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사라졌다…60일간 방치된 입법권력, 법안 통과는 사실상 ‘0’ [이슈앤뷰]

2024. 7. 30.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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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 임기 시작 두달, 개원식 기미 없어
2328건 발의 중 본회의 문턱 넘은 법안 5건
채해병 특검법은 재의결 끝에 결국 부결 폐기
‘방송4법’도 尹대통령 거부권 행사 수순 전망
풀리지 않는 난맥상…민생·경제법안은 방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먹구름 낀 국회의사당 앞으로 정지 안내판이 보이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지난 5월 30일 22대 국회가 임기를 시작한 후 30일로 두 달이 지났다. 하지만 여야 협치의 상징이라는 개원식은 여전히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공포(公布)와 효력 발생 수순을 밟은 법안은 아직까지 한 건도 없다. 야당이 입법을 밀어붙이고 여당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저지에 나서는 상황만 반복되면서 정치가 사라진 사이 국회의 생산성은 ‘0’이었던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여야 극한 대치의 난맥상이 한동안 쉽게 풀리기 어려울 정도로 꼬여 있다는 점이다. 그 사이 여야 사이 이견이 크지 않은 민생법안, 경제법안 처리가 마냥 늦춰지는 모습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전날(29일)까지 22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은 총 2328건이다. 정부가 낸 법안이 190건이란 점을 감안하면 국회발(發)로 하루 평균 35건의 법안이 제출된 셈이다.

발의된 법안 중 2300건 가까이 계류 중이고 국회 통계 분류상 ‘처리’된 법안은 35건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21건이 철회되는 방식으로 처리되는 등 국회 본회의를 일단 통과한 법안은 4건뿐이다. 이날 오전 통과된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을 더해도 5건이다.

하지만 이 5건도 법률로써 효력 발생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22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본회의를 통과했던 ‘채해병 특검법’은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후 재의결에서 최종 부결돼 폐기됐다.

더불어민주당이 방송정상화를 위해 통과돼야 한다며 지난주부터 국회 본회의에서 밀어붙인 ‘방송4법(방송통신위원회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은 네 가지 법안이 하나씩 순차적으로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지만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입법을 주도한 야당과 정부·여당의 견해 차이가 큰 데다 법안 처리 과정에 여야 합의가 없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채해병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을 때와 같이 방송4법에 대해서도 법안마다 필리버스터에 나섰다.

문제는 여야가 계속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난맥상이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당장 내달 1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민생회복지원금 법안’(전 국민 25만원 지원법)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노란봉투법)’ 처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후 8월 3일에 ‘7월 국회’가 종료되면 바로 ‘8월 국회’를 이어 가면서 각종 여권 의혹을 겨눈 특검법 처리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정부·여당은 이 같은 야당의 입법에 반대하기 때문에 ‘야당 요구로 국회의장이 본회의에 법안 상정→여당 신청으로 필리버스터 시작→야당 주도 법안 본회의 통과→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이어지는 흐름이 되풀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헤럴드경제에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최종적으로 나타나는 행위인데 그 행위의 원인은 민주당이 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키기 때문”이라며 “윤 대통령이 평소에 기자회견도 안 하고 불통의 이미지를 주는데 야당의 역공에 그 이미지가 먹히는 것이고 여당은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대치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여야 간 이견이 크지 않은 민생법안, 경제법안은 기약 없이 처리가 늦춰지고 있다. 가족 간 최소한의 유대관계가 결여된 경우 부양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가족에 대한 상속권 제한을 골자로 하는 민법 개정안(구하라법)은 21대 국회가 종료되면서 자동 폐기된 후 22대 국회 문이 열리자마자 다시 발의됐다. 하지만 지난 24일에야 법사위에 상정됐다. 반도체, 2차전지 등 국가전략기술과 관련해 연구개발비, 시설투자비에 대한 세액공제 기간을 연장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K칩스법)도 여야 공감대가 있지만 소관 상임위인 기재위에 머물러 있다.

d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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