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코· 보넥도의 KOZ, 더 이상 '하이브의 아픈 손가락' 아냐

아이즈 ize 한수진(칼럼니스트) 2024. 7. 30.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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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한수진(칼럼니스트)

사진=KOZ엔터테인먼트 로고

KOZ엔터테인먼트(이하 KOZ)는 하이브 산하 레이블 중에서 가장 저평가되는 레이블이다. 하이브가 멀티 레이블 체제를 꾸리며 2019~2020년 인수한 소속사 중 매출액이 가장 낮고, 지금까지 흑자도 전무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이브의 아픈 손가락으로 여겨졌던 KOZ가 마침내 효자가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KOZ는 하이브에 인수된 후 한차례의 흑자도 내지 못했지만 한 분기 사이 적자폭이 크게 줄었다. 열 일 하는 KOZ 대표 프로듀서 지코부터 신예 보이넥스트도어의 상승세 덕택이다. 현재 기세라면 올해 KOZ의 첫 흑자 전환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KOZ의 당기순손익(일정기간의 순이익)은 2020년 -(마이너스)3억, 2021년 -14억, 2022년 -22억, 2023년 -74억이다. 그리고 지난 5월 발표한 올해 1분기 당기순손익은 -4억이다. 

숫자로 보면 꾸준히 적자다. 하지만 KOZ의 상황을 생각하면 부정적으로 평가할 수 없는 수치다. 가장 큰 적자를 냈던 2023년에는 신인 보이그룹 보이넥스트도어를 론칭했는데, 신생 그룹을 출자했던 하이브 산하의 다른 레이블도 데뷔 연도에 적자를 겪은 건 마찬가지다.

하이브의 또 다른 산하 레이블 쏘스뮤직, 어도어는 지난해 각각 121억, 265억의 순이익을 냈는데 2022년에는 이들도 적자였다. 2022년은 이들 레이블에서 론칭한 르세라핌과 뉴진스가 데뷔한 해다. 신인 그룹을 론칭하는 해에는 지출 폭이 크다. 그룹 브랜딩부터 트레이닝, 제작 등 이미 데뷔한 그룹보다 준비할 것들이 많아 지출액이 훨씬 크다. 데뷔를 하더라도 바로 지출액을 메꿀 수 있는 팬덤이 형성된 상태가 아니기에 적자가 불가피하다. 

KOZ의 전망이 긍정적으로 여겨지는 건 바로 올해 1분기, 그리고 전년도 매출에 있다. 1분기는 1~3월에 해당한다. KOZ는 올해 1분기에 지코도 보이넥스트도어도 앨범을 내지 않았다. 오히려 앨범을 내기 위해 준비하며 투자금을 일부 지출한 시기다. 지코의 1년 9개월 만의 신곡 'SPOT!(스팟!)'과 보이넥스트도어의 미니 2집 'HOW?(하우?)'는 4월에 발매됐다. 각종 음원차트 1위를 섭렵한 'SPOT!'과 초동만 44만 장을 돌파한 'HOW?'의 실적은 아직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KOZ의 올 1분기 매출은 28억이다. 결과적으론 손실을 냈지만 비활동기임에도 매출을 수십 억대로 냈다. 

지코, 사진=KOZ엔터테인먼트

전년도에는 신생 그룹 론칭 때문에 지출도 컸지만 매출이 194억이었다. 어도어가 뉴진스를 론칭한 2022년 매출은 186억이다. 물론 KOZ의 경우 지코라는 스타 아티스트가 있어 행사, 광고 등으로 매출이 꾸준히 있었지만 보이넥스트도어 데뷔 후 매출액이 대폭 오른 것도 맞다.(KOZ 매출 : 2021년 11억, 2022년 67억) 지코가 2022년 4월 제대한 후 2023년부터 행사 등을 공격적으로 뛴 것도 지난해 매출액 상승폭에 영향이 컸을 테지만 이 역시 KOZ의 분명한 자산이다. 신인 그룹 성장세도 중요하지만 기존 소속 아티스트의 명맥 유지 및 확장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지코는 군 제대 후 빠르게 다시 전성기 때의 폼을 찾고 있고, 보이넥스트도어도 무서운 기세로 자리 잡고 있다. 지코는 아이돌 래퍼가 저평가 받던 과거에 이를 실력으로 돌파하며 독자적인 포지션을 구축한 아티스트다. 챌린지 열풍을 주도한 것도 그다. 트렌디라는 단어도 늘 그를 따라붙는다. 타 아티스트라면 진즉 사장됐을 오랜 공백기에도 신곡을 발표하자마자 괄목할 성과를 낸 것도 이 같은 특수성이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인기 아이돌 출신의 대중적 친근함에 견고하게 다진 실력파 아티스트라는 인지. 

특히 지코는 보이넥스트도어 팬들로부터 '지버지'(지코+아버지)로 불린다. K팝 신에는 'OO 동생' 등의 관계성을 통해 친근감을 활용한 패밀리십이 사랑받고 있는데, 이들도 이 같은 서사를 잘 활용해 동반 상승효과를 보고 있다. 지코는 여러 예능에 나와 보이넥스트도어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는데 아낌이 없다. 보이넥스트도어는 덕분에 쏠린 눈길을 실력으로 한 번 더 붙잡는다. 

보이넥스트도어, 사진=KOZ엔터테인먼트

데뷔 초창기에 KOZ는 오히려 지코와 보이넥스트도어를 분리하려는 전략을 썼는데, 둘의 패밀리십을 강화하자 보이넥스트도어의 상승세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 이지리스닝 음악을 내세운 덕택도 있지만 지코의 실력파 인지가 보이넥스트도어에게도 전이됐고 이에 상응하는 실질적 실력을 보여주며 인기를 견인했다. 

보이넥스트도어는 지난해 데뷔 앨범 초동 11만 장(한터차트 기준)을 기록하며 하이브 신인치고는 아쉬운 성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빠른 성장세로 올해 누적 음반 판매량 100만장(써클차트 기준)을 돌파했다. 뷰티 모델도 꿰찼고 논의 중인 광고도 여러 건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음악 시장 일본에서도 인기몰이 중이다. 'HOW?'로 오리콘 주간 앨범 랭킹 1위를 한 데 이어 일본 데뷔 싱글 'AND,'로 '주간 합산 싱글 랭킹' 2위에 올랐다. 인기 아티스트만 초대받는 일본 최대급 음악 페스티벌 '서머 소닉'의 올해 라인업에도 이름을 올렸다. 

KOZ가 오랜 기간 걸쳐 뿌린 씨가 비로소 싹을 틔우고 있다. KOZ의 중심축인 지코는 2020~2022년까지 군 복무로 부재했고 보이넥스트도어 역시 지코의 기획/프로듀싱 하에 제작된 그룹이라 그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지코가 부재했던 KOZ는 '만년 하이브 적자 레이블'이라는 꼬리표를 달 수밖에 없던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지코는 돌아왔고 건재하다는 걸 충분히 보여줬다. 보이넥스트도어는 '지버지'를 따라 꾸준히 성장 중이다. 하이브 산하 국내 레이블 중 가장 예열이 길었지만 저마다 포텐셜을 터트리는 시기가 다른 법이다. KOZ가 희망적인 1분기 성적을 시작으로 '만년 하이브 적자 레이블'이라는 불명예 타이틀을 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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