께도 더 부담이 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원외 친한계 인사인 김종혁 조직부총장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새 대표가 오면 당연히 다들 물러나지 않았었나”라며 “도대체 왜 정책위의장만 대표가 바뀌어도 임기가 보장돼야 한다는 건지 납득이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친윤은 당직을 모두 대통령의 측근들로 채워야 한다고 생각하나. 그렇지 않으면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것인가”라며 “그런 전근대적이고 봉건적인 사고방식이 국민과 당원들로부터 외면당한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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