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후손' 내용 쏙 빼고…"허미미, 도쿄 출신" 소개한 일본 언론

30일(현지시간) 일본 스포츠신문 스포니치는 전날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아레나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유도 여자 57㎏급 결승전 소식을 전하면서 "일본에 연고가 있는 2명이 결승전에서 대결을 펼쳐 연장전에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허미미는 세계랭킹 1위 크리스티나 데구치(캐나다)를 상대로 경기를 펼쳤다./사진=뉴스1

허미미(21·경북체육회)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특히 그가 독립운동가의 후손이라는 사실이 화제가 된 가운데 한 일본 매체는 이런 배경을 뺀 채 허 선수를 소개했다.

30일(현지시간) 일본 스포츠신문 스포니치는 전날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아레나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유도 여자 57㎏급 결승전 소식을 전하면서 "일본에 연고가 있는 2명이 결승전에서 대결을 펼쳐 연장전에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허미미는 세계랭킹 1위 크리스티나 데구치(캐나다)를 상대로 경기를 펼쳤다.

데구치에 대해서는 "나가노현 시오리지시 출신"이라며 "아버지의 모국인 캐나다로 국적을 변경했고, 도쿄 올림픽 대표팀엔 선발되지 않았지만 당당하게 세계랭킹 1위로 파리행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허미미에 관련해선 "도쿄 출신의 재일 3세"라며 "'이케다 우미'라는 일본 이름을 갖고 있고, 현재 와세다대 스포츠 과학부 4학년이자 여자 유도부 부장을 맡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올해 5월 세계선수권대회 결승에서 데구치를 꺾고 첫 우승을 하는 등 최근 급성장을 해 한국 대표팀으로 들어갔다"고 덧붙였다.

반면 허미미가 독립운동가의 후손이라는 점은 보도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독립운동가 허석(1857~1920) 선생의 5대손으로, 2021년 할머니 유언에 따라 한국 국적을 택했고 이듬해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해 태극마크를 달았다.

전날 경기에서 허미미는 치열한 경기 끝에 연장전까지 돌입했지만, 메치기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위장 공격 판정을 받고 반칙 패해 은메달을 따게 됐다. 유도에선 공격하는 척하며 시간을 끌면 위장 공격으로 지도를 주는데, 이미 이전에 두 번의 지도를 받았던 터라 해당 판정을 받고 반칙 패하게 됐다.

많은 이들이 이날 심판의 판정에 분노했다. 유도 국가대표 출신 조구함 SBS 해설위원은 "이해할 수 없는 판정"이라며 허미미보다 시간을 더 끌었던 데구치에게 지도를 주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김미정 여자 유도 국가대표팀 감독도 "허미미의 기술이 업어치기 등 앉아서 하는 기술이다 보니 그렇게 보일 순 있지만 앉아서 일어나지 않은 것도 아니고 계속 일어나 공격하는 상태였다"며 "캐나다 선수가 딱히 공격을 시도하지도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만 지도받은 것은 여기가 유럽이라는 점도 작용한 것 같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다만 (지도를) 받을 만한 빌미를 줬다는 것 자체로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이런 부분은 허미미가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민수정 기자 crystal@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