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가 뭐야…'랭킹 24위' 최세빈의 도전, 메달보다 값진 울림[파리에서]
"4위도 불행하지 않아…아쉽지만 많이 얻어간다"
(파리=뉴스1) 권혁준 기자 = 세계랭킹 24위. 세 명의 한국 선수 중 랭킹이 가장 낮은 최세빈(24·전남도청)의 개인전을 주목하는 이는 없었다.
하지만 최세빈은 '랭킹은 숫자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몸소 증명했다. 자신보다 한 수 위의 실력으로 평가받던 이들을 하나둘 눌렀고, 믿을 수 없는 역전극까지 펼쳐 보였다.
비록 메달까지는 단 1점이 부족했지만, 최세빈의 거침없는 도전은 스포츠가 주는 짜릿함과 이어지는 여운을 십분 느낄 수 있는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최세빈은 30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여자 사브르 개인전 3-4위전에서 올가 카를란(우크라이나)에 14-15로 석패, 4위를 기록했다.
비록 메달을 목에 걸진 못했으나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최세빈은 처음 경험한 올림픽에서 모두를 놀라게 했다. 자신보다 랭킹이 높은 선수들을 차례로 격파하며 승승장구한 것.
그는 32강에서 세계랭킹 21위 타티아나 나즐리모프(미국)를 꺾었다. 12-14로 벼랑 끝까지 몰렸지만 내리 3점을 따내며 경기를 뒤집었다.
대단한 역전극이었지만, 거기까지 일 것 같았다. 16강 상대가 다름 아닌 세계랭킹 1위 에무라 미사키(일본)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세빈은 주눅 들지 않았고, 오히려 에무라를 몰아붙였다. 시종일관 리드를 유지한 끝에 15-7, 완승으로 마무리했다. 최세빈에게는 미안하지만 큰 이변이었다.
8강에서 만난 상대는 대표팀 동료인 세계랭킹 13위 전하영(23·서울시청). 누가 이겨도 한국 선수가 4강에 오르는, 마음 편히 볼 수 있는 경기였지만 최세빈은 또 파란을 일으켰다. 무려 1-8로 뒤지던 경기를 뒤집은 것. 이번에도 12-14로 탈락 직전까지 몰렸지만 연거푸 3점을 냈다.
이쯤되면 운도 좀 따르고 편안한 길도 나와야하는데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4강 상대는 세계랭킹 5위의 마농 아피티-브뤼네(프랑스). 랭킹도 랭킹이지만, 홈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이 최세빈을 압박했다.
그래도 최세빈은 잘 싸웠다. 근소한 격차를 유지하며 끝까지 아피티-브뤼네를 압박했고 12-15로 석패했다. 그는 "홈팬들의 응원이 정말 컸지만, 나를 향한 것이라 생각하고 즐기려 했다"고 돌아봤다.
메달 수확을 위한 마지막 기회였던 3-4위전 역시 아쉬웠다. 한때 11-5까지 앞섰던 경기를 역전당하고 14-15로 패했기 때문이다. 동메달까지 한 포인트가 아쉬웠던, 최세빈의 도전이 그렇게 마무리됐다.
경기 후 만난 최세빈은 패배를 애써 포장하지 않았다. 그는 "말로는 즐기자고 해도 여기까지 왔는데 메달을 못 따니 아쉬움이 크게 느껴진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런 와중에도 '4위'의 가치는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최세빈은 "올림픽에서 4위를 하면 불행하고 안쓰러워 보였는데, 그렇지 않다"면서 "4위를 해도 얻어갈 게 많다. 톱랭커들과 함께 뛸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이날의 경기를 최세빈은 쉽게 잊을 수는 없을 것이라 했다. 특히 3-4위전에 앞서 파리의 명물 그랑팔레의 가장 높은 계단에 서서 모든 이들의 박수를 받았던 그 순간은 오래도록 뇌리에 남을 터다.
최세빈은 "오상욱 선수의 결승전을 보고, 나도 저기 서면 멋있겠다고 생각하며 다이어리에 '다짐'을 썼다"면서 "그런데 그게 실제로 이뤄졌다. 비록 마지막에 패해 메달을 따진 못했지만 정말 좋은 경험을 했다"고 했다.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실제로 그 말을 지키기는 무척이나 어렵다. 그 무대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는 올림픽이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최세빈은 정말로 과정이 중요한 경기를 펼쳤다. 그는 "내가 나 자신을 믿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실력은 결국 종이 한 장 차이였다"고 했다. 비록 메달을 수확하진 못했지만, 최세빈은 그보다 더 중요한 과정을 경험했고 이를 지켜보는 이들에겐 감동을 선사했다.
starburyny@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성관계 안한지 몇년"…전현무, 결혼 관련 숏폼 알고리즘 들통
- 홍준표 "이재명에 징역 1년 때린 대단한 법관, 사법부 독립 지켜" 극찬
- 서점서 쫓겨난 노숙자 부른 직원 "다 못 읽으셨죠? 선물"…20년 후 반전
- "제일 큰 존재"…'사혼' 박영규, 54세 나이차 막둥이 딸 최초 공개
- "울고 있는 내 모습이"…슈, 또 눈물 뒤범벅 오열
- '이나은 옹호 사과' 곽튜브, 핼쑥해진 외모 자폭 "다른 이유 때문"
- 실종됐다는 5세 아동, 알고 보니 진돗개 숭배 사이비 단체 범행
- 배다해, ♥이장원과 결혼 3주년 자축 "지금처럼만 지내자 여보" [N샷]
- "로또 1등 당첨돼 15억 아파트 샀는데…아내·처형이 다 날렸다"
- "자수합니다"던 김나정, 실제 필로폰 양성 반응→불구속 입건(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