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요” 탁구장 전세낸 中 관중 함성...신유빈·임종훈 ‘졌잘싸!’

◆ 2024 파리올림픽 ◆

탁구 혼합 복식 임종훈 신유빈 조. 사진|연합뉴스

신유빈(대한항공)과 임종훈(한국거래소)이 만리장성의 벽을 넘지 못하고 2024 파리 올림픽 탁구 혼합복식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두 사람은 탁구장을 전세낸 듯한 중국 관중들의 함성 속에 졌지만 잘 싸웠다.

세계 랭킹 2위인 임종훈-신유빈 조는 30일(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사우스 파리 아레나 4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혼합복식 준결승전에서 ‘세계 최강’ 왕추친-쑨잉사 조(1위·중국)에 2-4(11-6 7-11 11-9 5-11 7-11 9-11)로 패했다. 이번 대회 전까지 왕추친-쑨잉사와 네 번 만나 모두 패한데 이어 임종훈-신유빈은 이날도 아쉽게 패해 결승 진출의 꿈이 무산됐다.

준결승에서 임종훈-신유빈 조는 왕추진-쑨잉사와 치열하게 싸웠다. 초반부터 중국을 거세게 압박해 첫 세트를 쉽게 따냈다. 2세트를 내줬지만, 3세트를 다시 따냈다. 하지만 4세트에서 중국의 기세에 눌려 다시 동률이 됐고, 중국이 기세를 몰아 5, 6세트를 챙기며 중국이 준결승 혈전의 승자가 됐다.

탁구 혼합복식 임종훈-신유빈이 홍콩과 동메달을 놓고 겨룬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사우스 파리 아레나는 ‘중국 체육관’ 같았다. 오성홍기가 관중석에 가득했고, ‘짜요(자여우 加油·힘내라)’를 외치는 중국 팬들의 함성으로 체육관이 떠나갈 듯 했다. 특히 중국 관중들은 왕추친-쑨잉사 조를 응원한 것이야 그렇다쳐도 간혹 한국 선수들의 서브 직전에도 “짜요”를 외치는 비매너를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 등 소수 정예의 한국 관중들도 “할 수 있다”며 응원했지만, 중국 관중들의 함성에 묻혔다.

경기가 끝난 후 신유빈은 “경기력은 괜찮았지만, 결과는 패배였다”며 “잘 싸웠어도 진 건, 진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임종훈도 “패자는 말이 없는 법”이라고 후배의 말에 동의했다.

이어 신유빈은 “오늘 경기 결과는 아쉽지만, 이미 결과가 나왔다”며 “메달 획득이 걸린 중요한 경기가 남았으니, 그 경기를 잘 준비하겠다”고 차분하게 말했다.

파리 올림픽에 나선 삐약이 신유빈. 사진|연합뉴스

임종훈-신유빈 조는 30일 오후 8시 30분에 웡춘팅-두호이켐 조(4위·홍콩)와 동메달을 놓고 겨룬다.

동메달 결정전에서 승리하면 한국 탁구는 2012년 런던 대회(남자 단체전 은메달) 이후 12년 만에 올림픽 메달을 추가한다. 신유빈-임종훈이 나서는 혼합복식은 이번 대회 탁구에서 가장 메달 가능성이 큰 종목으로 기대를 모아왔다.

3-4위전에 이어 30일 오후 9시 30분 혼합복식 결승전에서는 북한의 리정식-김금용(세계 랭킹 없음) 조와 왕추친-쑨잉사 조가 격돌한다.

한편 한국 선수 중 단식에서 살아남은 건 16강에 오른 장우진과 32강전을 앞둔 신유빈 둘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